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수업 성공은 선생님과 클라우드 때문"

김진숙 KERIS 본부장, 스마트사회 지도자 포럼서 강연

컴퓨팅입력 :2020/06/07 13:57    수정: 2020/06/08 08:52

"코로나19에 따른 초중고 온라인 수업이 성공을 한 데는 1만개가 넘는 일선 선생님들 커뮤니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래 학교 교육은 교실 수업을 중심으로 온라인 장점을 살린 블렌디드 형태입니다. 한국형 온라인 교육이 3C(Community, Communication, Convergence)로 무장하면 해외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진숙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교육서비스 본부장은 5일 스마트포럼운영위원회 '제280회 스마트사회 지도자 포럼'에서 "코로나19가 이전 교육의 프레임을 깼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김 본부장은 '코로나19가 남긴 교육의 의미와 과제'를 주제로 초청 강연을 했다. 그는 우리의 가장 큰 프레임은 대입이고, 고등학생 87%가 쳇바퀴 같은 학교 생활을 하고 있는데, 그동안 이 프레임을 안 벗어나려 했다면서 "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 정말 깊이 있게 생각해봐야 한다"며 운을 뗐다.

김 본부장은 교육현실은 늘 격차가 있는데, 우리가 어떤 장벽을 세워놓고 교육을 해온 것 아닌가 물으며 "기성세대들의 관념과 관점을 깨야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미래를 열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로 e학습터 기존 4만명서 300만명 이상 이용 서비스로 대전환

최근 '온라인 등교'로 전국이 떠들석했던 터라 그의 강연은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가 속한 KERIS는 'e학습터'라는 17개 시도 통합 초중등 온라인 학습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2018년 3월 12일 개통했다. 방과후 학원에 가지 않도록 국가가 만든 서비스다. 2000여 콘텐츠가 있고, EBS 등과 다르게 회원가입만 하면 모든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다.

김 본부장은 "코로나 이전에는 4만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했다. 코로나로 온라인 교육이 이뤄지자 하루에 300만명, 동접(동시접속)은 120만명이나 되는 서비스로 탈바꿈해야 했다"면서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전환한 데는 클라우드가 있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클라우드는 서버 등 컴퓨터 장비를 대여해 사용하는 것으로 유연성이 높아 시스템 확충때 유리하다. 김 본부장은 " 새로운 서비스를 개통하려면 보통 수많은 품질 검증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데 이번에는 시간이 없어 그러지 못했다. 그럼에도 서비스를 성공한 건 클라우드 때문이였다"고 말했다.

김진숙 KERIS 교육서비스본부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KERIS 서비스는 세 차례 시스템 확충을 통해 안정화를 이뤘다. 1차는 동접 10만명과 서버 수량 80만명 수준으로, 2차는 동접 70만명과 7개 권역별 300만명 수준으로, 3차는 12개 권역별 300만명 이상 수준으로 시차를 두고 각각 시스템을 확충했다.

휴일을 제외한 e학습터 일일 방문자 수는 4월 9일 105만명에서 16일 217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최고로 많았을때는 236만8815명까지 접속했다. 5월 들어서도 160만~208만명을 유지했다.

또 주말 제외 e학습터 일일 접속자 수 평균은 3월의 경우 넷째주에 500만건으로 가장 많았다. 4월은 셋째주에 무려 2648만건을 기록, 기록을 집계한 이래 최고치를 보였다. 5월 첫째주와 둘째주는 각각 1746만과 2200만건에 달했다.

17개 시도교육청에 있는 1만개 넘는 교사 커뮤니티가 큰 힘

김 본부장은 "원격수업과 온라인으로 수업이 가능해? 온라인이 학교를 대체할 수 있어? 이런 질문에 지금은 그럴 수 있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 "KERIS 서비스 성공 요인은 각 시도교육청과 1만여개에 달하는 교사 커뮤니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민간기업도 9곳이 참여했는데, 이들에게 외상을 졌다"며 "외상 장부를 해결하는 것도 내가 해야 할일"이라고 덧붙였다.

KERIS에 따르면, 접속량이 가장 많은 시간대는 오전 9시부터 11시였다. e학습터 학급방 개설 수는 3월 첫째주 1만7942개에서 한달만인 4월 첫째주에 10만개를 돌파(10만9791개)했다. 이어 5월 첫째주에는 25만8366개에 달했다. 학급방 개설 교사는 14만7900여명으로 1교사당 1,7개를 오픈했다.

콘텐츠 등록 수를 보면, 4월 첫째주 5만4000여개에서 둘째주 15만여개로 껑충 뛰었고, 5월 둘째주에는 29만9000여개로 30만개에 육박했다. 5월 14일 기준 한 학급당 평균 44개의 콘텐츠를 등록했고, 콘텐츠 누적수는 1160만여건에 달했다.

수업에서 주로 활용한 콘텐츠는 자체 제작이 33%로 가장 많았다. 이어 EBS강의(24%), 유튜브등 민간제공 자료(25%), 디지털 교과서(10%), KERIS, 위두량 등에서 제공하는 강의(8%) 등으로 나타났다.

