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업계 여성인력 가뭄, 사업기회 포착 걸림돌"

미국 전문가 논문 통해 주장…전세계 여성 비율 10% 안팎

컴퓨팅입력 :2020/05/19 17:28

보안업계의 여성 인력 부족 현상이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여성 소비자 중심의 사업 기회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다는 게 그 이유다.

미국 그린스보로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너 크쉐트리 경영관리학 교수는 최근 호주 학술저널 더컨버세이션 기고를 통해 사이버보안 업계 여성 인력 부족으로 인해 온라인 세계가 예상보다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컨설팅 업체 PwC에 따르면 2017년 미국 사이버보안 전문직 종사자 중 여성 비율은 14%다. 전 업종 평균 여성 비율이 48%인 것에 비하면 크게 떨어진다. 2018년엔 동일 직종의 여성 비율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10%, 아프리카 9%, 라틴아메리카 8%, 유럽 7%, 중동 5%로 집계됐다. 사이버보안과 연계된 과학, 공학 분야 여성 전문가 인력도 부족하다. 2017년 미국 국가과학재단에 따르면 미국 내 과학자, 공학자의 여성 비율은 30%다.

여성 보안 전문가(사진=픽사베이)

이같은 남녀 편차에 대해 크쉐트리 교수는 여성들 자체가 IT 직종을 선호하지 않으며, IT 직종은 남자가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는 근거를 들었다. 한 조사에 따르면 IT 업계 이외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의 69%는 IT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서 기회를 찾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또한 이 교수는 사이버보안 구인 광고에서 부터 젠더 중립적인 요소를 찾기 어려운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같은 인식에도 크쉐트리 교수는 보안업계에 여성의 관점이 균형 있게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컨설팅업체 EY 보고서에 따르면 2028년까지 전세계 소비량의 75%는 여성에 의해 조절된다는 관측이 있다. 이에 암호화, 허위 단속, 생체인증 등 보안 시장에서도 여성 소비자의 취향이 크게 반영될 것이므로, 여성 전문가의 사업 스킬이 필요하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크쉐트리 교수는 "나는 소비자와 조직, 국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온라인 범죄와 보안 이슈에 대해 공부해왔고, 그 결과 인터넷 보안은 단순히 기술적 해결 그 이상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특히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여성 전문가들의 시각에서 문제를 다르게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현재 정보 보안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의 44%가 경영학, 사회과학을 전공했기 때문에(남성 30%), 보안업계 여성의 참여가 비즈니스 관점에서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보안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조직과 파트너십을 맺을 때 여성 인터넷 보안 전문가가 더 능숙하게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크쉐트리 교수는 사이버보안 업계 여성 인력을 늘리기 위해 정부, 비영리기구, 전문가 단체가 힘을 모아야 하며, 장기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스라엘 국방부 등이 지원하는 사이버보안 여성 인력 양성 프로그램 '사이버걸즈'.(사진=라쉬재단 홈페이지 캡쳐)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이스라엘은 정부 차원에서 나섰다. 이스라엘 국방부, 라쉬 재단, 스타트업 국가중앙 등에서 투자해 만든 쉬프트 커뮤니티는 사이버보안 여성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사이버걸즈'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IT에 관심이 있는 여성 고등학생이라면 IT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돕는다. 참가 학생들은 개발 언어 학습 등 기본 소양을 길러 해커톤 경진대회, 트레이닝 프로그램, 멘토링 등에 참여할 수 있다. 가상 사이버 공격 상황을 만들어 문제 해결 경험을 쌓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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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보안 업체 팔로알토 네트웍스는 미국 걸스카우트와 협력해 컴퓨터 네트워크, 사이버공격, 온라인 보안 등에 대한 교육 커리큘럼을 운영했다. 인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인도 데이터 보안 협의회와 함께 실력 있는 여성 사이버 보안 전문가 풀을 구축하기 위한 사이버쉬크샤 프로그램을 발족했다. 2015년 IBM도 여성 보안 전문가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크쉐트리 교수는 "여성 사이버보안 전문가들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여성들이 사이버보안을 여러 인터넷 관련 직종 중 하나의 옵션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야 하고, 정부도 산학협력을 도모해 젊은 여성들의 관심을 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