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구 진동만 훔쳐보면 뭐라고 말하는지 다 안다

전구 진동 측정해 소리 복원...“암호해독에 유용”

인터넷입력 :2020/06/16 11:09    수정: 2020/06/16 11:15

방에 걸려있는 전구의 미세한 진동을 측정해 대화 내용을 엿들을 수 있는 도청 시스템이 개발됐다.

더와이어드, 기가진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립대학인 벤 구리온 대학교와 바이츠만 과학 연구소는 카메라와 도청기를 설치하지 않고 멀리 떨어진 위치에서 전구의 진동을 측정함으로써 방 안의 대화와 소리를 도청할 수 있는 시스템 ‘램폰’(Lamphone)을 공개했다.

램폰은 노트북, 망원경과 센서를 사용한다. 수십미터 떨어진 곳의 소리를 실시간으로 듣는 시스템이며, 설치비용은 약 1천 달러(120만원)다. 전구 유리 표면에서 발생한 작은 진동을 소리로 복원시키는 방식인데, 실내 기기를 해킹하거나 기기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게 특징이다. 전구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만으로 실내의 모든 소리를 복원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 설명이다.

전구 자료사진(제공=픽사베이)

이번에 공개된 실험은 전구가 매달린 방에서 약 25m 떨어진 곳에 망원경을 설치하고, 망원경의 접안렌즈에 전구의 진동 센서인 포토 디텍터(광신호를 전기 신호로 변환하기 위해 빛을 검출하는 장치)와 PDA100A2를 사용함으로써 빛을 전기신호로 변환했다. 방 안에서 나온 음악이나 음성을 재생했을 때 센서가 전구로부터 진동 값을 측정하고, 실시간으로 PC에 복원된 음성을 출력시켰다. 이번에 사용된 센서는 전구 수백미크론(μ)의 진동도 검출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에 따르면 회전 프레임식 전구가 아닌, 천장이나 벽에 고정된 전구로도 음성 복원이 가능한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또 이번 실험에서 음성이나 음악을 재생했을 때 스피커 볼륨을 최대치로 했기 때문에, 작은 소리로 대화를 했을 경우 전구의 진동에서 음성 복원이 가능할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램폰 개념도(제공:nassiben.com)
램폰 실험 자료 사진(제공=nassiben.com)

다만 연구팀은 이번 실험이 비교적 저렴한 장비를 사용했기 때문에 더 섬세한 진동을 검출할 수 있는 고가 장비를 사용할 경우 작은 목소리의 대화도 전구 진동으로 복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관련기사

스탠포드 대학 전기공학 및 암호학 댄 보네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암호해독에 응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회전 프레임식 전구에 한정되고 큰 소리가 필요하다고 해도 전구의 진동에 의해 음성 복원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으로 이 방법은 점차 개량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램폰은 첩보 활동에 상당히 실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첩보 활동에 유용함을 바탕으로 이번 연구를 공표한 이유에 대해 “간첩이나 법 집행 기관을 유리하게 하려는 이유가 아니라, 감시하는 측과 받는 측 서로가 어떤 기술사용이 가능한지를 밝히기 위해서”라면서 “우리는 도청의 도구를 제공하는 게임에 참여하지 않는다. 다만 모든 종류의 공격을 알고 공격에 대한 의식을 높여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