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한 반도체協 부회장 "한국 반도체 발전 마중물 되겠다"

"통상전문가 채용·고급인력 양성 집중...중기 해외진출 지원"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0/06/19 17:13    수정: 2020/06/20 17:31

"미중 무역분쟁에 코로나19까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협회는 한국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통상문제 해결을 위한 전문가 채용부터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전문인력 양성사업도 적극 추진하겠습니다. 협회가 앞장서 한국 반도체 발전의 마중물이 되겠습니다."


이창한(63)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 신임 상근부회장은 19일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발(發) 위기 국면 속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재점검하고 이를 위한 준비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기업과 정부 사이의 소통창구로서 현실적인 문제해결에 집중해 한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뜻이다.

이 부회장은 "미국과 중국이 최근 반도체를 둘러싼 패권전쟁을 벌이고 있고, 미래 새로운 기술과 산업에 대한 격렬한 경쟁도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며 "이게 심화되면 세계적인 통상분쟁이 일어날 수 있고, 이는 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 협회 차원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통상 전문가 채용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사진=KSIA)

우리 정부가 인공지능을 필두로 시스템 반도체 육성 전략을 펼치는 것과 관련해서는 강소기업을 육성을 위한 전문인력 양성 사업에 적극 나서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반도체 산업은 역사가 길지만, 새로운 기술과 끊임없이 접목되고 새로운 기술 분야에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앞으로 반도체 산업이 새로운 산업과 보조를 맞출 수 있도록 반도체협회는 신기술 트렌드에 맞게 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이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특히 전문인력 공급을 위해 정부와 협력해 석박사 및 전문학사 양성 사업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전했다.

지난 1일 취임한 이 부회장은 전 미래창조과학부 기획조정실장 출신으로 지식경제부와 과학기술부에서 반도체와 정보통신, 과학기술 분야를 두루 경험한 산업 정책 전문가다. 1957년생으로 서울 중앙고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미주리 주립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경희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다음은 이창한 상근부회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취임 소감을 말씀해 주시죠.

"아무래도 우리나라를 선도하는 큰 산업을 맡게 됐다는데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생산자 중심의 단체이고, 관련된 기업들의 발전을 도모하는 게 최대 목표입니다. 기업들의 고충을 직접 해결하기 어렵지만, 관련된 기관과 잘 협의해 애로사항이 없도록 하고, 성장 기회가 있다면 최대한 장을 만드는 마중물 역할을 할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미중 무역분쟁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세계적 확산까지 나타나 곳곳에서 경쟁과 갈등이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책임감의 무게는 남다를 것 같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최근 반도체를 둘러싼 패권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나아가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산업에 대한 격렬한 경쟁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게 심화되면 세계적인 통상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게 사실입니다. 매우 염려가 됩니다. 시장이 굉장히 불투명해지고,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반도체 산업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가 큽니다.

우리의 주력 산업인 메모리 반도체는 제품을 적재했다가 판매하는 구조입니다. 실리콘 웨이퍼를 투입하면, 2~3개월이 걸려 제품이 생산됩니다. 그만큼 수급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산업입니다. 설비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개의 생산라인을 건설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갑니다. 이에 생산라인을 준공한 이후에도 오랜 기간에 걸쳐 공장을 가동해야 합니다. 반도체 기업에게 지금 상황은 막대한 설비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있어 커다란 판단력을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시장의 급격한 변화가 투자를 저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통상 문제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작년에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조치에 나서면서 통상이슈가 큰 문제로 부상했었습니다. 최근 일본이 추가 수출규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데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기업의 대외 창구로서 통상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는 미국과 중국에 어떤 정보가 유통되는지 그런 것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관계된 사람들과 소통을 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문제는 코로나19 때문에 현재 소통창구들이 차단돼 있다는 부분입니다. 화상회의를 통한 소통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친밀한 관계 형성 및 유지를 통해 서로 간의 공유되는 부분이 있어야 제대로 대처를 할 수 있습니다. 중국과 미국에 영향을 주는 사람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정보와 관계의 교류를 확보하지 않으면 통상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루트를 확보하는 것이 반도체협회에게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고, 그래서 이를 담당할 통상전문가의 채용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통상전문가는 산업에 대한 이해부터 통상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춰야합니다. 더불어 언어의 장벽을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의 외국어 구사 능력도 필요합니다. 이런 인력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협회는 통상전문가 채용에 나설 예정입니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사진=KSIA)

-현재 광주 인공지능대표도시 만들기 추진위원회 부위원장도 맡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지속 가능하게 발전하기 위한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추진위원회에서도 늘 이슈가 되는 것이 변화하는 신기술(인공지능)을 어떻게 수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입니다. 어떻게 하면 최소의 비용으로, 신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개인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면서 경제적인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고민이 많습니다. 기술 전환기마다 근본이 되는 신기술은 사회에 빨리 수용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역사가 길지만, 새로운 기술과 끊임없이 접목되고 새로운 기술 분야에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반도체 산업도 끝없이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산업과 보조를 맞출 수 있도록 미리 판단하고, 능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반도체협회는 신기술 트렌드에 맞게 업계와 머리를 맞대 이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우리 정부가 최근 '한국판 뉴딜' 정책을 추진하면서 인공지능(AI)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정부 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낼 방안이 있을까요.

