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는 왜 알뜰폰의 계륵이 됐나

[이슈진단+] 알뜰폰 10년 생존기로에 서다(中)

방송/통신입력 :2020/07/01 17:42    수정: 2020/07/02 11:25

10년 전 과점 상태인 통신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할 목적으로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제도가 도입됐다. 경쟁을 통해 통신요금 인하를 이끌어낸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였다. 하지만 어려운 이름만큼이나 국민들에게 홍보가 되질 않아 ‘알뜰폰’으로 탈바꿈했고, 유통망이 없던 알뜰폰 사업자에게 정부가 우체국을 가입 통로로 내주면서 통신 이용량이 많지 않은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하지만 단말 보조금 위주의 이동통신시장에서 저가요금제를 무기로 한 알뜰폰의 성장 한계는 뚜렷했다. 이마저도 '유선 이동통신 IPTV' 등을 묶은 결합상품이 대세가 되고 이동통신사가 중저가 보편적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알뜰폰은 고사 위기에 몰렸다. 결국 알뜰폰 1위 사업자였던 CJ헬로는 매각을 결정했다. 10년을 기점으로 향후 알뜰폰 시장을 점검해 봤다. [편집자 주]

국내 알뜰폰(MVNO) 업계가 상용화 7개월만인 지난 10월부터 5G 요금제를 내놓기 시작했지만, 처참한 성적을 피하지 못했다. 업계 내부에서도 이미지 개선 외 실질적인 경영상 이점은 전무하다고 입을 모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무선통신 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알뜰폰의 5G 요금제에 가입한 이용자는 1천304명에 불과하다. 지난 5월 전체 알뜰폰 가입자가 734만9천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5G 가입자 비중은 0.017%에 불과하다.

이는 이동통신 3사의 5G 가입자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은 비중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보유한 5G 가입자는 지난 4월 기준 634만명이다. 전체 5G 가입자 중에서도 0.016% 만이 알뜰폰을 통해 5G에 가입한 셈이다.

■ 알뜰폰은 왜 5G를 원했을까

저조한 알뜰폰 5G 가입자 증가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높은 도매대가 비율 탓에 경쟁력 있는 요금제를 내놓기 어렵고, 5G 단말기가 고가인 탓에 알뜰폰 사업자가 노리는 핵심 타깃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뜰폰 사업자는 ‘낮은 품질의 저가 상품’이라는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5G 요금제를 받아들였다. 정부 입장에서도 알뜰폰의 5G 요금제 출시는 반가웠다. 알뜰폰 5G 상품 통해 저가 5G 요금제 출시라는 정책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배경이다.

사업자와 정부의 의견이 일치한 결과, 알뜰폰은 이례적으로 빠르게 5G 요금제를 시장에 내놨다. 5G 알뜰폰 요금제는 지난해 10월 출시된 국민은행의 알뜰폰 브랜드인 ‘리브엠’이 대표적이다.

국내 이동통신 3사가 같은 해 4월 5G 상용화에 성공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7개월만에 알뜰폰도 5G 요금제를 보유하게 됐다. 리브엠에 5G망을 개방한 LG유플러스에 이어 SK텔레콤과 KT까지 5G망 개방에 동참하면서, 국내 알뜰폰 시장 내 5G 요금제 출시는 3사가 모두 가능해졌다.

문제는 알뜰폰이 5G 요금제를 출시했는지 모르는 소비자가 태반이라는 점이다. 마케팅 여력이 부족한 알뜰폰 사업자가 소비자들의 욕구가 충분한 LTE 상품에 프로모션을 집중하면서. 5G 상품에 대한 마케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5G 상품에 대한 가입자들의 욕구가 없는 상황에서 재원을 들여 프로모션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결국 소비자들의 소구가 없기 때문에 홍보가 되지 않고, 홍보가 되지 않다 보니 다시 소구가 없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알뜰폰 사업자는 5G가 아닌 LTE 가입자 모집에 집중하고 있다.(사진= 알뜰폰허브 사이트 캡쳐)

