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을 요소 기술로 쉽고 저렴하게 쓸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형 블록체인(BaaS)'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고속성장 중이다. 우리가 지금 클라우드로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를 따라가긴 어렵지만, 아직 초기 산업인 블록체인에선 기회가 있다. 충분히 글로벌 1등 BaaS기업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두나무 블록체인 기술 자회사 람다256의 박재현 대표는 최근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연 39% 씩 성장하고 있는 BaaS 시장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BaaS는 기업이 업무나 서비스에 블록체인을 요소 기술로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미들웨어 서비스다. 블록체인 노드 구성부터 네트워크 설정과 운영 관리에 필요한 각종 도구를 제공한다. 이용 기업 입장에서는 초기 투자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되고 블록체인 전문 인력을 따로 채용하지 않아도 돼, 쉽고 저렴하게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박 대표는 "BaaS가 골드러시 시대 청바지 장사와 같다"며 그 성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골드러시 시대 금광 앞에서 청바지를 팔던 상인들이 산업 성장의 가장 큰 수혜자였던 것처럼 블록체인이 확산될 수록 블록체인을 쉽게 쓰게 해주는 도구인 BaaS에 대한 수요가 함께 커질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 시장조사전문 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의 지난 5월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BaaS 시장은 지난해 19억 달러(약 2조3천억원) 규모에서 2027년 249억4천만 달러(30조2천억원) 규모로 연평균 39% 씩 성장이 예상된다.
이미 해외에서는 칼레이도, 인퓨라, 알케미, 바이슨트레일러스 등 다수의 BaaS 전문 스타트업들이 주목받으며 탄탄하게 성장 중이다. 이중 바이슨트레일러스와 알케미는 지난해 말 각각 2천550만 달러(약 310억원), 1천500만(약 182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며, 잠재력을 인정 받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BaaS 시장 분위기는 글로벌과 온도차가 있다. 현재 국내 블록체인 초기 시장이 공공 사업, 정부지원 과제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데, 정부 블록체인 육성 정책에서 BaaS에 관련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민간 시장과 투자 펀드 분위기까지 좌우되는 경향이 있어 전반적으로 BaaS에 대한 관심이 저조한 편이다.
BaaS가 인터넷-모바일 시대 클라우드처럼 블록체인 시대가 열리면 '기반 서비스'로 크게 성장할 분야임에도 국내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박 대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 대표는 "클라우드 시장은 이미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해외 업체들이 세계 시장을 선점했고 굉장히 오랜시간 숙련된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쌓아 지금은 우리가 따라가기 어려운 분야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아직 초기 단계여서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글로벌 1등 회사가 나올 수 있는데 집안(국내 시장)에서도 활성화가 안되는 상황이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과 전문성을 가지고 블록체인 육성 정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블록체인에 대한 정부 정책이 분산아이디(DID)에 집중돼 있는데 DID가 중요하지만 블록체인이 전부는 아니다. 블록체인이 다양한 곳에 쓰이게 하려면 현실적으로 블록체인을 요소 기술로 쉽게 쓸 수 있게 하는 BaaS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람다256, 올해 BEP 달성 목표... "전문성·민첩함이 강점"
두나무 연구소로 출범해 지난해 3월 분사한 람다256은 척박한 국내 BaaS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박 대표에 따르면 람다256의 BaaS 플랫폼 루니버스에 가입해 직간접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기업은 약 800여 개에 이른다. 이중 70개 기업은 계약을 맺고 사용하는 유료 고객이다.
월과금 방식으로 꾸준히 매출을 올리고 있는 만큼 법인 설립 2년차인 올해 흑자전환까지 기대하고 있다. 박 대표는 "손익분기점(BEP)을 맞추고 흑자전환하는 것이 올해 목표"라며 "규모가 크진 않지만 BaaS에서 수익이 나고 있어서 무난히 달성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최근에는 8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도 마무리했다. 이번 투자 라운드는 종근당홀딩스, 야놀자 등 람다256의 전략적 사업 파트너들이 참여했다.
국내 BaaS 전문 업체는 람다256이 유일하지만 시장 경쟁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미존, 마이크로소프트, KT 등 국내외 클라우드 업체들이 BaaS를 제공하고 있고 대형 IT서비스 업체들도 자체 솔루션을 가지고 블록체인 구축 사업을 펼치고 있어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시장'을 놓고 경쟁 중이다.
박 대표는 이런 가운데 람다256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전문성과 민첩성'을 꼽았다.
