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 신화 '아이리버' 양덕준 전 회장 별세

2000년대 초반 제조벤처 신화 주역...향년 70세

디지털경제입력 :2020/06/10 17:22    수정: 2020/06/11 09:23

2000년대 초반 MP3 플레이어 대표 제품으로 꼽혔던 '아이리버'의 상징적 존재인 양덕준 전 민트패스 대표가 지난 9일 향년 70세로 별세했다.

양덕준 전 민트패스 회장이 지난 9일 별세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2009년 4월)

양 전 회장은 1970년대 삼성반도체(현 삼성전자 DS부문)에 입사해 수출담당이사를 지내다 퇴직한 후 1999년 자본금 3억원과 직원 7명으로 레인콤을 설립했다.

새한정보기술이 만든 1세대 MP3 플레이어 'MP맨'이 지적재산권 분쟁 등으로 지지부진한 사이 아이리버 MP3 플레이어는 디자인과 기능, 긴 배터리 지속시간으로 창립 후 2년만에 국내는 물론 미국 등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아이리버 크래프트 MP3 플레이어(iFP-799). (사진=드림어스컴퍼니)

그 덕분에 레인콤의 매출액도 2000년 80억원, 2001년 540억원, 2002년 800억원, 2003년 2000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2004년에는 이노디자인과 협업해 만든 삼각형 MP3 플레이어 '크래프트' 시리즈의 히트에 힘입어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점유율 11%를 기록했고 매출액도 4천500억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애플이 아이리버를 벤치마킹한 플래시 메모리 기반 아이팟 셔플을 내놓는가 하면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옙(yepp) 시리즈를 내세우며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다.

2006년에는 보고 펀드에서 600억원을 투자받는 한편 전자사전 기능을 결합한 딕플 등 신제품 17종을 내세우며 재기를 꾀하기도 했다.

양 전 회장은 2008년 아이리버 이사회 의장을 사임하고 민트패스를 창립했다.

민트패스가 2008년 9월 출시한 휴대용 미디어 플레이어, 민트패드. (사진=씨넷닷컴)

이후 터치스크린과 MP3, 전자책 뷰어 등 기능을 내장한 휴대용 기기인 민트패드를 2008년 11월 출시했다. 제품 출시 이후 1년간 14회 이상의 펌웨어 업데이트를 제공하는 등 마니아층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2009년 6월에는 미군 복지지원단(AAFES)를 통해 미군에 납품하는데도 성공했다. 그러나 2009년 4월 양 전 회장이 뇌출혈을 겪으며 민트패스의 경영에 직접 관여하기 어려워졌다. 같은 해 11월 애플 아이폰이 국내 정식 출시되며 PMP 등의 기기 수요도 줄어들었다.

민트패스는 양 전 회장의 사재 출연에도 결국 자금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2010년 8월 말 문을 닫았다. 이후 양 전 회장은 투병을 이어갔지만 재기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지난 9일 세상을 떠났다.

아이리버는 2012년부터 고급 오디오 플레이어 브랜드인 아스텔앤컨을 내세워 오디오 마니아를 공략하고 있다. 2014년 SK텔레콤에 인수된 이후 사명을 드림어스컴퍼니로 바꾸고 음향기기 이외에 소형 가전 제품과 음원 유통 등으로 사업 모델을 다각화했다.

또 음향 특화 TV, 스피커, 무선이어셋 등 AI와 음향을 접목한 제품에 '아이리버' 브랜드를 활용해 제2의 도약을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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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어스컴퍼니는 "레인콤 창립자 고 양덕준 전 대표의 별세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음악사업과 아이리버 사업에서 고인의 도전정신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양 전 회장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1호실에 차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