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HBO맥스서 사라지다

노예제 미화 논란…역사적 맥락 설명과 함께 곧 재상영

인터넷입력 :2020/06/11 09:17    수정: 2020/06/11 09:30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영화사를 빛낸 불후의 명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사라졌다. 흑백 인종 차별을 미화했다는 논란 때문이다.

미국 씨넷에 따르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HBO 맥스는 10일(현지시간)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방영 가능 작품 목록에서 일시 제외했다고 발표했다. 제외 이유는 ‘인종차별주의 묘사’ 때문이다.

미국 작가 마가렛 미첼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미국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작으로 꼽힌다. 1939년 개봉된 이 영화는 아카데미 상 10개 부문을 수상해 최고 영화 반열에 올랐다.

미국 영화사에서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렸다.

하지만 미국 남북전쟁 당시 남부 지역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노예제를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백인 주인에게 시종드는 흑인 하녀의 모습이 흑인들을 폄하한다는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인종 차별 단체인 KKK를 미화했다는 비판도 있다.

HBO맥스는 이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영화 제작) 당시 미국 사회에선 일반적으로 퍼져 있던 민족적, 인종적 편결을 묘사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또 “인종차별주의적 묘사는 그 때나 지금이나 잘못된 것이다”면서 “그런 묘사에 대한 설명 없이 영화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노예 12년' 존 리들리가 문제 제기…"맥락 설명과 함께 제공"

HBO맥스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상영 목록에서 제외한 것은 ‘노예 12년’ 각본을 썼던 존 리들리가 LA타임스 칼럼을 통해 요구한 것이 계기가 됐다. 리들리는 ‘헤이 HBO,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노예제의 공포를 낭만적으로 그리고 있다. 지금 당장 플랫폼에서 내리도록 하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하지만 리들리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검열해야 한다거나, HBO 맥스에서 상영해선 안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만 다른 관점에서 노예제를 묘사한 영화들과 함께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HBO맥스 측은 이 요구를 즉각 수용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역사적인 맥락에 대한 설명과 함께 새롭게 상영 목록에 올라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언제쯤 이 영화가 HBO 맥스의 상영 목록에 포함될 지는 밝히지 않았다.

1939년 개봉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클라크 게이블과 비비안 리가 주연한 작품이다. 최우수작품상과 여우주연상(비비안 리)을 비롯해 아카데미 10개 부문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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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노예역을 맡았던 해티 맥다니엘은 흑인 여성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조지아 주에 적용되던 짐 크로우법 때문에 아키데미 시상식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짐크로우법은 1880년대부터 남부연합 소속 주에서 흑인들을 박해하고 차별하기 위해 제정한 흑백분리법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