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데이터 분석, 이제 숨은 감정까지 찾아낸다

서강대 미디어컨버전스랩 ‘감정사전’ 결합한 소셜 데이터 분석 툴 개발

인터넷입력 :2020/07/09 13:16    수정: 2020/07/09 20:23

많은 기업들이 자사의 브랜드와 서비스에 대한 대중들의 솔직한 반응과 인식을 알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전통 방식의 설문조사를 진행해 실 사용자들의 응답을 수집해 보거나, 최근 주목받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석 툴을 이용해 주요 키워드를 축출한 뒤 이를 분석해 보는 것이다. 아니면 오프라인에서 포커스 그룹 테스트를 진행해 즉석에서 이용자 반응을 듣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들은 회사의 전략과 방향성을 최종 결정짓는 과정에서 일부 도움은 되지만,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시간과 비용 부담도 있지만, 정확도나 신뢰성에 종종 결함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 소셜 데이터 분석에 '감정분석' 더한 'RIC'

서강대학교 현대원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이 같은 한계를 고민한 끝에 서강대학교 미디어 컨버전스 랩 연구팀은 소셜 빅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에 '감정 분석'이란 개념을 넣어보기로 했다. 기존 소셜네트워크 분석 툴이 특정 주제에 대해 대중들이 주로 어떤 말을 하고, 누가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파악이 가능했다면, 미디어 컨버전스 랩 연구팀이 개발한 분석 툴은 대중들의 미묘한 감정까지 분석해 이를 객관화된 수치로 나타낸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이 툴의 이름은 'RIC'이다.

감정분석 방식은 예를 들어 새로 출시된 스마트폰에 대한 이용자 반응이 “비싸다”, “가격이 사악하다”로 표현될 경우 각각 -1점, -2점과 같은 다른 점수를 부여하는 것이다. 똑같이 비싸다는 부정적인 반응이지만 더 약하고 강한 감정으로 나뉜다는 논리다. 이런 감정사전을 세분화 하고 체계화 시켜 단어나 문장 안에 숨어있는 이용자들의 미묘한 감정을 읽어내는 것이 RIC의 주요 특징 중 하나다.

미디어 컨버전스 랩을 이끌고 있는 서강대학교 현대원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소셜네트워크 분석을 보면 큰 흐름을 알 수 있고 좋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지만, 이를 실제로 활용하는 데는 아쉬움이 있었다"며 "기존 소셜 데이터 분석에 감정 분석을 결합하면 더 강력한 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약 3년 간 연구한 끝에 제법 쓸 만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카카오뱅크vs케이뱅크 소셜 감정분석 해보니

현대원 교수가 카카오뱅크 소셜 데이터 분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연구팀이 실험적으로 테스트한 사례는 국내 두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를 분석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두 회사를 분석해보니 지난해 7월 갑자기 감정 분석이 결합된 소셜 분석 수치가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됐다. 인터넷상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담은 단어와 게시물들이 급증했다. 이를 분석해보니 지난해 7월22일 카카오가 1천만 고객 돌파기념으로 실시한 '연 5% 정기예금 특별판매'가 모집과 동시에 마감되는 이슈가 있었다. 이를 기다리던 다수의 이용자들이 혜택을 보지 못하자 강한 불만을 제기했던 것이다.

또 카카오뱅크가 케이뱅크보다 발화량은 약 10배 더 많았지만, 사람들의 감정 점수만을 따로 떼어 내 분석했더니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를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카카오뱅크가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언급은 되지만, 그렇다고 케이뱅크에 대한 여론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 확인된 조사 결과였다. 아울러 관련된 카페 등에서 특정 이용자 몇 명이 두 회사와 서비스에 대해 공통적으로 ‘빅마우스’로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지도 알 수 있었다.

■ ‘노드엑셀’ 개발 초기 때 참여...공정하고 정확도 높은 분석 가능

노드엑셀 자료 사진(이미지=노드엑셀 웹사이트)

현대원 교수는 시중에 여러 빅데이터를 활용한 소셜네트워크 분석 툴이 존재하지만, 서강대학교 미디어컨버전스랩 연구팀이 가진 경쟁력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 출신 막 스미스(Marc A. Smith)가 개발한 소셜네트워크 분석 툴인 노드엑셀(NodeXL)의 개발 초기 때 아이디어와 프로그래밍에 도움을 줬고, 여러 가지 기능 테스트에 직접 참여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스마트폰, 핀테크, 화장품 등 각 도메인별로 미묘하게 다른 감정 사전을 구축함으로써 겉으로 드러난 대중들의 반응과 의견뿐 아니라 그 속에 담긴 감정과 변화까지 읽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를 통해 기존 방식보다 정교하게 브랜드 가치를 분석하고, 제품과 서비스, 캠페인 효과 등을 추적할 수 있게 됐다. 또 사업 예측에 도움을 주고, 고객과의 접점을 찾는 데에도 힘을 불어넣을 수 있다. 기업 위기관리도 가능하다는 것이 현 교수의 설명이다.

현대원 교수는 "현재 화장품, 핀테크, 스마트폰 등 특정 도메인에 한정해 특화된 감정 사전을 개발하고 정확도를 높인 상태지만, 클라이언트가 다른 도메인 확장을 원할 경우 일주일이면 특정 도메인에 특화된 감정 사전을 만들 수 있다"면서 "회사의 마케팅팀, 대외협력 부서 등에 도움이 되는 데이터를 매일 방송사가 시청률을 확인하듯 수치로 받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설문조사는 질문자의 의도가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등 왜곡될 수 있지만, RIC의 경우는 객관적인 시장 반응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한 툴”이라며 "컴퓨터공학적인 전문성과 더불어 사회과학적인 분석력이 더해져 다각적인 접근을 통한 정확도를 높인 것이 RIC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 소셜빅데이터 전문기업 지향..."기업들의 미래 예측에 도움 주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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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자료 사진(제공=픽사베이)

소셜빅데이터 전문기업을 지향하는 미디어 컨버전스 랩은 앞으로 서강대학교가 갖고 있는 훌륭한 인재풀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소셜 데이터 분석력을 계속 진화 시켜 간다는 계획이다. 자사의 브랜드나 제품, 서비스에 대한 시장의 정확한 평가를 원하는 고객사에게 최적화된 도메인 개발과 정보 제공에도 힘쓴다는 방침이다.

현대원 교수는 “현재 대기업들은 미국의 솔루션을 이용해 소셜 데이터 분석을 하고 있는데, 사회과학적인 시각과 컴퓨터공학적인 전문 지식을 결합한 RIC을 통해 많은 기업들이 시장의 정확한 반응을 진단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