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매각 지연에 속타는 산업은행

"JC파트너스 추가 증자 부담에 인수 논의 지연"

금융입력 :2020/06/09 17:01    수정: 2020/06/09 17:02

KDB생명 매각이 장기화하자 산업은행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유일한 인수 후보인 사모펀드(PEF) JC파트너스와의 협상이 더디게 흘러가는 탓이다.

특히 '매각 임무'를 띠고 산업은행에서 KDB생명으로 이동한 백인균 수석부사장이 돌연 코리아신탁 대표를 맡아 떠나게 되자, 업계에선 KDB생명이 장기간 표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단독으로 실사에 뛰어든 JC파트너스와 KDB생명 매각 논의를 이어왔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수 후보가 단 한 곳밖에 없음에도 본입찰이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일정조차 잡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산업은행 본점 사진=산업은행 제공

산업은행 관계자는 "KDB생명에 대한 JC파트너스의 실사가 4월께 마무리되긴 했지만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추가 논의가 필요하고, 코로나19 사태로 금융권 전반이 경색된 탓도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9월 매각 공고를 낸 뒤 KDB생명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KDB칸서스밸류와 특수목적회사(SPC)가 보유한 보통주 8천800만주(지분율 92.73%)를 경영권과 함께 넘기는 조건이다.

무엇보다 산업은행의 네 번째 KDB생명 매각 시도여서 업계의 관심은 컸다. 산업은행은 2010년 3월 금호그룹을 지원하고자 6천500억원에 KDB생명(당시 금호생명)을 사들였고 2014년 두 차례, 2016년 한 차례 등 매각을 추진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낮은 입찰가격 등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가격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사 후 KDB생명에 추가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JC파트너스 측이 부담을 느껴 인수를 주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회사는 당초 KDB생명 지분을 약 2천억원에 사들인 뒤 3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겠다는 복안이었다. 다만 KDB생명은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맞춰 추가로 자본금을 쌓아야 하는 실정이다.

KDB생명의 여건도 녹록지 않다. 비록 1분기 42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작년보다 4배 성장했지만, 각종 투자로 얻은 수익의 기여도가 커 영업력에 대한 의구심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실제 KDB생명의 1분기 손익계산서를 보면 보험료수익은 6천7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억원 줄었으나, 금융상품투자수익(570억원)과 와환거래이익(1천753억원)은 모두 작년의 두 배 수준으로 뛰었다.

JC파트너스 측이 금융사를 대상으로 자금 확보에 나섰으나 반응은 냉랭한 것으로 전해졌다. 각각 시급한 경영 현안을 떠안고 있는데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실물경제 지원이라는 임무를 짊어져 여념이 없다는 이유다. 전략적 투자자로의 참여가 점쳐지던 우리금융 역시 검토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에 업계 전반에서는 KDB생명의 새 주인이 결정되기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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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균 KDB생명 수석부사장이 코리아신탁 대표로 내정된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회사 매각을 주도하던 인물이 떠나는 것은 거래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판단에서다. 게다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매각 성사를 전제로 임원에게 대규모 인센티브를 약속한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 백인균 수석부행장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일 뿐 특별한 이유는 없다"면서 "KDB생명 매각은 은행 차원에서 절차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