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도 원격으로…‘줌’으로 사형선고 내렸다

싱가포르 대법원, 모든 공판 원격으로 진행

인터넷입력 :2020/05/21 12:41

싱가포르 대법원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화상회의 서비스 ‘줌’으로 범죄인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다고 씨넷 등 주요 외신들이 2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2011년 28.5kg의 헤로인을 다른 사람에게 운반하도록 시킨 혐의로 기소된 말레이시아인 푸니탄 제나산(Punithan Genasan)은 지난 15일 줌을 통해 사형 선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싱가포르에서 원격 재판을 통해 사형 선고가 내려진 첫 번째 사례다.

싱가포르 대법원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화상회의 앱 ‘줌’으로 사형 선고를 내렸다.

싱가포르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달부터 대부분의 사업장을 폐쇄하고 사람들에게 집안에 머무를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싱가포르 대법원의 한 대변인은 “코로나19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원은 형사 재판을 포함한 공판을 원격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피고의 변호인 측도 당초 화상회의 솔루션을 통해 재판을 진행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줌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화상회의, 원격 교육 등 이용자 수요가 폭증하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화상회의나 수업 도중 해커들이 포르노 영상을 틀고 나가는 '줌 폭격(ZOOM-BOMBING)'이 잇따르자 보안에 대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때문에 구글, 스페이스X와 같은 기업 뿐 아니라 미국 뉴욕시 교육청, 대만 정부도 줌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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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의 아시아 사업부 부국장 필 로버트슨(Phil Robertson)은 이번 판결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싱가포르의 사형제도는 본질적으로 잔인하고 비인간적이지만, 줌과 같은 원격 기술을 사용해 사람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는 것은 더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원격 재판을 통해 사형을 선고한 국가는 싱가포르가 처음이 아니다. BBC에 따르면, 5월 초 나이지리아에서도 직장 상사의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한 남성에게 원격 재판으로 사형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