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를 비롯한 국내 4대 손해보험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올 1분기 만족스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야외활동 감소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0% 초반으로 떨어진 게 호재로 작용했다는 평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상위 4개 손보사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총 4천685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화재의 순이익 급감에 이들 4사의 순익 총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4천827억원)보다 소폭 줄었으나, 대체로 두자릿수 이상 성장하는 양호한 성과를 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야외활동 감소로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개선된 데다, 각 보험사가 연초부터 신계약 확대에 신경을 기울이면서 실적이 개선됐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앞서 보험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장거리 차량 운행과 의료기관 이용 감소로 사고가 줄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삼성화재의 경우 1분기 1천64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8.9% 줄어들긴 했지만 가장 많은 순익을 올리며 선두 자리를 지켰다.
올 들어 삼성화재의 순익이 떨어진 것은 화학공장 화재사고 등으로 보험금을 지급한 영향이 컸다. 그러나 일회성 손실을 제외하면 시장 전망에 부합하는 실적을 거뒀다고 회사 안팎에선 진단하고 있다.
매출액이 4조8천605억원으로 5.6% 늘어난 게 이를 방증한다. 세부적으로 삼성화재의 1분기 보장성보험 신계약 보험료는 175억원으로 작년의 169억원보다 3.6%, 인보험 신계약 보험료는 152억원으로 10.1% 각각 증가했다.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매출) 역시 1천398억원으로 11.2% 늘었다. 또한 작년말 100.8%까지 올랐던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올 1분기 86.3%로 내려갔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화재 등 대형사고로 1분기 순이익이 줄었지만 3월부터 회복되고 있어 1~4월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자동차보험료 인상 효과 등이 반영되는 하반기로 갈수록 손익 상승폭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해상도 작년보다 16% 늘어난 897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손해율이 개선되고, 신계약도 늘어난 가운데 부동산 펀드와 채권 처분 이익 약 900억원까지 반영되면서 호실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투자 임희연 연구원은 "현대해상의 월평균 보장성 인보험 신계약은 101억원으로 확대됐다"면서 "장기위험손해율은 99.3%, 자동차 손해율은 85.3%로 상승세가 둔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코로나19 효과로 3월부터 보험금 청구가 감소했고 사업비율은 20.7%를 기록했다"며 "사업비 증가를 상쇄할 수준의 보험료 인상과 전체적인 판매비 축소 효과"라고 덧붙였다.
같은 기간 KB손해보험도 순이익이 772억원으로 2.5% 증가했다. 작년말까지만 해도 100%를 웃돌았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1분기 84.8%까지 떨어진 게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 DB손해보험은 작년보다 38.7% 급증한 1천376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손보사 중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마찬가지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일시적으로 떨어지고, 회사 차원에서 사업비를 효율적으로 운영한 데 따른 결과다. 이 회사의 1분기 누적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4.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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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손보업계의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야외활동이 늘고, 코로나19 확산에서 비롯된 금융시장 불안이 본격적으로 반영된다면 2분기엔 실적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의 향방을 예단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의 이동이 많아지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자연스럽게 상승할 수밖에 없다"면서 "경기 악화로 보험 영업이 어려워지는 것도 걱정스런 부분으로 지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