"정부의 정책만 보면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4차 산업과 관련된 기술을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하거나 기존 산업의 IT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문제는 많은 경우, 시장을 끌어오는 게 아니라 기술 공급자가 밀어내는 식의 서플라이 푸쉬(자원 공급형)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에 디멘드 풀(수요 견인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권투 경기에서 승리를 위한 결정적 한 방이 필요한 것처럼 정부 정책도 단시간에 제대로 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결정적 한 방이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를 국제화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실패한 대부분의 산업은 국내 의존형 산업이었습니다. 반면, 성공했던 산업은 국제형 산업이었습니다. 국제형 산업은 큰 시장에서 큰 고기가 나오듯이 좀 더 커다란 틀에서 지속가능한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봅니다. 특히, 반도체처럼 첨단 기술은 글로벌 시장에서 강대국들이 기술 경쟁을 펼치고 있는 만큼 우리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이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한국판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리쇼어링(제조업 본국 회귀)' 정책도 추진 중입니다. 이는 말씀하신 '국제화'와는 상반된 것처럼 들립니다. 정부 정책의 보완점이 있다는 뜻일까요.

"요즘 제조업과 관련된 리쇼어링 정책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리쇼어링 정책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세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로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을 만큼의 정부의 지원정책(토지, 세금, 인력 등)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두 번째로는 어떤 기술을 내재화하고, 보호할 수 있는지 스스로 구분해야 한다고 봅니다. 세 번째로는 비즈니스에 대한 국민의 호감도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국민은 물론 기업의 노조까지 기꺼이 받아들여 조성될 수 있는 생태계가 갖춰지지 않으면 리쇼어링 정책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반도체도 국내에서 리쇼어링이 가능한 것은 국내에서 생산해야겠지만, 판매조직이나 일부 연구개발, 특정 품목에서는 해외 현지에서 소비하는 것은 해외에서 생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비즈니스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반도체는 반드시 해외에서 생산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해외 진출이 필요한 분야는 국제화를 가속화하고, 국내 리쇼어링이 가능한 것은 국내에서 생산하되 리쇼어링 원칙을 고려해 효과적인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리쇼어링 정책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지난해부터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위한 용인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를 조성 중입니다. 그러나 지자체간 갈등으로 차질을 빚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반도체협회 차원의 방안을 갖고 있는지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일차적으로는 기업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두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가 공공영역까지 번지는 경우에는 협회와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상황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 비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대규모 투자가 갈등 없이 원만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지역민들 간의 서로 호혜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생태계 구축에 있어 반도체협회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업계 일각에서는 우리 반도체 산업의 중심이 너무 대기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들도 있습니다.

"한국 제조업 환경을 고려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같이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대기업들도 대기업 간의 경쟁 압박이 심하고,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을 하다 보니 이와 연관된 중소기업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대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들이 조금 더 큰 고생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를 정부가 개입해 직접 나서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중소기업 스스로 대기업과 협상을 할 수 있는 무기(기술력과 제품)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마찰을 직접 중재하는 것도 일부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의 기술적 역량을 강화하고 우수한 인력을 공급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에 장기간 근무하는 인력에 대해 근로세재 감면 등의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렇게 해야 강한 중소기업을 만드는 것이 강한 대기업을 키우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협회는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정부와 석박사 및 전문학사 등의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고, 이를 더욱 강화할 계획입니다. 또 최근 대학에서 제조업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고 있는 것을 고려해 기업과 함께 반도체 산업을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해 제공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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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반도체협회 부회장으로써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부탁드리겠습니다.

"대내외 환경이 불확실하지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으로써 시야를 밝게 보고,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돕겠습니다. 시스템 반도체 등 우리가 역점을 두고 육성해야 할 분야에 대해서는 한 걸음 더 뛰겠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 툴을 만들고, 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코로나19로 각종 전시회가 취소되는 등 비즈니스 환경이 어렵지만, 새로운 기술과 접목되면서 반도체 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협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최대한 발판을 마련하는 역할을 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