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보험을 놓고 벌어진 DB손해보험과 삼성화재의 배타적사용권 갈등이 일단락 됐다. DB손보가 배타적사용권 침해 신고를 철회하는 대신 삼성화재는 관련 마케팅을 중단하는 선에서 양측이 합의점을 찾으면서다.
스쿨존 교통사고 처벌을 강화한 '민식이법' 시행으로 운전자보험의 수요가 커진 가운데, DB손보와 삼성화재가 자신들의 상품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킨 격이라 양측 모두 만족스런 성과를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보는 전날 삼성화재를 상대로 손해보험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에 제출한 배타적사용권 침해 신고를 철회했다. 또 삼성화재는 관련 상품의 마케팅을 6월초까지 잠정 중단키로 했다.
앞서 DB손보는 삼성화재를 상대로 손보협회에 이의를 제기했다. 보장을 강화한 운전자보험 상품으로 배타적사용권을 얻었는데 삼성화재가 비슷한 내용을 전 가입자에게 소급 적용키로 하면서 이를 침해했다는 게 DB손보 측 주장이었다.
배타적사용권은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한 금융회사에 일정기간 독점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다.
DB손보는 지난달 운전자가 중대 법규를 위반해 교통사고로 타인에게 상해(6주 미만 진단)을 입힌 경우 피해자에게 지급한 형사합의금을 가입금액 한도(최대 300만원)로 실손 보상하는 특약으로 배타적사용권을 받은 바 있다.
문제는 삼성화재가 비슷한 혜택을 내놓으면서 빚어졌다. 이달 7일부터 '스쿨존 내 6주 미만 사고'에 한해 기존 교통사고처리지원금 특약으로 500만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는 약관을 변경한 게 갈등의 불씨를 당겼다. 특히 삼성화재 측은 과거에도 법 개정에 따라 보험요율 변경 없이 보장을 확대해왔다는 논리로 DB손보 측 공세에 맞섰다.
다만 DB손보와 삼성화재는 불필요한 싸움이 '민식이법'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보험업계 발전을 저해한다는 공감대에 갈등을 봉합하기로 했다. 운전자보험 판매 경쟁 과열로 불완전판매가 생길 수 있다며 금융감독원이 소비자의 주의를 환기시킨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이번 갈등에 주목해 시장을 점검하고 나선다면 운전자보험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어서다.
일종의 해프닝이었지만 양측이 소모전을 벌인 것만은 아니었다고 업계는 진단한다. DB손보는 배타적사용권을 인정받아 체면을 세웠고, 삼성화재 역시 톡톡한 홍보 효과를 누렸기 때문이다. 삼성화재로서는 합의에 따라 운전자보험 특약의 마케팅을 중단하고 소급 적용도 미뤄야하나 새 보장 내용이 공개된 만큼 영업엔 지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소비자의 이탈을 막는 것은 물론이다.
업계에선 보험사 간 중복가입 확인 시스템이 구축되는 6월부터는 모든 손해보험사의 '6주 미만 스쿨존 사고 교통사고처리지원금 담보' 판매가 허용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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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DB손보와 삼성화재의 주장 모두 일리가 있어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그래도 이번 갈등으로 두 회사가 운전자보험에 대한 이슈를 선점한 모양새라 어느 쪽이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후 회사 간 갈등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배타적사용권 제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