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기(65) 전 중국 삼성 사장이 중국 반도체 기업 최고 경영진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장기적으로 중국의 핵심인력 빼가기가 늘면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장 전 사장은 최근 중국 디스플레이 구동칩셋 제조업체인 '에스윈'의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에스윈은 중국 BOE 창업자 왕둥성 회장이 지난 2월 설립한 반도체 기업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용 구동칩셋을 생산한다. OLED 구동칩셋은 OLED 디스플레이를 구성하는 화소를 조절해 색상을 나타내도록 돕는 핵심 부품이다. TV는 물론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태블릿PC 등 OLED 기반의 다양한 완제품에 필수적으로 적용된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장 전 사장을 영입한 에스윈이 OLED 시장 장악에 나선 중국 업계와 협력해 본격적인 OLED 굴기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 전 사장이 몸담았던 삼성전자는 18년째 디스플레이 구동칩셋 시장 1위를 차지하는 등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장 전 사장 영입으로 중국 업계가 앞으로 핵심인재 영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높아졌다.
실제로 최근 국내 채용 사이트에는 중국 디스플레이(BOE) 기업이 '65인치 대형 OLED 패널 이상 경력자'를 구한다는 공고가 올라오는 등 중국의 핵심인력 빼가기는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 현재 BOE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출신 인력이 100여 명 이상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삼성전자 고위 임원(장원기 전 사장) 출신이 중국 회사의 부회장을 맡고 있다는 것은 중국이 한국의 핵심인재 영입에 나설 때 그만큼의 대우를 보장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며 "이는 기존에 토사구팽 문화로 중국 진출을 고심했던 한국 핵심인력들이 중국으로 유입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최근 중국이 미국의 화웨이 제재조치로 반도체 굴기 전략에 차질을 빚고 있는 만큼 한국 메모체 반도체 핵심인력에 대한 은밀한 영입활동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이 미국 화웨이 제재안으로 탈출구를 마련하기 위해 한국의 우수 인력을 대거 영입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정부(국정원)가 핵심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장 전 사장처럼 퇴직 임원이나 동종업계 취업 금지 규약에서 자유로운 퇴직 2년 차 이상 인력들에 대해서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이유로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 중국 기업들이 고액 연봉을 제시하는 상황에서 핵심인력 유출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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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고위 임원이라 해도 퇴직 이후에는 마땅히 경제활동을 할 자리가 부족한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라며 "보통 대학의 산학연 교수나 연구단체 임원으로 자리를 옮기지만 2년 이상 장기근무가 어렵고, 과거처럼 자회사 취직도 쉽지 않다. 중국 취업 자체를 막는 것보다 국내 재취업을 통해 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 필요한 문제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장 전 사장은 1981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반도체총괄 액정표시장치(LCD) 사업부 전무(2002년), LCD 사업부장(사장, 2009년), 중국 삼성 사장(2011년) 등을 역임하고, 2017년 퇴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