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쌍용차, 사업 경쟁력 입증해야 지원"

이동걸 회장 "아시아나 매각 성패 속단할 필요 없어"

금융입력 :2020/06/17 17:28    수정: 2020/06/18 07:54

"돈으로 기업(쌍용자동차)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중요한 것은 사업이다. 이 부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7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차 지원 문제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쌍용차의 지속 가능성이 담보돼야 지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이 회장은 "쌍용차 노사가 많은 노력을 이어온 것은 사실이나, 지금 보기엔 충분하지 않다"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협의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산업은행 제공

■ "쌍용차, 기안기금 지원 어려워"

이날 산업은행 측은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통한 쌍용차 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기안기금은 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을 위해 마련된 만큼 쌍용차를 대상에 포함시키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최대현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원론적으로 기안기금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경영에 문제가 있었던 회사를 지원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코로나19 사태로 발생한 일시적 문제와 성격이 다르면 기안기금 지원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쌍용차 지원이 이뤄지려면 책임 주체(마힌드라)가 의지를 가져야하고, 구조조정 기준에 따라 회사의 지속 가능성이 확인돼야 한다"면서 "이 두 가지가 전제된다면 정부와 협의해 지원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부적으로 "외국계 차입금이 마힌드라 본사를 거쳐 쌍용차에 들어왔고 곧 만기가 돌아오는데 그에 대한 연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쌍용차는 기안기금을 통한 2천억원 지원을 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 1분기까지 13분기 연속 적자를 낸 데다 3월말 자본잠식률이 71.9%에 이르는 부분 자본 잠식에 놓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은 약 2천540억원이며, 내년까지 3천900억원을 갚아야 한다. 산은 역시 1천900억원 규모의 쌍용차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최대현 부행장은 "산업은행도 쌍용차 차입금 900억원의 상환 연장을 위해 타 기관과 협의 중"이라며 "추가 투자는 고민하겠지만, 기존에 나간 자금을 회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HDC현대산업개발, 만나서 얘기하자"

매각이 지연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과 관련해 산업은행 측은 이해 관계자의 진정성 있는 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최근 공문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한 답변이다.

최대현 부행장은 "HDC현산 측이 서면으로만 협의하자고 해서 만나자는 뜻을 전했는데 아직 회신이 없다"면서 "최고 경영자든 담당 임원이든 면담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협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협의가 진전되면 코로나19 사태 등 환경을 고려해 나머지 제반 조건에 대해 충분히 협상할 의사가 있다"며 "의지를 밝히지 않는 상황에서 기간만 연장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역설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 가능성에 대해선 "협의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라 밝히기 곤란하다"면서도 "HDC현산 측이 인수를 포기할 경우 시장 상황을 감안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동걸 회장 역시 "상호 신뢰가 뒷받침 돼야 거래를 끝까지 끌고 나갈 수 있다"면서 "HDC현산 측에 재질의 공문을 보냈으니 그 쪽에서 답이 오면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달 말 러시아에서 기업결합심사 결과가 나오면 그로부터 일정 기간 검토할 시간이 있다"며 "아직 거래 성패를 속단할 필요 없다"며 선을 그었다.

■ "두산, 정상화 의지 강해…사업 재편 도울 것"

산업은행 측은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에 3조6천억원을 수혈한 두산그룹과 관련해선 사업재편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며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최대현 부행장은 "두산 측이 신속하게 자구계획을 이행하고, 에너지 중심 그룹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면서 "협상 중 두산 측이 자체적으로 매각 대상과 기간까지 제출했고, 채권단도 실사를 통해 이를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6월부터 9월까지 외부 컨설팅 기관 검증을 거쳐 회사 구조와 사업부 개편 등을 논의할 것"이라며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면 두산그룹이 조기에 정상화되는 것은 물론 채권단의 지원자금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산 측 자구안을 공개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선 "영업력 훼손과 기업가치 하락, 직원 동요, 인력 이탈 등 마이너스 효과가 크다고 봤다"면서 "두산도 이런 부분 때문에 오픈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또 채권단이 자산 매각을 강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엔 "강제할 수도 없을뿐더러, 그 기한을 정해놓으면 시간에 쫓겨 기대 이하의 가격으로 매각될 수 있다"면서 "이미 검증은 끝났으니 자율적으로 하도록 둘 생각"이라고 반박했다.

■ "대한항공엔 추가 자금 지원 검토"

이밖에 산업은행 측은 대한항공에 대해선 조만간 기안기금을 통해 추가 자금을 투입할 계획 이라고 예고했다.

최대현 부행장은 "시뮬레이션 결과 대한항공엔 앞서 지원한 1조2천억원 외에도 연내 8천억원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회사와 협의해 기안기금으로 추가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5월26일 자금을 지원하면서 대한항공과 전반적인 약정을 체결했다"면서 "여기엔 유상증자 부분이 포함됐고, 자본확충 금액 미달 시 한진칼이 가진 유상증자 분을 산업은행에 담보로 제공한다는 내용도 담겼다"고 언급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달 대한항공에 1조2천억원을 지원하는 안건을 최종 승인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항공 운행 중단과 예약 항공권 환불 속출로 유동성 공급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또 대한항공과 금융지원을 위한 특별약정을 맺었는데 자구안엔 대한항공 측이 추진 중인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서울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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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최대현 부행장은 "자구안 관련 사업구조 개편은 7월말까지 외부 컨설팅 진행하고 사업부 매각 등 같이 협의 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송현동 부지 매각과 관련해선 "자금조달에 필요하다고 회사 측이 제시했던 부분"이라며 "토지라 그 쪽이 생각하는 매매 가격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연되더라도 약정 이행엔 문제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