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공들인 양자보안 스마트폰...SKT·비트리·IDQ ‘맞손’

QRNG 고도화 칩셋 탑재... 양자암호통신 최강 보안

방송/통신입력 :2020/06/11 16:06    수정: 2020/06/11 17:31

지난달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양자 보안 스마트폰 ‘갤럭시A 퀀텀’이 나오는데 4년의 시간이 꼬박 걸렸다. 새끼손톱 크기의 양자 난수 생성을 위한 칩셋 개발 과정 속에서 반도체 설계 산업 생태계부터 근본적으로 양자 기술 확보에 상당한 노력이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갤럭시A 퀀텀 스마트폰은 SK텔레콤 자회사 IDQ가 개발한 양자난수생성(QRNG) 칩셋을 탑재하고 있다. 철벽 보안이라고 일컫는 양자암호통신을 가능케 하는 가로 세로 2.5mm 크기의 칩셋이다.

디지털 신호에서 보안은 난수를 통해 설정하게 된다. 기존 난수는 말 그대로 랜덤 형식으로 보안 취약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양자보안은 광자 특성을 이용해 진정한 난수를 사용하게 된다. 이처럼 진정한 난수를 만들어내는 것이 IDQ의 QRNG 칩셋이다.

갤럭시A 퀀텀에 탑재된 QRNG 칩셋은 팹리스 기업인 비트리가 설계를 맡고, 생산은 파운드리 회사인 DB하이텍이 맡았다. 출하량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가 QRNG 칩셋을 갖춘 단말을 내놓기까지는 지난 2016년 SK텔레콤 양자연구소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수년간 아무런 수익도 없이 양자암호통신 연구에 몰두해온 SK텔레콤은 양자 난수를 발생시키는 기술을 확보한 뒤 이를 상용화시키기 위한 하드웨어 파트너 회사를 찾기 시작했다. 다만 QRNG를 생산해본 회사가 없던 터라 협력 파트너를 찾는데 애를 먹었다.

이후 비트리라는 국내 팹리스 회사가 QRNG 설계에 동참키로 하고 SK텔레콤의 양자 기술 파트너에서 자회사로 연합군이 된 IDQ가 가세한 뒤 개발에 더욱 속도가 붙었다.

SK텔레콤과 비트리는 스마트폰에 탑재할 수 있는 QRNG 개발에 앞서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용 QRNG 칩셋을 2018년 개발했다. 이때 칩셋의 크기는 가로 세로 5.0mm 크기 수준이다. 차량용 반도체로 안전 적합성 인증도 얻었고, 2년전 USB 드라이브의 모듈 형태에서 초소형 칩셋으로 진화하게 됐다.

5mm 크기 칩셋 안에는 광자를 발생시킬 수 있도록 LED 광원부를 갖춰야 하고, 이 빛을 받아들일 수 있는 CMOS 이미지센서도 갖추고 있다. 또 이미지센서가 빛을 받아들이면 이를 양자 난수로 발생시키는 디지털 신호 처리 기능까지 작은 칩셋 안에 담아야 했다.

칩셋 수준의 소형화 설계부터 패키징 단계까지 만만치 않은 작업이 이어졌다. 플라스틱 패키징에서 메탈 소재 패키징을 위해 아이에이네트웍스가 가세했고 극한 상황에서 정상 작동을 위해 테스트 업체까지 손을 잡았다.

엄상윤 IDQ 한국지사장

세상에 전혀 없던 제품군을 위해 여러 회사가 한데 힘을 쏟을 수밖에 없던 셈이다. 칩셋 내부 데이터 접근을 차단하고, 칩셋 안 부품 별로 다른 전압을 공급하고, 클럭 스피드를 조절하는 등 복잡한 기술 개발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2018년 초 SK텔레콤과 삼성전자 경영진이 QRNG 칩셋을 스마트폰에 탑재하는데 뜻을 모으면서 기술 개발 과정은 더욱 바빠졌다. 손가락 크기의 QRNG 모듈을 칩셋 수준 크기로 겨우 만들었는데 스마트폰 탑재 부품 수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소형화를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해졌다.

칩셋 설계를 맡은 비트리는 SK텔레콤, IDQ, 삼성전자 품질팀과 꾸준히 논의를 이어가며 갤럭시 시리즈 스마트폰에 탑재하기 위한 기술 수준에 맞추기 위해 거듭된 설계와 테스트를 반복하게 됐다.

LED 광원, CMOS 이미지센서, 전력어답터를 모아놓고 양자 난수 생성 기능을 완전히 이끌어내기 위해 6개월간 약 100만버의 테스트가 진행됐다. 끝내 갤럭시A 퀀텀에 탑재하게 된 QRNG 칩셋은 가로 세로 2.5mm에 두께 0.8mm의 크기로 상용화됐다.

세계 최강 보안 기능을 쌀알만한 크기로 만들어낸 뒤 삼성전자 품질기준을 통과하고 지난 4월 본격적인 양산 절차에 돌입한 뒤 지난 달 세계 최초 양자보안 스마트폰이 탄생하게 됐다.

IDQ, 비트리와 함께한 SK텔레콤의 양자 기술 개발과 상용화 계획은 지속될 예정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와 자율주행 기업과 이미 협력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머지않아 새로운 양자보안 스마트폰과 양자보안 가전제품, 양자보안 자율주행차의 모습도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양자 보안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 개발도 꾸준히 이어진다. QRNG 칩셋 설계와 개발, 양산 과정에서 그랬던 것처럼 서비스 개발에도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SK 오픈 API 홈페이지에 QRNG 칩셋 기반으로 양자 보안 서비스를 누구나 개발할 수 있도록 SDK고 공개하고 있다. 엄격한 보안이 필요한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맡을 새로운 파트너에 문이 열려 있다는 설명이다.

스마트폰 분야에선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에 모바일용 QRNG 칩셋을 공급함으로써 양자보안 기술이 탑재된 스마트폰 라인업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또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SK 오픈 API 홈페이지에서 오픈 API를 공유하고 스마트폰에서 이용 가능한 양자보안 기반 서비스도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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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차세대 보안 기능에 대한 수요가 높은 자동차 전장, 클라우드 산업 분야에 사용되는 반도체에도 QRNG 칩셋을 탑재해 반도체 성능을 고도화 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양자 보안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차량 간 통신, 차량 인포테인먼트, 암호화 알고리즘과 프로토콜, IoT 스마트 그리드, 스마트시티, 금융 거래, 블록체인 등 새로운 협력 모델이 만들어질 분야는 한계가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