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울 이어 원주까지...수소충전소 반대 여론 확산

[이슈진단+] 오해로 커진 반대 여론에 대책 없는 정부

카테크입력 :2020/06/25 09:49    수정: 2020/06/25 13:53

수소전기차 충전을 위한 수소충전소 운영 반대 여론이 부산시 동구, 서울시 강남구에 이어 강원도 원주시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강릉에서 발생한 수소저장탱크 관련 사고 여파가 아직까지 일부 주민들의 반대 여론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수소충전소 반대 여론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면, 수소전기차를 구매한 일반 고객들의 충전 스트레스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원도는 지난 22일 일반인 민원을 통해 원주시 수소충전소 건설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는 점을 공개했다. 이 민원은 네이버 넥쏘카페에도 소개된 바 있다.

넥쏘카페에 공개된 민원 내용에 따르면, 원주 수소충전소는 현재 수소충전시스템이 제작중인 상황이지만, 부지에 대한 주민 반대가 남아있다. 최종 수소충전소 부지가 확정되면 시공사를 선정해 공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원주시는 1년 넘게 수소충전소 건설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9월 원주시 태장동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수소충전소 관련 주민설명회는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열리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비슷한 시기에 발생했던 강릉 수소저장탱크 사고와 연관됐다. 특히 당시 충전소 예정부지가 주거 밀집지역에 위치하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가 컸다.

강원도 원주시는 이후 9개월이 넘도록 수소충전소 관련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문막휴게소 내 수소충전소 건설인데, 이 충전소의 운영 예정 시기가 내년 상반기다.

강원도 춘천시도 한 때 수소충전소 건설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셌다. 이 떄문에 충전소 건설 예정 부지를 변경하는 등의 과정을 거쳤다. 춘천시는 수소충전소 본격 운영 목표 시기를 오는 9월로 잡았다.

현대차 넥쏘 차량들이 대전 학하 수소충전소에 모인 모습.(사진=지디넷코리아)

■대도시일수록 제한적인 수소충전소 건립

현재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또는 ‘서울특별시 도시계획 조례’ 등을 살펴보면 수소충전소는 고압가스 취급으로 분류된다. 그래서 '위험물 제조와 취급소'에 해당된다. 만약 이같은 시설을 지을 경우 주거지와 멀리 떨어져야 한다.

이같은 규정은 대도시일수록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서울시는 현재 수소충전소 수를 최대 10곳까지 확대중인데 대다수 지역이 주거지역이라 수소충전소 예정부지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은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인근 주민들의 반발을 의식하는 지자체들이 많은 편이다.

한 김포시 시의원은 올해 초 수소전기차 오너와의 이메일에서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있을 수 있어 추후 문제 시 주민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경기도 화성시청은 당초 올해 3월 시청 청사 부지 내에 수소충전소를 건립할 예정이었지만, 아직 3개월이 넘도록 준공 일정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화성시청 수소충전소가 주택지역과 가깝기 때문에 준공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화성시는 다음달 해당 수소충전소 건립을 예상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시기가 나오지 않았다.

28일부터 운영이 시작된 서울 강동 수소충전소 (사진=현대차)

■오해로 비롯된 수소충전소 반대 여론...대책 없는 정부

부산 동구와 서울시 강남구 일부 주민들은 최근 수소충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입장을 인터넷을 통해 전했다. 또 온라인 서명까지 받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해 발생한 강릉 수소저장탱크 사고와 노르웨이 수소충전소 사고 등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이유들이 잘못된 언론보도로 촉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노르웨이 수소충전소 사고는 폭발사고가 아닌 수소저장시스템 플러그 이상으로 생긴 화재다. 또 강릉 수소저장탱크 사고는 수소충전소 내가 아닌 강원테크노파크 강릉벤처공장에서 일어난 사고며 산소 유입으로 인한 인재 사고로 판명됐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수소충전소 폭발사고가 일어난 사례는 없다.

정부는 2022년까지 전국 주요 도시와 고속도로에 수소충전소 310곳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최대 30분 이내에 수소충전소에 도달할 수 있도록 계획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침이다. 이 방안이 탄력을 받으면 정부는 오는 2040년에 수소충전소 수가 1천200곳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탄천 수소충전소 반대 일원주민회가 제작한 수소충전소 건립 반대 포스터

하지만 아직까지 정부는 수소충전소 건립 반대 일부 여론에 대한 대책 마련을 세우지 않았다. 수소경제 활성화에만 너무 전념한 나머지, 수소충전소 안전에 대한 주민 불안을 해소할 대책안은 전혀 없다.

우선 정부가 내세울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바로 수소경제홍보T/F(테스크포스) 활용이다.

소경제홍보T/F는 충전소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충전소 설립을 위한 민간 업체 등의 이견을 좁히기 위한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 T/F를 활용해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도록 힘쓰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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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 주민설명회를 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 없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고민이 더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수소충전소 건립 반대로 한 때 몸살을 앓았던 서울 강남구는 최근 주민설명회를 예정했으나 참석 인원 수요 초과와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설명회 일정을 연기했다.

충전소에 대한 반대 여론이 향후 수소발전소 건설에도 영향을 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충북 음성군 한 주민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수소차 충전소도 폭발한다”는 표현을 써가며 발전소 건립에 반대하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