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 홍콩법인 83곳…미·중 갈등에 떠나나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 조사…SK, 44곳으로 최다

디지털경제입력 :2020/07/03 10:47    수정: 2020/07/03 11:34

자산 5조원 이상인 국내 64개 대기업 집단이 운영 중인 홍콩 해외법인은 올해 기준 170곳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통과를 계기로 미중 격전지로 떠오른 홍콩에 현지 법인을 둔 기업들이 탈출에 나설지 주목된다. 

3일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가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 64개를 대상으로 홍콩 법인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총 170곳 중 48.8%인 83곳은 10대 그룹의 법인이다.

64개 대기업 집단 중 38개 그룹은 1곳 이상 해외계열사를 홍콩에 두고 있는 반면 26개 그룹은 홍콩에 법인을 따로 두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중공업, 농협, 신세계, 부영, 대림, 현대백화점 그룹 등은 홍콩 법인이 따로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홍콩에 해외계열사를 둔 38개 대기업 집단 중에서도 3곳 이상 법인을 둔 곳은 16개 그룹으로 조사됐다. 이중 10개 이상 법인을 둔 그룹은 4곳 됐다. 그룹별로는 SK 44곳, 롯데 18곳, CJ 17곳, 삼성 13곳 순으로 나타났다.

이어 네이버 7곳, 효성 6곳, 코오롱·이랜드·셀트리온·장금상선 그룹 등이 4곳으로 집계됐다. 한진·두산·OCI·아모레퍼시픽은 3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LG·한화·금호아시아나·넷마블·다우키움·유진 그룹은 2곳을 지배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조사 결과 국내 대기업 등이 홍콩에 둔 해외 계열사는 일반 제조 및 판매업 보다는 투자관리, SPC(특수목적법인), 기타 금융업 목적 등으로 세운 법인이 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홍콩에 가장 많은 해외법인을 둔 SK 그룹은 44곳 중 30곳 정도가 투자관리 및 SPC, 금융업 등의 회사이고, 롯데도 18곳 중 절반 정도가 금융 및 관리 업종의 법인을 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의 경우 하만과 연계된 법인을 지금처럼 그대로 홍콩에 둘 것인지 아니면 다른 국가 등으로 이동할 지도 관심사로 부상했다. 삼성은 삼성전자를 통해 ‘삼성전자 미국법인’을 지배하고 있고, 이 회사를 통해 같은 미국 내 ‘하만 인터내셔널 인더스트리즈’를 운영 중이다. 이후 독일→헝가리→네덜란드에 있는 법인 등을 거치며 홍콩에 ‘하만 홀딩 리미티드’를 운영 중이다. 앞서 홍콩 법인은 중국에 소재한 ‘하만 인터내셔널(차이나) 홀딩스’를 지배하고, 이 회사는 다시 중국 내 세 개 법인을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64개 대기업 집단 중 금융 그룹 중에서는 IMM인베스트 5곳, 미래에셋 4개 회사가 홍콩에 소재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미래에셋 그룹이 운영하는 홍콩 법인의 변수가 다소 높아져 박현주 회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가 주목받고 있다. 박 회장이 60% 정도 지분을 보유한 ‘미래에셋자산운영’을 통해 홍콩에 특수목적법인 ‘미래에셋 글로벌 이티에프스 홀딩스’와 ‘미래에셋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두 회사를 지배하고 있고, 미래에셋 글로벌 인베스트먼트를 통해서는 ‘맵스 캐피탈 매니지먼트’ 투자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를 통해서는 홍콩에 ‘미래에셋 시큐리티즈’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홍콩을 거점으로 사업 확대를 야심차게 준비해왔던 박현주 회장으로서는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이 새로운 분깃점이 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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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4개 대기업 집단에 처음 편입된 IMM인베스트도 15개 해외 법인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5곳은 홍콩에 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아이엠엠인베스트먼트㈜를 통해 홍콩에 ‘ICA 그룹’, (유)아이엠엠을 통해서는 홍콩에 ‘아이엠엠 인베스트먼트 글로벌 홀딩 컴퍼니’를 지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IMM 인베스트먼트 그룹에 최근 합류한 세계은행(WB) 산하 국제기구 IFC 국장 출신인 조현찬 대표도 80% 지분을 통해 홍콩에 ‘H.C.CHO Investment Ltd.’ 투자 회사를 지배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오일선 소장은 “단기적인 영향은 예의주시해야겠지만 추가 보복 등의 제재도 이어질 수 있어 국내 기업이 지속적으로 홍콩에 법인을 둘만한 동력이 떨어질 수 있어 장기적으로 다른 국가 등으로 법인을 옮길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며 “이 경우 법인 이전 국가와 해외법인 지배구조 등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