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톡톡 튀는 개성을 가진 앱 서비스들을 만든 연쇄창업가가 이번엔 스마트팜 분야에 둥지를 틀었다. 신상훈 그린랩스 대표 이야기다.
신 대표는 2011년 전자책 서점 '리디북스'를 운영하는 리디에서 본부장으로 초기 경영에 참여했다. 2013년엔 소셜 데이팅 앱 ‘아만다’ 운영사 넥스트매치를 창업했다. 2018년 엑싯 후 해당 사업에 손을 떼고 최근 그린랩스 대표로 선임됐다.
신상훈 대표는 지난달 28일 서울 송파구 그린랩스 사무실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아만다에서 해볼 만큼 다 해봤다”며 “시장 규모가 훨씬 큰 농업 분야에서 다시 열심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금까지 농업이 육체 노동이었다면 앞으로는 지식 노동자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농업 데이터 유통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며 “중장기적인 목표는 데이터 농업 기술을 고도화 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린랩스는 신 대표를 비롯해 안동현, 최성우 세 명의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안 대표도 소셜 커머스 모음 서비스인 '쿠차'를 창업한 바 있다. 신 대표는 서비스 및 마케팅 부문을 총괄하며, 안 대표는 국내 사업, 최 대표는 해외사업을 맡는다.
2017년 설립된 그린랩스는 2세대 스마트팜 솔루션 '팜모닝'으로 작년 기준 매출 93억원을 달성했다. 현재까지 700여개 회원 농가에 솔루션을 제공한다. 직원 수는 70여명이다. 최근 시리즈A로 65억원을 투자받아 이로써 누적 투자액은 105억원이다.
팜모닝이 딸기, 토마토 등을 기르는 시설원예에 적용된 비중은 85%다. 이외 천혜향, 샤인머스캣 등 노지 과일 농원, 축사에도 팜모닝이 도입됐다. 베트남 라오까이에 지방에선 그린랩스 설비로 자란 딸기가 자라고 있다. 팜모닝 기술을 통해 한국에서 키운 딸기 맛과 똑같은 딸기를 중국, 베트남 등 해외 어디서든 구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음은 신상훈 대표와의 일문일답.
Q. 스마트팜 사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A. 안동현 대표는 쿠차를 만들었고, 나는 리디북스 초반에 경영에 참여한 후 아만다를 창업했다. 우리 둘 다 B2C 내수 시장을 타깃으로 한 서비스를 운영하다 보니 점점 피로감이 커졌다. 그래서 좀 더 오래 사업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또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2016년부터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되면서 '스마트 + α(알파)’ 중에서 디지털화가 아직 안 된 영역이 뭘까 하고 찾다가 농업을 선택하게 됐다. 해외에 좋은 사례들도 있어 한국에서 서비스 하는 게 유의미하다고 판단해 창업하게 됐다. 2017년 그린랩스를 다른 대표들과 공동 창업했으나, 그 당시엔 아만다를 운영했기 때문에 작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그린랩스에 합류하게 됐다.
Q. 어쩌다 연쇄창업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나?
A.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한 뒤 금융사에 입사하게 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메릴린치에서 시스템 트레이딩 기획자로 일을 시작했다.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선배가 리디북스를 창업했고, 이를 계기로 나도 리디북스에 합류했다. 메릴린치에서 일하고 있던 때라 처음부터 창업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리디북스가 잘 성장해나가는 모습에 합류를 결정했다. 그러다 창업 전반에 재미를 붙이고 자신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 길로 들어섰다. 제가 잘하는 분야는 IR과 투자자 관계 맺기, 전략 수립, 인재 유치 등이다. 돈, 전략, 사람 이 세 가지가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Q. 농업 분야의 디지털화는 어느정도 수준까지 왔나?
A. 스마트팜 사업을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농업 연간 생산액은 30조원이고, 축·수산 분야까지 합치면 60조원 시장이다. 게다가 농산물 유통은 100조가 넘는 시장이다. 수년간 생산액의 변화나 유통의 개선이 미흡했다. 그리고 IT 인력들이 전혀 눈여겨 보지 않는 시장이었다. 한국에 스마트팜 회사가 있지만 영세했다.
미국 클라이밋 코버레이션이란 유니콘 기업은 이미 해외에서 수조원을 매출을 낸다. 농업 생산에 필요한 적절한 툴들을 제공하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도 이렇게 농사를 지으면 농부들이 더 많이 생산하고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기존 국내 스마트함 회사들이 하드웨어 회사들이었다면, 해외는 소프트웨어 회사였다. 그린랩스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마련한 회사다.
