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업] 알체라 "얼굴인식 및 이상탐지 분야 최고...일본에 국내 첫 사스 방식 수출"

실리콘밸리 매장서도 사용...5년내 유니콘 도약 목표

컴퓨팅입력 :2020/05/26 09:40    수정: 2020/06/16 09:26

경기도 판교에 있는 알체라는 얼굴인식과 이상 탐지 분야 내로라하는 인공지능(AI) 기업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얼굴인식 기업인 중국 센스타임과 일본 NEC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종합기술원 출신 영상인식 전문가 2명이 의기투합해 2016년 6월 9일 설립했다.

최근 판교 본사에서 만난 황영규 공동창업자 겸 부대표는 "국내 AI기업 중 처음으로 얼굴 인식 기술을 '사스(SaaS)' 방식으로 일본에 수출했다"면서 "미국 실리콘밸리 유통 매장에서도 우리가 개발한 얼굴인식기술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센스타임'인 알체라는 유니콘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다. 설립 당시 5명인 직원은 현재 62명으로 늘었다. 이중 70%가 기술인력이다. 10명으로 이뤄진 데이터만 전문으로 다루는 팀을 운영할 만큼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창업 3년만에 120억 유치...삼성전자 등 굴지 회사가 고객

지난해 미국 4대 엑셀러레이터(창업지원투자회사)인 플러그앤플레이(Plug & Play)가 집중 육성하는 스타트업 배치 파이브(Batch 5)에 선정됐다. 벤처기업협회가 뽑은 최우수벤처에도 작년에 이름을 올렸다.

창업 3년 만에 네이버, 스마일게이트 등에서 120억 투자금을 유치했고,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신한카드, 외교부, LG CNS 등에 기술을 공급했다.

황 부대표와 함께 알체라를 공동설립한 김정배 대표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갤럭시S8)에 안면인식 기능을 처음 도입할 당시 해당 기술을 개발한 연구원이다. 황 부대표 역시 삼성종기원과 SK텔레콤에서 오랫동안 안면기술을 연구한 엔지니어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연세대 전자공학 학사에 이어 KAIST에서 손제스처 인식으로 석사와 박사 공부를 했고, 황 부대표는 윈스콘신대 석사를 거쳐 서울대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회사 이름 알체라는 호주 원주민어로 '꿈의 시대(Dream Time)'를 뜻한다. 김정배 대표가 직접 지었다.

김정배 알체라 대표(왼쪽)와 황영규 부대표. 두 사람 모두 삼성종합기술원 출신이다.

알체라는 네이버의 '스노우' 앱에 '생명'을 불어넣은 회사로 유명하다. 스노우 앱에 들어간 3차원(3D) 얼굴인식 기술을 만들었다. 사람 얼굴 데이터를 AI가 학습, 영상을 3차원으로 실시간 분석하는 기술로 3D스티커를 붙일 수 있게 해준다. 안경을 썼건, 모자를 썼건 상관없이 얼굴의 눈코입을 AI가 입체적으로 구분한다.

미국표준기술연구소 테스트서 중국 센스타임과 NEC보다 높은 점수

이미 지난해 세계적 기술로 인정을 받았다. 미국표준기술연구소가 2019년 실시한 얼굴인식벤더테스트(FRVT, Face Recognition Vendor Test)에서 스타트업 임에도 이 분야 세계적 기업인 일본 NEC와 중국 센스타임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황영규 부대표는 "정면뿐 아니라 가림, 불완전한 조명, 정측면 등 열악한 인식 환경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서 "특히 노화 탐지 부문에서는 DB 테스트 결과 17년 차까지 판별해 내는 성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에이징(Ageing) 판독 기술은 한번 촬영 후 장기간 갱신할 일이 없는 신분증 사진 등에 유용하다. 알체라는 올해도 이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알체라의 AI 얼굴인식 기술은 일본에 수출, '메이드 인 코리아'를 뽐냈다. 카지마(Kajima)라는 일본 유수 건설 회사가 안전한 근무 환경을 위해 도입했다. 올초 계약을 했고, 지난 3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알체라의 '카지마 수출'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먼저 알체라가 만든 자체 브랜드인 '에어(aiir)'로 수출한 첫 케이스다. '에어'는 알체라가 자체 AI 기술을 공기처럼 모든 곳에 스며들게 하겠다며 만든 브랜드다. 또 '카지마 수출'은 계약 방식을 국내 AI기업 중 처음으로 사스(SaaS)로 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사스는 계약 금액을 정액제로 받는 방식이다.

황영규 부대표(왼쪽 두번째)가 전시장에서 솔루션을 소개하고 있다

황 부대표는 " NEC라는 세계적 얼굴인식 기업이 일본에 있음에도 카지마가 한국 기술을 선택했다"면서 "국내 스타트업이 얼굴인식 분야에서 처음으로 사스로 일본에 수출한 점도 주목할 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기술과 함께 솔루션으로 매출을 올렸다는 점에서도 알체라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알체라가 기술만 개발하는 회사가 아니라 솔루션과 서비스도 제공하는 '토털 솔루션 회사'임을 보여준 것이다.