김 본부장은 "전체 선생님 40만명중 17%가 온라인 교육을 꾸준히 해온 선생님들"이라며 "학교가자닷컴등 많은 콘텐츠가 불과 2주만에 만들어졌다. e학습터 성공요인은 이런 선생님들의 자발적 참여가 컸다. 코로나때 의사와 간호사 선생님들이 있었다면 온라인 교육에는 일선 선생님들이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제 280회 스마트사회지도자포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KERIS 학교온사이트(onschool.edunet.net)에 따르면 '학교가자닷컴'을 비롯해 '참쌤스쿨' '오늘의 교실' '온라인 배움교실' '안녕학교닷컴' '아꿈선' 같은 현장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교육 콘텐츠가 있다.

이번 원격수업에 대한 학부모들 생각은 어떨까. KERIS에 따르면, 49%가 도움이 됐다고 했고, 매우 도움이 됐다(15%),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27%),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8%)로 나타났다.

원격 수업 기간중 학부모들이 가장 어려움을 느낀 것은 학습과 생활을 지도할 사람 부족(49%)이 가장 높았다. 이어 접속 지연 등 오류 발생시 즉각 해결 어려움(23%), 과제 과다로 수행 부담 발생(10%), 스마트기기 부족(3%), 데이터 사용료 및 통신비 부담(1%) 순으로 조사됐다.

선생님들 생각은 어떨까. 원격수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출결 확인 및 수업 참여 독려(56.6%)였다. 이어 수업 준비 시간 부담(42.2%), 저작권 및 교사 초상권 침해 우려(41.3%), 기기 및 기술 부담(23.5%), 원격수업시 필요 기기 노후화 및 부족(18.1%), 교실 와이파이 등 기본 인프라 환경 미흡(16.3%) 등으로 나타났다. 선생님들은 원격수업 안정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 다양한 콘텐츠 및 학습자료 제공(65.4%)을 꼽았다.

원격수업 활성화 위해선 콘텐츠 저작권 문제 등 해결해야

원격수업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제도개선은 학습콘텐츠 저작권 문제 해결(40%), 재택 근무 등 교원 복무 규정 개선(23%), 평가 가이드라인 개선 등 평가제도 개선(22%), 교육 과정 자율적 운영(15%) 등으로 조사됐다. 향후에도 원격 수업을 수업에 활용할 생각이 있는냐는 질문에는 매우 그렇다(13%), 그렇다(31%), 보통이다(32%), 그렇지 않다(16%), 매우 그렇지 않다(8%)로 나타났다. 그렇다는 반응이 그렇지 않다보다 두배 정도 많았다.

김 본부장은 "선생님들이 말하길, 온라인으로 실시간 수업을 해보니 아이들을 하나하나 파악하는 기회가 됐다. 이모티콘으로 자기를 표현하는 걸 보면서 아이들 특성을 알고 인정하는 계기가 됐다고 하더라"면서 "이번 온라인 수업은 아이들이 자기 의견을 표현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됐고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학습 도구를 사용해 수업을 진행하는 비디오를 보여준 김 본부장은 "편리함을 경험한 선생님들이 이전과 같은 수업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교실 수업을 중심으로 온라인의 장점을 살린 블렌디드 학습 모델이 미래의 학습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온라인 등교는 교육 본질과 학교 역할을 다시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학교라는 물리적 틀을 넘어 교육은 교사와 학생, 학교와 가정, 사회와의 교류를 통한 인간 양성이 교육의 본질"이라며 "학교는 지식 전달 뿐 아니라 감성, 사회 정서, 시민 의식, 체력을 가꾸는 곳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개개인의 수준에 맞는 개인 맞춤 교육이 필요하고 지적한 그는 한국형 온라인 교육에 필요한 조건 3C도 제시했다. 공동체(Community), 소통(Communication), 융합(Convergence)이다.

공동체는 선생님들의 집단 지성과 민간 및 공공의 헌신을, 소통은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채널 가동을 통한 전문가 및 현장과 소통을, 융합은 오프라인의 교육적 가치를간과하지 않는 온라인과의 결합을 뜻한다.

김 본부장은 "다음달 OECD 회의가 네번이나 잡혔다"면서 "3C를 브랜드화하면 한국형 온라인 교육이 충분히 해외에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이들 수업 시간표를 보여 준 김 본부장은 "수업 시간표는 누구를 위한 수업시간표인가, 이걸 바이블처럼 지키려 하는데, 제발 아이들을 이런 전통적 스케쥴에 묶어 놓지 말라, 수업이 교실에서만 있는게 아닌데, 교과 시간표를 넘어서면 얼마나 기회가 있는데, 무엇을 가지고 무엇을 가르칠 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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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중요성도 언급했다. 암기하는 건 인공지능이 더 잘하니, 인공지능이 교사를 대체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학습효과를 더 높이니, 인공지능을 활용해 기초 학습력을 높이고, 교사는 지식 전수가 아니라 사회적 창의성을 높이는 곳에 에너지를 더 쓰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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