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기업은행장, '펀드 피해자' 첫 면담서 입장차 재확인

대책위 "전액 배상, 자율조정 등 요구 거절"

일반입력 :2020/06/08 18:39

윤종원 기업은행장과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사모펀드 투자 피해자의 첫 만남이 큰 소득 없이 일단락됐다. 은행이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점엔 양측 모두 동의했지만, 배상 방식이나 피해자의 은행 이사회 배석 등 세부 사안을 놓고는 거리를 좁히지 못한 탓이다.

특히 펀드 피해자는 은행 차원의 자율 조정을 요구하는 반면, 윤종원 행장은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등 공식 절차를 거쳐야만 배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라 한동안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8일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사기피해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IBK파이낸스타워에서 윤종원 행장과 면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열어 "은행 측이 피해금 전액 배상 등 요구사항을 모두 거절했다"고 밝혔다.

13일 경영현안점검회의서 발언하고 있는 윤종원 기업은행장.(사진=기업은행)

오후 3시부터 2시간에 걸친 면담에서 대책위가 요구한 것은 ▲전액 배상을 원칙으로 한 선지급 ▲행장 주관 피해자 공청회 개최 ▲11일 은행 이사회 참관과 발언기회 보장 ▲디스커버리펀드 책임자 중징계 등이다.

하지만 윤종원 행장은 '은행 측의 책임을 회피하지는 않겠다'고 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은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윤 행장이 기업은행의 디스커버리펀드 판매에 대한 금감원 검사가 진행 중인 만큼 그 결과(4주 후)를 기다려야 하며, 이사회 결정 이후엔 금감원의 분쟁조정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언급했다는 게 대책위의 설명이다.

피해자의 이사회 참관 요구도 수용하지 않았는데 여러 현안을 논의하는 이사회 특성상 외부인의 참여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책위 관계자는 "요구와 해법의 차이를 확인하는 자리였다"면서 "필요하다면 다시 만나서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2017~2019년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를 판매했다. 규모는 총 6천792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미국 운용사가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현재 약 914억원 어치의 환매가 지연된 상태다.

이에 기업은행은 김성태 전무이사를 단장으로 '투자상품 전행 대응 TF'를 꾸려 정보 신속제공, 법률검토 등 방안을 강구해왔다. 또 투자금 일부를 투자자에게 선지급한 뒤 미국에서 자산 회수가 이뤄지는 대로 나머지를 돌려주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책위 측은 "선지급 여부 등 이사회 안건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마지막까지 기대를 버리지 않겠지만 이사회가 피해자를 생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할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대책위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금감원과 국회, 기획재정부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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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대책위는 윤 행장과 피해자의 면담이 성사됐다는 점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펀드 부실 사태가 이어졌지만 관련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가 투자자와 대면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자리는 대책위의 요구사항을 윤 행장이 수용하면서 마련됐다. 이사회 전에 투자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대책위 관계자는 "피해자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해줬다면 좋았겠지만 면담에서 은행도 나름의 입장이 있다는 점을 잘 알게 됐다"면서 "윤종원 행장의 리더십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