최근 알체라는 일본에 이어 미국에도 얼굴인식기술을 수출하는 쾌거를 거뒀다. 미국 산호세에 있는 유통매장(산페트로 마켓)에 기술을 공급했다. 알체라 기술로 직원이 스크를 썼는 지 안썼는지 또 발열 증상이 있는 지 등을 알 수 있다. 국내 스타트업이 개발한 AI 기술이 실리콘밸리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수출 역시 '사스' 방식으로 이뤄졌다.

외교부 산하 400여 해외 공관서도 사용

알체라의 얼굴 인식 기술은 외교부 산하 세계 400여 공관에서도 사용한다. 지난해 10월 외교부의 안면인식을 이용한 여권 발급사업에 우선 협상자로 선정, 기술을 공급한다. 해외 공관 뿐 아니라 여권을 발급하는 국내 구청에서도 사용한다. 특히 이번 외교부 사업은 일본 NEC와 러시아 비전랩스 같은 세계적 얼굴인식 업체들을 따돌리고 알체라가 수주, 의미를 더했다.

신한카드가 지난달말 한양대서 오픈한 안면인식 결제 시스템 '페이스 페이'도 알체라 기술이 적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국제치안산업박람회'에 알체라 기술을 시연, 호평을 받기도 했다. 당시 알체라는 전시회 출입을 자사 안면인식 기술로 대체한 '티케팅 시스템'을 구축, 시선을 받았다.

얼굴인식 기술은 개인 프라이버시와 연관돼 있다. 황 부대표는 "우리는 학습에 필요한 수천 만장의 이미지 데이터를 확보할 때 합법적으로 비용을 지불한다. 공증한 동의서를 받아 진행하고 있다"며 "서비스를 운영하며 얻은 얼굴 정보는 직접 저장하지 않는다. 얼굴 이미지 자체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얼굴에서 수학적 특징만을 뽑아 저장한다. 이 정보는 재해석이 불가능하다. 이런 특징 데이터마저 물리적으로 분산한 환경에서 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체라는 얼굴인식 뿐 아니라 산불 같은 이상 상황 감지 기술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VADT(Visual Anomaly Detection Technology)'라 불리는 이 기술은 이미 국내에 적용됐고, 미국 수출도 눈앞에 두고 있다.

보통 산불은 발화 후 20분이 골든타임이다. 문제는 이 20분이 거의 연기만 소량 발생하는 수준이여서, 먼 거리에서는 안개나 구름 등과 육안으로 구분이 쉽지 않다. 알체라 기술은 이 문제를 해결했다. AI로 연기를 감지, 조기 대응을 하게 해준다.

알체라는 이 기술을 한국전력 남서울 사업소에 공급했다. 지하 변전소 이상 유무를 파악, 관리 할 수 있다. 또 알체라 이상 상황 감지 기술은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 방지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황 부대표는 "미국이 캘리포니아 산불 방지를 위해 우리 솔루션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도입을 논의 중"이라며 "캘리포니아가 산불 방지를 위해 CCTV가 800대 정도를 설치했는데 이 중 40대에 우리 기술을 적용, 산불을 감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송도에서 열린 치안박람회. 알체라 얼굴 인식 기술을 사용해 출입자를 모니터링했다.

산불 같은 자연재난은 사전 감지를 넘어 예측이 중요하다. 이에 대해 황 부대표는 "카메라만으로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예방을 하려면 바람이나 건조 등을 파악해야 하는데 미국은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는 알체라는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실리콘밸리와 베트남에 해외 법인을 설립했다.

미국 법인은 미국 4대 엑셀러레이터(창업지원투자회사)인 플러그앤플레이(Plug & Play)가 지원해 지난해 문을 열었다. 미국 대형 통신사 출신 현지인이 법인장을 맡고 있다. 베트남 법인은 주로 데이터 가공 업무를 한다.

알체라는 현재 8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황 부대표는 "중국에 비해 데이터는 부족하지만 기술은 중국 센스타임에 뒤지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센스타임의 20% 정도 밖에 안되는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만 인식 기술은 센스타임과 버금가거나 어떤 부분에서는 더 낫다"고 밝혔다.

얼굴인식 분야 첫 기술특례 IPO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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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체라 고객사는 '거물'이 많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와 삼성전자, 포스코, 외교부, LG CNS, 성남시청 등 20여곳이 고객사다. 매출이 꾸준히 늘어 창설 첫해 7000만원에서 작년에 40억원으로 뛰었다.

알체라는 또 한번의 도약을 위해 오는 9~10월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기술력 있는 기업에 적용하는 기술특례로 상장을 추진한다. 주관사는 신영증권이다. 알체라 상장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얼굴인식 분야 국내 첫 상장이된다. 황 부대표는 "카메라에 지능을 불어 넣어 사람들이 꿈꾸는 서비스를 가능하게 해주는 회사가 알체라"라며 "얼굴인식과 이상탐지 분야에서 최고 AI기업으로 성장해 5년내 유니콘 기업으로 우뚝 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