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제로 금리' 시대가 대한민국에도 도래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50%p(포인트)인하한데 이어 이달 28일에도 0.25%p 추가 인하하면서 국내 기준금리는 연 0.50%가 됐다. 역대 최저치다. 기준금리가 0%에 근접함에 따라 금융권엔 비상 걸렸다. 예금주들도 마찬가지다. 제로 금리 시대가 금융업계와 소비자들한테 미칠 영향에 대해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 수익 중 이자이익 비중 86%..."예대마진 줄어들 것"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은행업계의 수익 구조 변화를 요구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로 돈을 벌어들이던 기존 사업 구조만 갖고는 과거와 같은 수익성을 낼 수 없는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예금과 대출 금리의 동반 하락으로 예대마진(예금과 대출 이자 차이로 남는 중간 이윤)이 줄어들어 결국 이자이익 중심의 은행산업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아직까지 은행들의 주요 수익원은 이자인 게 현실이지만, 수익성이 계속 떨어진다는 게 문제다. 올해 1분기 수익 구조를 살펴보면, 총 이익은 11조8천억원인데 이중 이자이익은 10조1천억원이고 비이자(수수료)이익은 1조7천억원이다. 전체 이익 중 약 86%가 이자이익인 셈이다. 또 은행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지난 3월에 1.46%를 기록했다. 이는 2019년 4분기 대비 0.15%p 하락한 것이다.
은행에서도 지방은행이 '사면초가'다. 대구 경북 지역이 특히 심하다. 코로나19로 가장 극심하게 직격탄을 맞은 데다, 철강·조선·해운 등 산업도 흔들렸기 때문이다. BNK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익은 1천377억원으로 2019년 1분기 대비 22.2% 줄었고, DGB금융지주의 올 1분기 당기순익도 전년 동기 대비 15% 줄어든 882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로 수익성이 사면초가"라며 "수익 포트폴리오 대부분이 이자이익에 편중돼 있어 다각도로 고민이 많다"고 설명했다.
■ 마이너스 금리인 일본, 은행들 해외·자산관리 중점
2016년 마이너스 금리인 일본의 은행도 국내 예대업무 비중을 줄이고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일본계 은행들은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일본보다는 해외 진출을 늘려나갔다. 은행의 해외 법인과 지점의 자산을 높이고, 해외 투자 자산 비중을 확대했다.
일본 최대은행으로 꼽히는 미쯔비시UFG그룹(MUFG)도 마이너스 금리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원스톱 자산관리 ▲디지털 전환 ▲투자은행(IB)·부동산 금융을 주축으로 새 전략방안을 수립했다. MUFG 내 은행·신탁은행·증권사가 한 팀을 이뤄 여신부터 자산관리까지 개인과 기업 고객에게 제공하고 부동산 금융도 감정·임차·임대·중개·관리까지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 계획은 2017년 수립됐으며 2020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MUFG는 디지털 전환도 마이너스 금리를 대처하기 위한 주요 방안으로 꼽았다. 이중 모바일 뱅킹의 활성화는 지점 영업 채널을 축소해 비용을 절감함과 동시에 지급·결제 사업으로 은행 거래량을 높이겠다는 투 트랙 전략이다.
■ 비대면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 전진 배치
국내 은행도 제로 금리 시대에 수익 다각화를 위한 방안으로 비대면과 해외 진출을 꼽고 있다. 수준높은 국내 IT 기술력을 무기로 동남아시아 시장서 좋은 성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동남아시아의 경우 인터넷보다 모바일(스마트폰) 보급률이 높다는 점도 은행에선 승부수를 띄워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모바일 뱅킹으로 젊은 동남아시아 고객을 빠르게 포섭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이미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등은 해외 네트워크를 타깃으로 한 모바일 뱅킹을 출시했다.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신한금융이 올해 1분기에 해외에서 거둬들인 당기순익은 890억원이다. 이는 2019년 1분기 784억원 대비 13.5% 증가한 것이다.
A은행 관계자는 "우리보다 경제성장률이 높고 노동 인구가 계속 증가해 순이자마진이 좋지만 은행 기법이 덜 발달된 동남아를 주요 시장으로 보고 있다"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B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지점에서 비대면으로 영업 채널을 옮겨가는 전략이 아닌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은 비대면으로 공략하고, 해당 지역의 핀테크와 전략적으로 제휴해 점차 영업 기반을 넓혀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해외 투자은행(IB)부문에도 집중하고 있다. 해외 소매금융에 비해 금융 주선과 인수·합병 딜을 발굴하는 것이 수수료 수익이 더 높기 때문이다. 글로벌 대형 은행보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최근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해외 사업서 힘을 합치기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합작사 설립이나 공동 인수 금융 계약을 따내기엔 조금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 RPA 고도화, 신 기술 장착...사실상 은행 승자 가릴 것
은행업은 라이선스(인가) 사업인데다, 은행업법에서 정한 부수 업무가 한정돼 있어 새로운 수익 발굴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야마토종합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시스템이 잘 갖춰지고 우수한 컴퓨팅 능력을 갖춘 은행이 수익성 면에서 승자가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즉, 비용 절감이 가능하면서도 새로운 자산 관리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알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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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도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고도화로 직원들의 단순 반복 업무를 줄이는데 이어, 대면으로만 처리가 가능했던 업무를 비대면으로 옮기고 있다.
아예 은행이 핀테크 플랫폼에 금융 상품을 제공해 수수료 수익을 올리고도 있다. C은행 관계자는 "핀테크 기업과 제휴로 비대면 상품 판매 채널을 확대하고 있는데, 핀테크에 제공하는 적금 상품이 지점서 파는 적금보다 금리를 약간 높여도 비용 손해가 없다"며 "유통 채널을 높이고 추후 부가적으로 금융 상품을 팔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