'RE100 1호기업' 탄생…바통 누가 이어받나

[이슈진단+] LG화학, 韓 최초 RE100 가입

디지털경제입력 :2020/07/10 13:49    수정: 2020/07/10 16:53

LG화학이 국내 기업으론 처음으로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이용하는 'RE100' 기업에 합류하면서, 이후 다른 기업들의 캠페인 가입 추세가 이어질 지 관심이 모인다.

RE100은 기업체가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이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현재 석탄화력 발전이 중심인 에너지원을 재생에너지로 바꿔 기후 변화에 대응하자는 취지다.

사진=RE100

LG화학, '2050 탄소중립 성장' 선언

LG화학은 지난 6일 RE100 가입 추진 등의 내용을 포함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전략을 발표했다. 전략의 핵심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지난해 수준인 1천만톤(t)으로 줄이겠다는 '탄소중립 성장'이다.

탄소중립 성장이란 사업 성장에 따른 탄소 배출량 증가와 동등한 수준의 감축 활동을 펼쳐 탄소 배출 순 증가량을 '제로(Zero)'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LG화학의 전략은 국내 화학업계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것이라 주목된다.

LG화학은 2050년 탄소 배출량을 지난해 배출량 수준인 1천만톤(t)으로 설정했다. 사업 성장성을 고려하면, 당초 2050년 탄소 배출량은 약 4천만t 규모로 전망된다. 따라서 탄소중립 성장을 위해서 이 회사는 3천만t 이상의 배출량을 감축해야 한다.

LG화학 여수공장. 사진=LG화학

재생에너지를 사용 전력 만큼 직접 생산할지, 아니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할지 아직 구체적인 방법은 밝히지 않았지만 RE100을 통해 2050년 탄소 배출 전망치의 60% 이상을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수급 방식과 국가별 제도를 고려한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 적극 실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 이외에 RE100 참여 의사를 밝힌 국내 기업은 아직 없다. 관련 제도가 갖춰져있지 않아서다. 이에 LG화학의 RE100 합류가 다른 기업들에 참여 의지를 높이는 자극제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기흥캠퍼스에 1천500킬로와트(kW) 용량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구축, 사업장의 일부 전력을 대체할 계획이다. 또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생산법인은 애플·이베이·스프린트 등 3개 기업과 풍력발전 전력 75메가와트(MW)를 나눠 공급받는 계약도 체결했다. 그 외 LG전자·SK하이닉스·BGF리테일 등도 일부 사업장 내에 태양광 설비를 구축, RE100 참여를 준비 중이다.

'재생에너지 사용인정제도' 참여 기업 명단. 자료=산업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23개 기업도 참여 의사

정부도 기업체들의 RE100 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지난해엔 '재생에너지 사용인정제도' 시범사업을 추진, 삼성전자·삼성SDI·SK하이닉스·두산중공업 등 23개 기업을 상대로 설명회를 개최했다.

배출권 가격에 녹색 프리미엄을 더한 가격으로 재생에너지를 구입하면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하는 '녹색요금제'도 하반기에 도입된다.

다만, 산업용 전기료와 비교해 비싼 재생에너지 가격이 RE100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전력 1킬로와트시(kWh)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은 ▲태양광(112원) ▲풍력(91원) ▲석탄(74.9원) ▲원전(43.2원) 순으로 높았다.

이에 정부는 기업-발전사업자-한국전력공사 등 3자 간 계약을 통해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는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 도입도 검토 중이다. 이는 RE100에서도 장려하는 전력구매방식이다.

RE100 참여 기업. 사진=RE100

RE100 캠페인을 주도하는 클라이밋그룹(The Climate Group)에 따르면 10일(한국시간)을 기준으로 이 캠페인에 공식적으로 참여 중인 기업은 242곳(☞원문)에 이른다. 아직 참여 기업 목록에 LG화학의 이름이 오르진 않았지만, 시일 내 반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캠페인에 가입하는 글로벌 기업 수도 날로 급증하는 추세다. LG화학이 RE100 가입 추진을 선언한 지난 6일 이후에도 미국 온라인쇼핑몰 업체 '이베이', 일본 정보기술(IT) 업체 '니혼유니시스' 등 2곳이 RE100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 외에도 구글·애플·페이스북 등 이른바 '테크(Tech) 공룡' 기업들의 에너지전환 추진도 활발하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도 각 기업들은 에너지 전환 목표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RE100 기업들은 올해까지 34.6기가와트(GW) 용량의 태양광·풍력 발전을 추진해왔다. 이는 유럽을 기준으로 2천5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으로, 인도네시아의 연간 전력 소비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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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키민스(Sam Kimmins) RE100 대표는 "지난 2014년 RE100이 출범했을 당시에도 재생에너지로 100% 전력을 충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면서 "그럼에도 지난 6년간 자사가 지속 가능성 리더(Leader)로 여겨지길 원하는 수많은 기업들이 캠페인에 동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RE100 기업 3곳 중 1곳은 이미 에너지 전환율 75% 이상에 도달, 재생에너지가 곧 미래라는 강력한 신호(Signal)를 보내고 있다"며 "더 많은 기업들이 우리와 함께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