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에도 현장 달려간 이재용, 'K칩' 속도 낸다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 중장기 생존 돌파구 찾기 '분주'

디지털경제입력 :2020/06/30 15:37    수정: 2020/06/30 16:19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계열의 반도체 장비사 세메스에 방문했다. 핵심 먹거리인 미래 반도체 사업 전략을 점검,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통해 'K칩 시대'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3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충청남도 천안시에 위치한 세메스 사업장을 찾아 "불확실성의 끝을 알 수 없다. 갈 길이 멀다. 지치면 안된다. 멈추면 미래가 없다"고 언급했다. 이 부회장은 현장에 도착해 오찬을 갖고 중장기 사업 전략을 점검한 후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생산 공장을 둘러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행보는 삼성전자가 최근 산·학·연 상생활동을 통해 반도체 산업 전 분야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K칩 시대'를 열겠다는 비전을 발표한 이후 이뤄진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산업 동향과 설비 경쟁력 강화 방안도 논의했다. 

반도체 업계는 일본 수출 규제와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 영향에 따른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지난 25일 협력사들과 진행해온 국내 반도체 생태계 육성 노력이 결실을 거두고 있다고 평가, 이들 업체와 반도체 생태계 강화 활동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산·학 협력을 통한 미래 반도체 인재 육성에도 나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맨 오른쪽)이 30일 세메스 천안사업장을 찾아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생산 공장을 살펴보는 모습.(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2010년대 초반부터 주요 설비·부품 협력업체들과 자체 기술개발을 추진해왔다. 

올해 들어서 지난 4월 국내 설비업체와 2~3차 부품업체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내달부터는 설비부품 공동개발에 나설 방침이다. 설비업체가 필요한 부품을 선정하면, 삼성전자와 설비업체, 부품업체가 공동개발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설비부품의 개발과 양산평가를 지원할 예정이다. 나아가 삼성전자는 중·소 설비업체 및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반도체 제조와 품질 노하우를 전수하는 컨설팅도 내달부터 진행할 계획이다.

세메스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용 설비제작 전문업체로, 삼성전자의 자회사이면서 협력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1993년 삼성전자와 일본 DNS와의 합작사로 설립됐다가 2010년 삼성전자가 일본 파트너사의 보유 지분을 인수하면서 삼성전자 자회로 편입됐다. 글로벌 10대 반도체 장비 기업에 속하기도 한다. 

세메스는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연간 매출 1조원을 돌파했으며 올해에는 삼성전자의 잇따른 반도체 투자 발표로 수주가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들어 평택캠퍼스 2라인 낸드 라인 추가 구축, 평택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라인, 중국 시안 2공장 낸드 증설 등 반도체 투자 계획을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최근 발표한 'K칩 전략'은 사실상 지난해 시스템 반도체 비전 발표 이후부터 꾸준히 이뤄져왔지만, 이번에 새롭게 명명된 셈"이라며 "그동안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소재·부품·장비 분야를 육성해 국내 산업 생태계를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한 행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시스템반도체에 133조원 투자 및 1만 5천명 채용, 생태계 육성 지원방안 등을 밝혔다. 

이후 소재·부품·장비 수급 불확실성이 급격히 커진 지난해 7월 일본으로 직접 출장을 다녀온 직후에도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단기 대책 및 중장기 대응 전략을 논의한 바 있다.

당시 "흔들리지 않고 시장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자"고 강조하며, 사장단에게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해 시나리오 경영에 나설 것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2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이 부회장은 '포스트 코로나(코로나19 이후)' 시대를 대비해 핵심 먹거리 사업 전략 점검에 꾸준히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일에도 경기도 화성에 위차한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를 찾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경영진과 위기 극복 전략을 점검, "가혹한 위기 상황이다.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있다. 시간이 없다"이라며 위기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15일에는 반도체 담당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경영진과 릴레이 간담회를 갖고 위기 극복 전략을 점검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황과 투자 전략, 무역 분쟁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 선단공정 개발 로드맵(5나노, GAA 등) 등을 논의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반도체 외 스마트폰과 가전 차세대 전략 점검에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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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은 지난 2일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를 찾아 소비자가전(CE)부문 주요 경영진과 미래 전략을 점검했다. 지난 15일에는 무선사업부 경영진을 만나 내년도 플래그십 라인업 운영 전략을 점검했다.

한편,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삼성 합병의혹' 기소여부 결론이 조만간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외부 전문가로 꾸려진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 이 부회장에 불기소 판단을 내렸지만, 검찰이 기소를 강행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재판에 넘겨질 경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 이어 장기간 사법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해 총수 부재에 따른 경영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