그는 "아마존은 아직 하이퍼레저 1.4버전을 지원하지만 루니버스는 가장 최신 버전인 2.0버전을 안정적인 환경에서 제공하고 있다. 이런 스피트가 우리의 큰 경쟁력이다. 다른 업체들은 주력 사업이 따로 있지만 람다256은 블록체인이 주력 사업이이라 규모는 더 작지만 전문성이 있다"고 말헀다.
이어 "기업이 블록체인을 쉽게 쓰게 위해서 다양한 개발툴은 물론 개발환경, 지원 시스템, 교육, 컨설팅이 모두 필요하다. 이런 것을 종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글로벌에도 몇 개 없고 국내에는 람다256이 유일하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BaaS 중심으로 사업 확장해 나갈 것"
람다256은 BaaS 플랫폼을 중심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전시켜 나가는 중이다. 특히 컨소시엄 기반 포인트 및 데이터 교환은 블록체인 적용으로 즉각 효과를 볼 수 있는 분야로 보고 집중하고 있다.
박 대표는 "포인트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발행하면 발행부터 관리, 사용 추적, 다른 포인트와 교환까지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야놀자, 키인사이드 등이 주축이된 여가레저 산업 포인트 교화 프로젝트 '밀크'와 종근당 주도로 지행 중이 헬스케어 포인트 및 데이터 교환 프로젝트 '하우'에 람다256이 기술과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람다256은 밀크, 하우 이외에도 계속해서 컨소시엄 모델을 발굴하는 것은 물론, 기업들이 쉽게 블록체인 기반 포인트를 발행할 수 있도록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향후 뷰티, 엔터테인먼트 등 신규 버티컬에서도 이 같은 컨소시엄 기반 모델을 확장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고 컨소시엄을 구성하기 어려운 업체들도 포인트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블록체인 기반의 포인트 SaaS도 올해 3분기 안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블록체인 산업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인 DID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DID로 데이터 주권을 개인에게 돌려주게 되면, 데이터 산업이 더욱 발전할 것으로 보고 관심을 두고 있다.
그동안 한 서비스에서 발생한 이용자 데이터는 해당 서비스 안에 만 갇혀 있었다. 서비스 업체가 건건이 이용자 동의를 얻고 데이터를 외부 업체와 공유하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이터 소유와 제어에 대한 권한이 이용자에 있으면, 이용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다양한 업체에 제공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데이터 산업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람다256은 이같은 큰 그림 아래, DID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우선 야놀자와 협력해 호텔 예약과 체크인 과정에 DID를 도입을 진행 중이다.
박 대표는 "DID는 데이터 주도권을 개인에 넘겨주는 좋은 수단"이라며 "우리가 지금 만드는 DID는 개인 데이터 주권을 실현하는 데 포커싱돼 있다"고 설명했다.
BaaS를 중심으로 다양한 블록체인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해 나가다 보면, 새로운 산업 확장해 나가다 보면 지금과 다른 새로운 블록체인 기업이 되어 있을 것이란 게 박 대표의 예상이다.
박 대표는 "아마존이 온라인 쇼핑몰로 시작해 클라우드까지 사업을 확장한 것 처럼 람다256도 지금은 BaaS 전문 업체지만 그 위에 DID, 포인트 기술 등을 차곡차곡 쌓다 보면 1-2년 후에는 더 진일보한 다른 형태의 회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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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블록체인을 말하다] 시리즈 인터뷰
블록체인 산업이 침체되고 대중화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블록체인이 진짜 세상을 바꿀 혁신적인 기술이 맞나'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탈블(블록체인 업계를 탈출한다는 뜻의 신조어)'이 유행처럼 번진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탈블 덕분에 블록체인에 강한 확신을 가진 사람들만 업계에 남아 더 눈에 띄기 시작했다. 요즘 유행어로 '찐(진짜)'이란 수식을 붙일 만한 블록체인 열성 지지자들이다. 이들은 긴 침체기를 겪고 흔들리는 산업에 방향키를 제시할 적임자이기도 하다.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찐블'의 길을 택한 사람들을 만나 블록체인 기술의 진짜 가치와 가능성에 대해 들어보는 '2020 블록체인을 말하다' 인터뷰 시리즈를 시작한다.
①스트리미 이준행 대표 "블록체인 산업, 천천히 성장해야 정상"
②고려대 컴퓨터학과 인호 교수 "코닥·소니 무너뜨린 디지털화...'돈'도 예외 아니다"
③한국IBM 블록체인 기술총괄 박세열 상무 "경쟁사 끌어 안는 협업 비즈니스 커야 블록체인 뜬다"
④박재현 람다256 대표 ""BaaS시장 고속성장 중...韓 글로벌 1등 기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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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촬영·편집]
유회현 PD(lusy33@zdnet.co.kr), 김지학 PD(hijihac@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