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휩쓴 反중국 기류, '중국산 통신장비·폰' 구매 취소?

통신 장비 배제에 모바일 기기 발표회 취소까지

홈&모바일입력 :2020/06/19 08:16

·인도에서 중국과의 국경 분쟁과 무력 충돌로 반(反) 중국 기류가 확산되면서 현지 통신업계의 중국 제품 불매 기류가 심상치 않다.

18일 현지 언론 ET텔레콤 등에 따르면 인도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법규를 개정해 인도 통신사가 중국 기업이 생산한 통신 장비를 구매를 완전히 금지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화웨이, ZTE 등 중국 기업의 직접적 타격이 예상된다. 또 중국 모바일 기업이 신제품 발표회를 취소하는 등 향후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입지 역시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앞서 인도 국유 통신사인 BSNL(Bharat Sanchar Nigam Ltd.)과 또 다른 통신사인 MTNL(Mahanagar Telephone Nigam Ltd.)은 4G 입찰을 하면서 화웨이, ZTE 등 중국 기업의 제품을 낙찰한 바 있다. 인도는 이러한 낙찰을 취소하고 다시 법규를 개정해 중국 기업의 통신 장비를 배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T텔레콤이 전한 관계 인사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이미 올해 이뤄진 BSNL의 입찰을 취소시켰다. 또 국유 통신사뿐 아니라 민영 통신사가 구매하는 중국 장비 역시 제재될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통신 시장은 1만2천억 루피(약 3조1천800억 원) 규모의 적지 않은 시장으로 화웨이와 ZTE 등 중국 기업이 25%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대부분은 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가 점유하고 있다. 이들 두 통신사 이외에도 바티에어텔(Bharti Airtel)과 보다폰 아이디어(Vodafone Idea)가 중국 화웨이, ZTE와 협력해 통신 네트워크를 건설했다. 릴라이언스 지오(Reliance Jio)는 삼성전자와 협력하고 있다.

또 인도는 5G 네트워크 건설에서 초기 화웨이와 ZTE를 배제했다가 다시 테스트에 참여시키는 등 문을 열어놓은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도에서 중국산 통신장비를 배척하는 기류가 향후 통신 장비들의 시장 입지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중국 모바일 브랜드 오포는 17일 '파인드 X2'의 인도 발표회를 취소했다. (사진=오포)

인도 정부가 공식적으로 통신사들에게 가능한 본토 기업의 통신 장비 구매를 독려하면서 향후 탈(脫) 외산 기류가 커질 수 있다. 다만 위 법 규제 개정에는 중국 장비만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져 당장 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가 입을 피해 우려는 적은 편이다. 오히려 화웨이와 5G 장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의 향방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인도 민영 통신사들의 경우 가격 경쟁력이 있는 화웨이와 ZTE 장비 참여를 주장하고 있어 향후 갈등도 예상된다. 인도 업계는 화웨이와 ZTE의 장비를 금지하면 인도 구매의 장비 구매 원가가 10~15% 가량 상승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통신장비 뿐 아니라 인도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도 반 중국 기류가 감지된다.

실제 중국 모바일 브랜드 오포(OPPO)는 지난 17일 인도에서 진행하려던 플래그십 모델 발표회를 전면 취소했다. 인도의 중국에 대한 불만 정서가 고조되면서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오포는 유튜브로 실시간 온라인 발표회를 열고 '파인드 X2(Find X2)'를 발표하려고 했지만 정해진 시간을 넘겨 진행되지 않았다. 대신 오포가 인도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노력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간단한 20분짜리 녹화 영상만 내보냈다.

인도와 중국의 긴장 국면에서 사회적 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인도 통신사의 중국 모바일 기기 유통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중국 언론 다호바오왕은 이번 인도 정부의 조치를 전하며 "화웨이, ZTE, 샤오미 등 모든 기업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중국 소비자향(B2C) 모바일 기기의 타격 역시 예상했다.

현재 인도 시장의 5위 스마트폰 브랜드 중 4개인 샤오미, 비보, 리얼미(Realme), 오포가 모두 중국 브랜드다 지난 1분기 중국 기업의 인도 스마트폰 시장 출하량 점유율은 76%에 이르렀다. 3위로 밀려난 삼성전자만이 톱5위에 올라있는 유일한 비(非) 중국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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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통신장비와 모바일 기기 분야에서 삼성전자에 반사이익이 될지 여부도 관심사다.

10년 내 세계 2위의 5G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도 시장을 둔 글로벌 통신 장비 및 모바일 기기 시장 변화에 촉각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