Q. 그린랩스의 솔루션 ‘팜모닝’의 특징은 무엇인가?
A. 농림부는 스마트팜을 세대별로 구분한다. 1~3세대로 구분되는데 이전까지 한국에 존재하던 스마트팜은 1세대였고 우리는 2세대 스마트팜 서비스다. 1세대는 쉽게 말해 리모콘으로 생각하면 된다. 1세대는 하드웨어 기술이 주를 이룬다. 비닐하우스 환경을 보고 사람이 판단해서 창문, 선풍기, 히터 등의 버튼을 눌러서 제어하는 것이다.
우리는 현장에 100여개가 되는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농기기와 연결, 데이터들이 농장 제어판으로 유선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 정보들은 다시 그린랩스 자체 클라우드 서버에 5G, LTE 통신을 통해 업로드 된다. 우리는 웹사이트나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농장 환경을 확인할 수 있다. 농장의 온도, 습도 값들을 보여드리고 거기에 맞는 우리의 추천값을 제시해준다. 농민은 그걸 바탕으로 판단해서 농장의 기기들을 조절, 제어하게 된다. 이를 농림부 용어로는 ‘복합환경제어’라 부른다. 복합적으로 많은 기계가 자동화 돼 움직인다.
우리는 700여개 회원농가가 있고 다양한 작물, 그리고 충분한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이런 데이터들이 좀 더 쌓이면 의미 있을 것이다. 현재는 700여개 농가 데이터를 일부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국내 주요 농업전문가들 영입과 농림부에서 구축해 둔 데이터 기반의 표준매뉴얼을 통해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팜모닝 회원 농가 중 딸기 농사 비중이 40% 된다.
현재 알고리즘은 농부라면 누구나 볼 수 있는 농림부 작물 생육 자료를 참고하고 있으며, 여기에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추가한 수준이다. 결국 우리 회사의 가치는 이 기술에 있다. 데이터 서버에 올라온 데이터를 가지고 기존 데이터 값과 비교해서 지금 상황에서 어떤 추천값의 곡선이 좋을지 제안해준다. 우리의 기술이 향후 빅데이터와 만나 고도화 된 추천을 가능케 하면 인공지능이 되는 것이다.
Q. 농부들이 보는 작물 재배 교본보다 더 좋은 추천이 가능한가?
A. 교과서는 일반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한 지침이다. 환경은 계속 변하고 품종과 농법은 진화한다. 수경재배, 노지재배 등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인풋값이 달라지고 그에 따른 결과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계속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추천을 해주는 게 중요하다. 농민은 크고 맛있는 과실과 많은 생산량을 원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Q. IoT 센서는 어떻게 공급하나?
A. 국내 센서 회사를 비롯해 중국, 네덜란드의 IoT 센서를 사서 쓰기도 했으나, 지금은 자체 센서를 개발했다. 회사에 하드웨어 엔제니어링 팀이 있어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연구팀은 컨트롤 판넬 설계와 제작도 담당한다. 농업 파트너 생태계가 아직 무르익지 않아 기술도 미흡한 편이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하드웨어도 만들고 있다.
Q. 그린랩스는 해외에서 어떤 성과를 내고 있나?
A. 중국 정부와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있다. 중국 소비자들은 한국 품종 딸기를 좋아한다. 한국산 딸기 수요가 높은데, 현재는 한국에서 딸기를 수출하는 상황이다. 중국에선 비닐하우스 설치하기 위해선 비용도 많이 들어가는 고부가가치 작물이다. 중국에서는 파프리카, 딸기를 위한 자체 농장 건설이 부족하다. 중국 정부도 씨앗만 가져가면 의미가 없고 재배 방식도 들여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 농법을 아는 농부를 파견할 순 없는 노릇이다. 한국 딸기의 중국 자체 소비를 위한 농장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베트남에서는 이미 이같은 모델로 딸기 비닐하우스를 지어 딸기를 키우고 있다. 베트남 지방정부와 협력했다.
Q. 그린랩스의 올해 및 중장기 목표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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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올해 목표는 현재 700개 수준의 농가 회원을 1만개로 늘리는 것이다. 다음 달에 새로 출시할 하드웨어 모델도 준비 중이다. 이전에는 온도, 습도 등 여러 지표를 파악하는 센서 전체가 패키지로 들어가는 모델이 있었는데, 새 모델을 통해 앞으로는 필요한 지표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센서를 통해 농장의 상태를 파악하고 각종 정보를 함께 제공하면서 컨설팅해 줄 수 있다. 이를 통해 회원 농가수를 늘리고 싶다. 작년 기준 93억원의 연간 매출을 올해 300억원으로 끌어올리고 싶다.
중장기적인 목표는 데이터 농업 기술을 고도화 하는 것이다. 회원사가 많아질수록 생산 정보, 농자재 구매 정보와 관련한 데이터도 풍부해진다. 이같은 데이터들을 농민들이 서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해 합리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지금까지 농업이 육체노동이었다면 앞으로는 지식 노동자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농업 데이터 유통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