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국산화의 두 얼굴...체력 강화 vs 글로벌 밸류체인 균열

전경련 29일 '일본 수출규제 1년 평가와 과제' 세미나 개최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0/06/29 19:12    수정: 2020/06/30 08:43

"일본 수출규제 조치 이후, 정부의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정책은 효과를 봤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을 아직 확보하지는 못했다.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 박재근 한양대 교수.


"한일 양국의 소재·부품·장비 산업은 그간 글로벌 밸류체인 하에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해왔다. 무조건적인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정책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회비용을 만들 수도 있다. 기업의 효율성 측면을 고려한 협력방안을 찾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본다." - 이홍배 동의대 교수.


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핵심소재 수출규제 조치에 나선 지 1년을 맞은 가운데 29일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일본 수출규제 1년, 평가와 과제' 세미나에서는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전경련 주최 '일본 수출규제 1년, 평가와 과제' 세미나 현장. (사진=지디넷코리아)

박재근 한양대 교수는 이날 세미나에서 "일본 규제 조치에 맞선 한국 정부의 국산화 정책은 눈에 띌 만큼 성과를 냈다"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는 한일 무역 갈등을 해결하는 게 좋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는 "불화수소(불산) 케미칼은 솔브레인과 램테크놀로지에서 빠르게 국산화를 진행, 이제는 순도 자체에서 일본과 동일한 수준의 고순도 제품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현재는 국산과 일본 제품의 비중이 70대 30으로 상황이 역전됐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또 "불화수소 가스의 경우, SK머티리얼즈가 최근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3년 후에는 70% 수준의 자급률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경우 코오롱이 독자적으로 양산 기술을 확보했고, 포토레지스트도 장기적으로 불화아르곤(ArF)에 이어 극자외선(EUV)용까지 국산화가 진행 중"이라며 "일본의 핵심소재 수출규제는 잠자는 국내 소재·부품·장비 업체를 깨우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전경련 주최 '일본 수출규제 1년, 평가와 과제' 세미나 현장. (사진=지디넷코리아)

박 교수는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의 새로운 시장이 펼쳐지는데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가 진행된다고 해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체가 한 회사의 제품을 100% 사용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코로나19라는 새로운 위기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한일 무역갈등은 빨리 해결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의 숙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품목에 대해 글로벌화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사업화연계기술개발(R&BD) 사업을 추진하는 동시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품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국산화보다 일본과의 협력체계를 강화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 발전에 더욱 이바지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홍배 동의대 교수는 "한일 양국의 소재·부품·장비 산업은 그간 글로벌 밸류체인 하에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했다"며 "무조건적인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정책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회비용을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효율성 측면을 고려한다면 협력방안을 찾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지난 1년간 정부의 소재·부품·장비 육성 전략으로 상당 부분 국내 기업의 기술력이 향상됐고, 기존에 진입하지 않았던 시장에 진입하는 유익한 성과를 만들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양국 간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양국이 그간 전개됐던 가치사슬 체제에 균열이 나 있는 상태로, 지난 1년간 소재·부품·장비 산업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이익감소가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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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입장에서도 예상치 못한 예산이 투입되고, 양국 간 가치사슬 변화에 따른 비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는 "한일 양국 간의 밸류체인은 어느 한 국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양국 간 강력한 글로벌 밸류체인 형성을 통해 지금까지 상호이익을 유발해왔다"며 "무조건적인 국산화는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을 만들어야 하는 측면에서 오히려 이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