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정부 압박하는 마힌드라…쌍용차, 기안기금 받을까

은성수 금융위원장 "심의위원회서 결정할 것"

금융입력 :2020/06/15 17:29    수정: 2020/06/16 08:19

쌍용자동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다시 한국 시장 철수설에 불을 지폈다.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꾸려진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의 신청 기간이 임박한 가운데, 우리 정부가 쌍용차 지원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지난주 1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쌍용차가 새로운 투자자를 필요로 한다"면서 "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을지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니시 샤 마힌드라 부사장은 "만약 쌍용차의 새로운 투자자가 생기면 자동으로 우리 지분율이 내려가거나, 투자자가 우리 지분을 사들일 수 있다"면서 "수익성이 뚜렷하지 않은 사업은 파트너십을 모색하거나 접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마힌드라가 쌍용차 최대주주(지분율 75%)로서의 지배권을 포기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셈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마힌드라 측 진의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처음 나온 얘기가 아닐뿐더러, 이들이 지분을 처리하는 방식(일부 또는 전량 매각) 또한 불투명하다는 이유다.

마힌드라 측은 지난 4월에도 약속했던 2천300억원 투자계획을 철회하면서 쌍용차가 새 투자자를 찾도록 돕겠다고 언급했지만 그동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진 않았다. 게다가 쌍용차 매각도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지금까지 7천억원을 투입한 반면 그 지분 가치는 약 2천400억원으로 쪼그라들어 마힌드라 측이 상당한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즉, 마힌드라의 이번 발언은 기안기금을 받아내려는 일종의 '압박용 카드'가 아니냐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현재 쌍용차는 기안기금을 통해 2천억원을 수혈받길 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 1분기까지 13분기 연속 적자를 낸 데다 3월말 자본잠식률이 71.9%에 이르는 부분 자본 잠식에 놓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은 약 2천540억원이며, 내년까지 3천900억원을 갚아야 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기안기금을 통한 쌍용차 지원엔 조심스런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안기금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을 위해 마련됐는데, 쌍용차의 경우 코로나19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진단에서다.

이날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쌍용차 지원 여부에 대해 "심의위원회를 통해 하는 결정하는 것이라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통상적인 발언이지만 앞서 "쌍용차를 재무적인 관점에서 볼 것인지, 다른 파급효과까지 같이 볼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한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의 견해와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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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업계 안팎에선 정부가 쌍용차 이슈를 놓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칙대로라면 지원을 거절할 수도 있지만, 마힌드라가 철수할 경우 쌍용차와 협력사를 중심으로 약 1만명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만큼 마지막까지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역시 부산물류센터와 서울서비스센터 등 비핵심자산을 팔아 2천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는 등 경영정상화에 주력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마힌드라 측 발언에 주목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쌍용차로부터 어떤 요청도 없었다"면서 "조만간 차입금의 만기가 돌아오는 만큼 어떻게든 의견을 주고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