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게임 노베나 디아볼로스 "기존에 없던 게임 만들고 싶었다"

"인디게임 개발자는 모두 동료...처음 마음 먹었던 게임 끝까지 완성해야"

디지털경제입력 :2020/06/16 11:20

네오위즈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이 공동 주관하고, 구글 인디 게임 페스티벌, 트위치 등이 후원하는 온라인 게임쇼 '방구석 인디 게임쇼'가 16일 개막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인해 각종 게임쇼가 연이어 취소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디게임 업계를 돕기 위해 진행되는 이번 게임쇼에는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인디게임부터 참신함을 무기로 입소문을 타며 호평 받고 있는 인디게임까지 다양한 게임을 만나볼 수 있다.

H5DEV 게임즈가 개발한 어드벤처 게임 노베나 디아볼로스는 평소 인디게임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게임이다. 주어지는 상황에 맞게 선택지를 택하는 식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비주얼 노벨 혹은 텍스트 어드벤처 장르에 매번 플레이 할 때마다 내용이 달라지는 로그라이크 요소를 결합한 이 게임은 제작 당시부터 시장의 큰 관심을 받은 바 있다.

H5DEV 게임즈 안상현 대표.

게임 출시 전 개발비를 확보하기 위해 진행한 텀블벅 펀딩에서 목표 금액의 3배가 넘는 후원금이 모여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이 게임이 인디게임 시장에서 얼마나 큰 기대를 받았더 기대작인지 알 수 있게 한다.

H5DEV 게임즈는 안상현 대표와 김도현 디렉터 둘이 만든 게임이다. 이야기가 주가 되는 게임이지만 정작 이 둘은 각각 애니메이터와 디자이너로 커리어 대부분을 이어왔다는 것이 흥미로운 점이다.

프로그래밍이나 기획 등 게임개발하면 바로 떠오르는 직군을 거쳐온 이들이 인디게임, 그것도 국내에서 마이너한 장르로 취급받는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을 개발하게 된 동기가 무엇일까.

안상현 대표는 게임을 즐기다 스포일러를 당했던 본인의 기억이 시발점이었다고 이야기 했다.

노베나 디아볼로스 스크린샷.

안 대표는 "추리게임을 하다가 스포일러를 당한 적이 있다. 그때 이런 스포일러가 추리 콘텐츠의 단점이 될 수 있다고 느꼈다. 어떻게 하면 이걸 보완할 수 있을까 하고 방법을 찾다가 범인이 매번 바뀌면 해결되겠다는 답을 내놓게 됐다. 전에 없던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발을 시작한 이 둘 앞에는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이 널려있었다. 텍스트 어드벤처 장르의 핵심인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부터 게임 개발의 가장 기초가 되는 프로그래밍 등 개발 과정 하나하나가 이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김도현 디렉터는 "노베나 디아볼로스는 플레이 할 때마다 이야기가 변하기 때문에 애초에 세계관을 잘 짜야 하고 설정도 탄탄하게 구성을 해놔야 했다. 또한 각 캐릭터의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어느 정도 이야기를 진행하면 꼭 설정이 무너지거나 이야기에 모순이 발생했다"라고 말했다.

안상현 대표도 같은 점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안 대표는 "처음에는 히로인이 여섯 명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한 명의 이야기를 만드는데 모든 캐릭터의 이야기와 충돌하더라. 결국 캐릭터를 삭제하게 됐다. 아쉬운 결정이었다"라고 말했다.

H5DEV 게임드 김도현 디렉터.

H5DEV 게임즈는 향후 DLC를 통해 개발 과정에서 삭제 됐던 캐릭터를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또한 이를 통해 다회차 플레이의 재미를 더욱 강조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어렵기로 소문난 인디게임판에 뛰어든 이들은 생각한 것보다 어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고 있지만 모든 과정 하나하나를 새로 경험하며 진행하기 때문에 곤란한 적도 많았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김도현 디렉터는 "게임 엔딩에서 올라가는 스탭롤에 감사한 사람들에 이름을 올린 이들 대부분이 도움을 준 프로그래머들일 정도다. 많은 도움을 받으며 만든 게임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개발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 외에도 인디게임판 자체가 지니고 있는 어려움도 언급했다. 특히 국내 인디게임 시장이 워낙 작다보니 모든 작업에 들어가는 비용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김 디렉터는 "하고 싶은 게 많아도 인력을 많이 투입할 수 없다보니 폐기한 기획이 많다. 인디게임 시장이 좀 더 컸더라면 어땠을까. 먼저 성공한 우리 같은 게임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그랬더라면 자신감을 더 가질 수 있었을 거 같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모든 인디 개발자가 기획을 하면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는 없을 정도로 어렵다. 많은 인디 개발자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인디게임 시장이 변하고 있다는 H5DEV 게임즈.

인디게임 시장에서 좌충우돌 하며 많은 어려움을 겪은 이들은 최근 인디게임 시장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확실히 작년부터 인디게임 판의 크기가 커지고 유입되는 이들의 수도 늘어난다며 인디게임에 대한 인식이 더욱 개선되기를 바란다며 희망을 보이기도 했다.

노베나 디아볼로스는 해외 시장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국내 인디게임이다. 특히 아무런 프로모션도 진행하지 않고 게임 이름도 한글로만 작성했음에도 해외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노베나 디아볼로스의 게임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는 인디게임임에도 H5DEV 게임즈의 두 개발자는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모두가 동료이며 성공사례가 나와야 모두가 살아날 수 있는 구조라며 인디게임 개발자를 독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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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현 대표는 "인디게임 판에서는 모두가 동료다. 모두가 힘들다. 서로가 견제할 일도 없다. 성공사례가 나와야 모두가 살 수 있다. 이런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면 인디게임 개발을 처음 시작했을 때 생각했던 게임을 만들어나가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들 언더테일 같은 게임을 만들겠다며 인디게임 개발을 시작하지만 여러 이유로 방향을 선회하고는 한다. 하지만 인디게임 최고의 무기는 어설픈 흉내가 아니라 차별성과 참신함이다. 인디게임 판에 뛰어들었을 때 생각했던 게임을 끝까지 완성을 해줬으면 좋겠다. 동료이자 게임 이용자로서 가지는 바람이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