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스마트폰 시장이 더욱 어려워진 가운데, 삼성전자가 애플과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사이에서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폰 시장에서는 애플에, 전체 판매량 부분에서는 화웨이에, 중저가폰 시장에서는 샤오미 등 중국 제조업체에 밀리는 3중고를 겪는 모양새다.
16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월간 판매량에서 처음으로 화웨이에게 1위 자리를 내줬으며, 올 1분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베스트셀러 탑5에서는 순위에 들지 못했다.
■ 1분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탑5, 삼성은 없다…1~4위 애플, 5위 화웨이
카운터포인트가 15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400달러(약 48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부문 글로벌 베스트셀러 탑5에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포함되지 않았다.
1분기 글로벌 프리미엄 폰 판매율은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지만,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전년과 유사한 22%를 유지했다. 프리미엄 폰 시장은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22% 수준이지만, 매출은 전체 스마트폰 매출의 약 57%를 차지하고 있어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베스트셀러 탑5중 1위부터 4위까지는 모두 애플 제품이었으며, 마지막 5위는 화웨이의 메이트30 프로 5G가 차지했다. 5G 제품이 프리미엄 부문 베스트셀러 탑5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위는 아이폰11, 2위는 아이폰11프로 맥스, 3위는 아이폰11프로, 4위는 아이폰XR이었다.
제품별이 아닌 전체 1분기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에서 봤을 때, 삼성은 2위(19%)를 차지하고 있지만 1위인 애플(57%)과 점유율 차이가 크게 나는 상황이다. 삼성은 현재 중국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애플에 밀려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프리미엄 폰 시장에서는 화웨이가 1위며, 애플이 2위다. 1분기 화웨이 프리미엄 폰은 90% 이상이 중국 현지에서 판매됐다.
■ 4월 스마트폰 판매량, 화웨이 삼성 제치고 첫 1위
삼성전자는 최근 프리미엄 폰 시장뿐 아니라 스마트폰 판매량 부문에서도 1위 자리를 놓쳤다. 카운터포인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월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화웨이가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월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1% 감소한 6천937만대를 기록했으며, 이중 화웨이와 삼성은 각각 21.4%와 19.1%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 화웨이가 월간 판매량에서 삼성을 제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1분기 전체 판매량으로 봤을 때는 삼성(5천533만3천대)이 여전히 화웨이(4천249만9천대)보다 많았다.
4월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이 이처럼 높았던 것은 미국이 무역분쟁으로 인해 화웨이에 제재를 가하면서 중국인들의 '애국 소비' 성향이 강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또 코로나19로 삼성전자의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0의 글로벌 판매는 부진했지만, 중국의 경우 4월부터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스마트폰 판매량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 인도서 삼성 제친 샤오미, 애플 전략 따라간다
삼성을 위협하는 것은 애플과 화웨이뿐이 아니다. 샤오미, 오포, 비보, 원플러스 등 중국 제조업체들의 해외 시장 공략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특히, 샤오미의 성장세가 무섭다.
샤오미는 인도와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이 크게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샤오미는 올 1분기 유럽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6.9%p 상승한 11.4% 점유율을 차지했다. 올 1분기 인도 시장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5.4%p 상승한 34.7% 점유율로 1위 자리를 유지하며,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인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스마트폰 시장이다. 샤오미는 2018년 3분기부터 삼성을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줄곧 1위를 차지하던 인도 시장에서 2018년 이후 점유율이 계속 떨어지기 시작해, 샤오미에 1위를 내어준 후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에도 비보에 밀려 점유율 3위를 기록했다. 올 1분기 인도 시장 점유율 탑5업체 중 4개 기업이 중국업체였으며, 삼성전자는 탑5에 든 업체 중 유일하게 출하량이 하락했다.
샤오미의 이같은 공격적인 성장의 기저에는 애플을 따라가는 샤오미의 전략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이 iOS를 기반으로 서비스 사업을 전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샤오미도 스마트폰 판매 확대를 통한 인터넷 서비스 사업을 주 수익원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샤오미의 부문별 매출액 비중은 스마트폰이 월등히 높지만, 매출 총이익 비중을 따지면 광고 및 게임 매출 등을 포함한 인터넷 서비스 비중이 훨씬 높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샤오미 인터넷 서비스 매출은 전체 매출의 9.6%에 불과했으나, 영업이익 기여도는 4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샤오미는 서비스 매출을 확대하기 위해 스마트폰 판매 확대를 통한 이용자 확보를 노리고, 이를 위해 ODM(제조자개발생산)을 통해 단말기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택하는 것이다.
하이투자증권 고의영 연구원은 "핵심은 보조금인데, 이동통신사가 보조금 주체가 되는 국내와 다르게 동남아, 인도, 유럽 일부 국가는 자급제 시장이 크게 형성돼 이통사가 아닌 개별 리테일러들이 마케팅의 주체가 된다"며 "이들 입장에서는 인센티브를 많이 주는 샤오미의 스마트폰을 파는 것이 이득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 삼성, 살 길은 투트랙 전략? "폴더블과 ODM 집중"
삼성전자도 현재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위기 극복을 위해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수원 사업장을 찾아 무선사업부 경영진과 회의를 갖고 상반기 스마트폰 실적과 하반기 판매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과 최경식 전략마케팅실장, 김경준 개발실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강점인 하드웨어 경쟁력을 살린 폼팩터 개발과 ODM을 통한 원가 절감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생산 난이도가 높은 폴더블 폼팩터 부문에서 계속 선두 주자로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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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영 연구원은 "폴더블 폼팩터는 현재 무주공산이고, 여전히 다양한 폼팩터가 개발될 여지가 있다"며 "삼성의 갤럭시폴드와 갤럭시Z플립은 순항 중인 반면, 화웨이 메이트XS는 여전히 기술적 완성도가 떨어지며, 오포와 비보는 아직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조차 하지 않았고 애플은 2022년 이후에나 폴더블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 시장에서 확실한 포지셔닝을 가져가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 "스마트폰 사양이 상향 평준화될수록 제품 차별화를 통해 소비자 선택을 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가격이 주요 변수로 부각되고 원가 절감이 중요해지는 환경이 된다"며 "ODM 확대는 속도의 문제이지 불가피한 방향이며, 삼성전자의 ODM 생산 비중은 8%에 불과하기 때문에 여전히 확대의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