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50% 선지급…피해자는 '반발'

대책위 "일방적 결정…전액 배상해야"

금융입력 :2020/06/12 16:09    수정: 2020/06/12 16:10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환매 중단된 '디스커버리 펀드'와 관련해 투자자에게 최초 투자원금의 50%를 미리 지급하기로 했다. 계속되는 배상 요구에 한 발 물러나 선제적 조치를 취한 셈이다.

다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며 적어도 원금은 돌려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라 한동안 진통이 예상된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 대책위원회(대책위)는 11일 저녁 입장문을 통해 "기업은행 이사회가 일방적으로 '가지급 50% 후 정산'을 결정한 것은 올바른 문제해결 방법이 아니다"라면서 "전액 배상을 받을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은행 이사회가 전날 투자자에 대한 '선(先)가지급, 후(後)정산'안을 결정한 것에 대한 발언이다.

기업은행은 2017~2019년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 총 6천792억원 어치를 판매했다. 그러나 미국 운용사가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현재 약 914억원 규모의 환매가 지연된 상태다.

13일 경영현안점검회의서 발언하고 있는 윤종원 기업은행장.(사진=기업은행)

이에 기업은행 이사회는 일단 원금의 50%를 투자자에게 돌려주고, 나중에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을 거쳐 보상액이 결정되거나 환매 중단된 펀드의 회수액이 확정되면 차액을 정산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또 환매 지연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실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는 선지급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지난 8일부터 금융감독원의 검사가 진행 중인 만큼 사실관계를 명확히 한 뒤 합리적으로 해결하자는 취지라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소비자의 금융애로를 해소하고자 국책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했다"면서 "50%라는 지급비율은 과거의 금감원 분쟁조정 결과를 반영해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즉, 전액 보상을 수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 금감원은 분쟁조정 과정에서 상품 판매의 적정성과 적합성, 부당권유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데, 소비자로서는 전액 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불완전판매를 입증하는 것 자체가 무척 까다로울 뿐 아니라,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손실은 투자자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까지 고려해 결론을 내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융권 전반을 떠들썩하게 했던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 사태' 때도 분조위는 사례에 따라 40~80%를 책임지라고 은행 측에 권고했었다.

하지만 대책위는 기업은행의 결정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원금의 50%를 되찾게 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나 그간의 목소리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유다. 이들은 지난 8일 윤종원 행장과의 면담에서 ▲전액 배상을 원칙으로 한 선지급 ▲행장 주관 피해자 공청회 개최 ▲디스커버리펀드 책임자 중징계 등을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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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 관계자는 "이자까지 포함해 원금의 110%를 지급하라고 주장해왔지만, 윤종원 행장과의 면담 이후엔 원금만이라도 돌려받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면서 "앞선 분쟁조정 사례를 잘 알고 있지만 국책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책위는 예고한대로 완전배상이 이뤄질 때까지 금감원과 국회,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집회를 이어갈 것"이라며 "금감원 측엔 기업은행 검사 결과를 조속히 발표해 줄 것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