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내놓을 신모델에 삼성SDI가 장착된다는 보도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이같은 검증이 안 된 보도 속 내용이 한국자동차공학회에 소개되는 등 업계 혼란만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이 보도들이 나온 배경은 13일 오전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이뤄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회동이다. 당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현 리튬이온배터리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삼성전자의 전고체전지 기술을 살펴보고, 이재용 부회장과 최신 자동차 현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두 기업 총수들의 만남이 업무 협력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현대차와 삼성SDI는 이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 같은 입장이 나온 지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한 매체에서는 향후 출시될 G80 전기차에 삼성SDI 배터리가 들어간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와 용량인지 언급하지 않은채 삼성전자의 자율주행 기술 확보 등을 언급한 것이 전부다.
지디넷코리아 취재 결과, G80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장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일부 학계 등에서는 G80 전기차의 삼성SDI 배터리 탑재를 여전히 믿는 분위기다.
19일 종로 페럼타워에서 열린 한국자동차공학회 주최 ‘자동차 기술 및 정책 개발 로드맵 3단계 연구 발표회’에 전기차 분야 연사로 참석한 황성호 성균관대 교수는 “현대자동차와 삼성SDI가 손을 잡았다”며 두 회사가 마치 실질적인 협력을 이뤄낸 듯한 정보를 제공했다. 완성차업체와 배터리 업체가 서로 합종연횡을 이루고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삼성SDI의 실질적 완성차 업체 고객사 명단에 현대차그룹 브랜드(현대차, 기아차, 제네시스)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만약에 포함됐다 하더라도 완성차 업체들이 원하면 삼성SDI가 고객사 명칭을 외부에 밝히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이후 다른 매체에서는 현대차가 사상 처음 삼성 배터리를 장착한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 수소전기상용차의 배터리 구동용 전기모터에 삼성SDI 배터리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는 삼성SDI 뿐만 아니라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다양한 배터리 업체의 기술을 활용해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다. 현대차와 삼성SDI가 협력사가 아니더라도 현대차가 원하면 삼성SDI가 얼마든지 이를 지원해줄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과정을 실질적인 판매차량과 연관짓기에 무리가 있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경쟁사 동향 파악을 위한 테스트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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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와 삼성SDI 협력 최종 결과는 두 회사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보도자료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결과가 언제까지 나올지 알 수 없다.
실제로 삼성SDI는 새로운 완성차 고객사가 확보되면 즉시 보도자료로 소개한 적이 많았다. 이중 대표적인 고객사는 지난 2016년 체결한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모터스다. 기존 고객사인 BMW와는 지난해 11월 10년간 약 4조원 규모의 배터리셀 공급을 체결하는 내용이 담긴 계약 체결사실도 보도자료를 통해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