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코로나19가 붕괴시킨 글로벌 공급사슬(하)

전문가 칼럼입력 :2020/06/04 17:28

심창섭 아이하임컨설팅 대표

코로나 이후 우리의 삶은 BC(Before coronavirus)와 AC(After coronavirus)로 나뉠만큼 큰 변화가 온다고 한다. 글로벌 공급사슬관리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변화 무쌍한 현실에서 누구도 미래를 확정적으로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과거와 현재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심스럽게나마 코로나 이후(After coronavirus)의 새로운 시대 변화를 예견해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상 변화를 꼽으라면, 그동안 평평하고 아주 가까웠던, 그로 인해 글로벌화를 맘껏 즐기면서 경험했던 지구촌이, 마치 지금까지 접혀 있는 것 같았던 세계지도에서 갑자기 다시 멀리 펼쳐진 세계지도로 바뀌게 될 것 같다.

평평했던 지구가 다시 담벼락으로 단절되는 모양새다. 개방화와 글로벌화 선물이었던 자유무역이 쇠퇴하고 보호무역 논리가 득세하며 전반적으로 물동량이 줄고 국가 간의 인적, 물적 이동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요구될 것이다.

예상되는 글로벌 공급사슬관리 변화

글로벌 공급사슬 관점에서, COVID-19이후 대표적인 변화 내용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원가 절감에 바탕을 둔 효율성 중심 공급사슬의 큰 부분을 복원력을 염두에 둔 위험관리가 대체할것으로 생각된다. 즉, 새로운 공급사슬 모델이 부상할 것이다. 특별히 규모가 큰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 거점은 반드시 한 국가나 한 지역으로 국한할 필요가 없다.

물량이 큰 기업은 생산 거점을 포함한 공급사슬을 몇개 권역이나 지역으로 나눠 운영해도 충분히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간 여행이 제한되고 비용이 증가하면 중국이 글로벌 생산 거점에 따른 매력이 대폭 줄어들 것이다.

둘째, 국가나 정부, 지자체 등의 역할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공급사슬은 수요와 공급이 물 흐르듯이 진행되면 가장 좋다. 그런데 COVID-19같은 공포가 엄습하면 소비자들이나 공급자들이 현명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이기적인 판단에 일시적으로 극단적 쏠림 현상이 일어난다. 이를 바로잡아 줄 정부나 국가기관의 역할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

셋째, 공급사슬에서 시간가치(창고의 역할)와 장소가치(운송의 역할)를 창출하는 물류 기능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비즈니스 행태로 보면 COVID-19 이후 비 접촉, 원격제어(원격진료, 원격강의 등 포함), 자동화 등이 빠른 속도로 자리 매김할 것이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시간 및 거리의 갭을 물류가 담당하게 된다. 기존에 머뭇거리면서 주저하였던 길을 떠밀려 가면서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적응하고 있다. 물류 효율성이 기업의 경쟁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넷째, 새로운 형태 공급사슬 출현이다. 기존에 공급사슬관리는 주로 제조업 분야에서 활용되어 왔다. 그러나 자연 재해나 COVID-19와 같은 대재앙 자체를 위한 전문화된 공급사슬관리가 요구된다.

즉 인도주의(humanitarian) 및 재난구제(disaster relief)를 위한 특수한 형태 공급사슬관리다. 극심한 자연 재해나 팬데믹 같은 재난에는 국가나 공공기관 뿐 만이 아니라 많은 민간 기업이 참여하여 협력하게 된다. 이러한 특수 공급사슬관리는 전통적 공급사슬과는 다른 특징을 지닌다. 신속성과 더불어 공급사슬 주체들의 신뢰성, 그리고 사회적인 인프라나 치안이 훼손된 지역에서의 보안성 등이 중요한 요인이다. 구호품이 시의 적절히 전달되어야 하고 전달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대한민국 기업에 주는 시사점

평온한 바다는 결코 유능한 뱃사람을 만들 수 없고 폭풍은 참나무가 더욱 뿌리를 깊게 박도록 한다는 경구가 있다. 우리 대한민국 기업은 지난 20~30여년 동안 글로벌 공급사슬관리 혁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그 결과 이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온 글로벌 기업들 출현을 경험하고 있다.

이제 COVID-19가 우리에게 새로운 시대에 대비한 새로운 모델의 글로벌 공급사슬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아직 최종 평가가 이른 감이 있으나 지금까지의 K-방역이 글로벌 모범사례로 여겨지듯이 어쩌면 이번 COVID-19 팬데믹이 우리 기업에게 새로운 글로벌 공급사슬관리 표준을 선점하게 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기존 프로세스를 바꾸는 것이 다소 불편하고 힘든 여정일 수 있지만 새로운 약을 두려워하는 자는 오래된 고통을 견뎌야만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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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인 심창섭 아이하임컨설팅 대표는 한국SCM학회 상임이사와 명지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CPIM, CSCP, CLTD, SCOR-P 자격증을 갖고 있고 APICS CPIM, CSCP 마스터 인스트럭터(Master Instructor)이기도 하다. HP, SAP, 한국IBM 같은 글로벌기업에서 수요관리, ERP, SCP, SCM 컨설팅 업무를 오랫동안 했다. '제조혁신 전문가(Operations Innovation Professional)'라는 책을 저술했고 역서로 '수요관리 모범사례(Demand Management Best Practices)'가 있다.

심창섭 아이하임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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