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영상 속에서 불꽃이 튀었다면, 화재의 개연성이 있을지 인공지능(AI)이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튄 불꽃은 화재 징후일 수도, 담뱃불일 수도 있다. 만약 사람이 물고 있는 담뱃불인데 화재 징후로 판별했다면 알고리즘을 수정해줘야 한다. 담뱃불의 경우 일정한 크기에, 한 방향으로 담배 필터를 따라 내려오지 않나. 이런 특징을 보이는 데이터에 대해서는 화재 개연성이 없다고 인지하게끔 AI를 학습시킨다."
조명돌 마크애니 콘텐츠솔루션사업부장 이사는 AI 기반(지능형) CCTV 선별관제로 화재 징후를 판별하는 방식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CCTV 관제센터에서 수집되는 영상을 AI로 분석해 사건사고를 탐지하는 기술이다. 최근에는 화재, 홍수 등 재난재해 징후도 탐지할 수 있도록 기능을 늘렸다.
마크애니는 AI CCTV 선별관제 분야에선 비교적 후발주자임에도, 기술력에 있어선 따라올 곳이 없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AI의 '블랙박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개발한 알고리즘이 자신감의 근거다.
블랙박스란 결과 값에 대한 판단 과정을 정확히 알 수 없는 AI의 특성을 뜻하는 표현이다. 때문에 틀린 결과 값을 도출했다면, 판단이 교정되기까지 올바른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것 외엔 대응할 방도가 없다.
조명돌 마크애니 이사는 영상을 분석하는 AI가 오탐지할 경우, AI의 판단 근거를 확인하고 잘못된 내용을 수정해 입력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독자 기술인 만큼, 오픈소스를 주로 사용하는 타 경쟁 업체들로서는 확보할 수 없는 강점이라는 설명이다.
마크애니는 대형 화재가 잇따라 발생한 강원도 고성 지역에 이 영상분석 AI를 활용한 CCTV 선별 관제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화재 징후 관제, 출입 금지 지역 및 시간대 입산자 검출, 소방기관과의 연계를 통한 화재 조기 대응에 AI가 기여하게 될 전망이다.
다음은 조명돌 마크애니 이사와의 일문일답.
-최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지능형 CCTV 시범사업' 자유 공모로 ‘강원도 고성군 화재 대응 지능형 CCTV 구축 시범사업’을 수주했다. 사업 준비 과정은 어떠했나.
"KISA가 2018년부터 매년 해오던 시범사업인데, 올해 마크애니가 처음으로 지원했다. 강원도 고성은 화재에 취약한 지역이다. 그러면서 마크애니가 지능형 CCTV 선별관제를 지원해오던 지역이기도 했다. CCTV 카메라들로 화재 징후를 조기에 포착해 대형 화재를 예방하는 방향으로 고성에 이야기를 꺼냈더니 흔쾌히 협조해줬다.
작년에 고성에서 발생한 화재는 소위 '아크 불티'로 화재가 발생했다. 갑자기 전신주가 방전되고, 다시 전기가 들어온 상태에서 불꽃이 튀는데 주변 숲에 불이 옮겨붙으면서 화재로 번졌다. 바람도 국지적 강풍이 불어 화재가 급속히 퍼졌다. 작은 불씨 하나로도 환경적 요인에 의해 화재가 급속도로 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선 조기 진압이 중요하고, CCTV 영상이 가장 빠른 화재 감지 수단이 될 수 있다.
재발을 막으려면 지능형 CCTV 선별관제를 통해 아크 불티를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강원소방학교에 아크 불티를 재현하는 설비가 갖춰져 있다. 이를 촬영한 CCTV 영상을 학습시키면 추후에 아크 불티가 발생했을 때 이를 탐지하고 선제적인 대응이 가능해진다.
부산 지역에서도 작년 가을부터 이 지능형 CCTV 선별관제로 화재 등의 재난재해 징후를 탐지하고 있다. 부산은 지대가 낮아 비가 많이 오면 자주 범람이 발생한다. 이에 미리 바리케이트를 치는 등의 선제 조치가 요구됐다. 처음엔 침수, 범람을 감지하기 위해 자사 솔루션이 도입됐고, 추후에 화재 감지 알고리즘도 추가됐다."
-산불 예방을 위한 현행 선별관제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타사에서도 화재 대응용 영상분석 솔루션을 많이 개발했다. 그런데 실전에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담뱃불이나 촛불, 가로등불, 자동차 헤드라이트까지 화재로 감지하는 등 오탐, 과탐이 잦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관제사들이 크게 피로함을 느꼈다. 솔루션을 도입했더라도, 거의 사용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고성 시범 사업에 도입되는 AI 모델과 프레임워크의 특징은?
"5년의 시간을 들여 알고리즘을 독자 개발하고, 이를 통해 '마크넷'이라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했다. 마크넷은 '영상 전처리 네트워크', 시계열 동적 데이터를 분석하는 'LSTM 네트워크', '객체 추출 네트워크'로 나뉜다. 영상을 보정해주는 전처리 네트워크를 거친 뒤, 시계열 동적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AI가 영상 속 불꽃이 화재로 번질 개연성을 추론하게 된다. 여기까지 감지하고 나면, 관제사에게 제공할 영상을 부분적으로 추출하는 객체 추출 네트워크가 작동하게 된다.
'능동형 딥러닝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AI가 영상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새로운 객체에 대해 관제사에게 먼저 알려주고, AI가 이 객체를 학습하는 게 좋을지 관제사가 택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가령 자동차만 학습한 AI에 대해 오토바이랑 자전거도 학습시켜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타사라면 오토바이와 자전거 영상을 AI에 학습시키게 된다. 능동형 딥러닝을 활용하면 AI가 상당히 많은 데이터에서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등장했다는 것을 스스로 파악하고, 분포 데이터를 관리자에게 제공한다. 관리자가 클릭만 하면 저장된 영상들 속 오토바이와 자전거 영상을 뽑아 학습하게 된다. 그리고 학습된 내용을 기존 시스템에 반영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오픈소스 기반의 블랙박스 형태 AI는 활용할 수 없는 방식이다."
-AI 기반 CCTV 선별관제에 대해 향후 5G, 스마트시티 시스템과 연동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같은 시스템 연동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기술 개발에 따라 드론이 경량화되고, 배터리 수명도 늘어나 상공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게 될 것으로 본다. 드론이 매우 활성화되고, 드론을 통한 영상 관제도 필수로 자리잡을 것이다. 드론이 찍은 영상을 관제 센터에 전송하려면 와이파이만으론 한계가 있다. 끊기지 않게, 실시간으로 영상을 제공하기 위해선 5G가 필수다. 전용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5G 모뎀이 필요하다. 이 모뎀이 개발되는 시점에 맞춰 프로토콜이 호환되는 지능형 CCTV 선별관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 그러려면 프로토콜에 맞게 인터페이스를 고치고, 전송되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관제사에게 안내해줄 수 있어야 한다."
-CCTV 선별관제처럼, AI 영상분석 기술 활용이 확산될 수 있을 분야는 어떤 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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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팩토리 분야로 보면 영상을 통해 공장 생산품의 불량 여부를 구분하도록 AI를 학습시켜 불량률을 줄이고, 사건사고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팜 분야의 경우 온도, 습도 등 여러 재배 조건이 최적화된 환경에서 작물이 자라는 일련의 과정을 AI가 학습하게 하고, 성장이 더딘 작물을 영상분석으로 판별해 알려주고, 원인도 분석해주는 등의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