■ 알뜰폰 5G는 왜 안 팔리나

알뜰폰이 내놓은 5G 요금제가 팔리지 않는 배경으로는 ‘저렴하지 않다’라는 점이 꼽힌다. 알뜰폰 최대의 강점인 이통3사 대비 저렴한 요금제가 5G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실제로 알뜰폰 사업자들이 내놓은 5G 요금제의 가격은 ▲데이터 8~9GB 제공하는 요금제는 3만원대 후반 ▲데이터 200GB 제공하는 요금제가 6만원대 초반이다.

이통 3사의 요금제와 비교하면 1~2만원 가량 저렴한 가격이지만, 매월 요금의 25%를 할인하는 선택약정을 포함하면 차이는 크게 줄어든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굳이 멤버십 등 서비스 측면에서 열세인 알뜰폰을 선택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5G 단말기가 10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라는 점도 배경으로 지목된다. 고가의 5G 단말을 구매하는 이용자층의 경우 가격에 민감하지 않은 얼리어답터 성향을 갖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가격에 민감한 알뜰폰의 주 이용자층과는 정반대의 성향을 지닌다. 5G 중저가 단말로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A51, A71도 각각 57만2천원, 64만9천원에 이른다.

5G 서비스 자체가 매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이동통신 3사는 5G 서비스 상용화와 함께 5G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킬러콘텐츠를 찾기 위해 고심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해답을 찾지 못했다. 증강현실(AR)·가상현실(VR)·클라우드 게임 등이 5G 시대 킬러 콘텐츠로 주목받지만, 아직 이용률은 저조한 상황이다.

이는 국내 5G 가입자 증가율이 점차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통해서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국내 5G 가입자는 지난해 4월 이후 전월 대비 ▲5월 188.6% ▲6월 70.4% ▲7월 42.9% ▲8월 46.1% ▲9월 24% ▲10월 14.8% ▲11월 9.3% ▲12월 7.1% ▲2020년 1월 6.2% ▲2월 8.1% ▲3월 9.7% ▲4월 7.8% 증가했다. 신규 단말기가 출시된 올해 2월과 3월 반짝 증가율이 높아졌지만, 전체적인 가입자 증가율은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5G 시대 B2C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킬러콘텐츠를 고민하고 있으나, 아직은 뾰족한 방안이 없는 상황”이라며 “대부분의 가입자는 높은 보조금을 받고 최신 단말기를 구매하기 위해 5G 서비스에 가입한 것일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픽사베이)

■ 알뜰폰 5G 활성화...해답은 없나

알뜰폰 업계는 5G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망 도매대가 요율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5G 요금제의 가격은 도매대가 요율에 따라 이통사의 요금제 가격에 66~75% 수준으로 책정되는데, 이 상태로는 이통사의 요금제에 25% 약정할인을 적용하면 알뜰폰과 차이가 없다”며 “장기적으로 망 도매대가 요율이 낮아져야 알뜰폰이 더 저렴한 5G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저가 5G 단말기가 속속 출시되긴 했지만, 향후보다 많은 종류의 5G 단말기가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알뜰폰 관계자는 “일부 5G 중저가 단말기가 나오긴 했지만, 아직 보편화되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저렴한 가격의 단말기와 매력적인 5G 특화 서비스가 확보되면 알뜰폰 5G 시장도 보다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관련기사

다만. 알뜰폰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망 도매대가 요율 개선과 중저가 단말기 확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 우선 LTE 이용자 비중을 늘리는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3G 중심인 이용자층을 LTE로 이동시키고, 향후 5G로 단계적으로 상향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가입자 중에도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이용자층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우선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LTE 요금제를 중심으로 가입자를 확보할 계획”이라며 “5G 가입자는 향후 이통사의 투자가 종료돼 망 도매대가가 낮아지고, 시장이 충분히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이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