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는 왜 '무기한 재택근무' 선언했나

명분은 달라진 기업환경…샌프란시스코와 세금 갈등도 영향

인터넷입력 :2020/05/13 15:07    수정: 2020/05/13 15:4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원한다면 계속 집에서 일해도 됩니다.”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가 깜짝 선언을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도 원하는 직원들은 계속 재택근무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버즈피드에 따르면 도시는 12일(현지시간)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공식화 했다.

잭 도시 트위터 공동창립자 겸 CEO

구글, 페이스북 등도 최근 원격근무를 연장했다. 두 회사 모두 원하는 사람들은 올 연말까지 원격근무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영구적으로 원격근무를 허용하겠다고 밝힌 기업은 트위터가 처음이다.

그런만큼 잭 도시 CEO의 이번 선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론 잭 도시의 이런 주장은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니다. 그는 이미 올해 초 ‘분산된 인력(distributed workforce)’이란 개념을 들고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격근무 영구화’ 선언은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잭 도시는 왜 이 시점에 그런 선언을 한 것일까?

■ 코로나19가 기업문화 바꿔…'디지털 노마드 시대' 본격화

물론 코로나19가 기업 문화를 바꿔놓은 부분이 적지 않다. 그 동안 IT 기업들도 휘황찬란한 사옥을 중심으로 한 ‘정주민 문화’가 지배했다. 전 직원들이 한 곳에 모여 업무를 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이런 상식이 무너졌다. 서버 관리나 기밀 업무를 제외한 상당수 업무는 원격근무로 대체해도 큰 차질이 없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하게 된 것이다. 이런 강요된 경험 덕분에 ‘비정상의 정상화’에 눈을 돌리게 됐다.

잭 도시의 선언에 관심을 갖는 언론들에게 트위터가 설명한 내용엔 이런 철학이 그대로 묻어 있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트위터는 달라질 기업 문화를 몇 가지로 요약 설명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에 있는 트위터 본사. (사진=위키피디아)

첫째. 사무실을 다시 여는 것은 우리가 결정한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돌아올 지 결정하는 것은 직원들의 몫이다.

둘째. 극히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9월 이전에 사무실을 다시 열지 않을 것이다. 사무실을 다시 열더라도 예전과는 다를 것이다.

셋째. 아주 예외적인 경우 외에는 9월 이전엔 출장도 없다. 대면 행사도 없다.

트위터의 이런 방침은 명실상부한 ‘디지털 노마드 시대’가 열릴 것이란 사실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신들도 비슷한 평가를 하고 있다.

소셜미디어투데이는 “집중된 도시란 개념은 낡았다. 이젠 우리가 한 곳에 모여 있을 필요가 없다”면서 “트위터가 이런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특히 “(다른 곳에서도) 이런 모델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 샌프란시스코의 세금 혜택 종료 앞두고 불만 폭발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트위터의 이번 선언은 ‘미래 지향적’이다. 달라질 기업 문화를 선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그런 측면도 적지 않다. 하지만 트위터가 현재 처해 있는 상황도 이런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얘기를 하기 위해선 3개월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야 한다. 잭 도시는 지난 2월 분기 실적 발표 때 깜짝 선언을 했다.

당시 그는 실적 발표 직후 컨퍼런스 콜에서 “샌프란시스코에 집주돼 있는 것이 더 이상 우리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좀 더 분산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 무렵엔 코로나19가 본격화되기 전이었다. 따라서 잭 도시의 선언은 팬데믹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렇다면 왜 도시는 당시 ‘분산된 일터'란 개념을 들고 나온 걸까? 샌프란시스코 시와의 갈등 때문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시가 트위터에 부여한 세금혜택이 5월말로 종료된다. 사진은 지난 2월 버즈피드가 이런 내용을 비판한 기사.

버즈피드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시는 9년 전 트위터에 파격적인 세금 공제 혜택을 부여했다. 당시 트위터에 부여한 세금 혜택 때문에 논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는 트위터 본사를 유치하기 위해 세금 공제 조치를 강행했다.

당시 샌프란시스코 시의 실업률은 10%에 육박했다. 비싼 거주 비용 때문에 기업들도 입주를 꺼려하는 도시였다. 파격적인 세금 혜택까지 부여하면서 트위터를 유치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 이후 샌프란시스코 시의 상황이 달라졌다. 9년 전과 달리 시 의회는 좌파 쪽이 강세를 보였다. 반 기업 정서가 강해졌다.

여기에 트위터의 또 다른 고민이 있다. 9년 전 샌프란시스코 시와 체결했던 세금 공제 혜택이 5월말 종료되기 때문이다. 현재 의회 구도상 비슷한 혜택을 다시 받긴 힘든 상황이다.

지난 2월 잭 도시가 “샌프란시스코 시에 집중된 업무 환경을 분산시키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런 상황 때문이다.

게다가 샌프란시스코 유권자들은 지난 2018년 연매출 5천만 달러를 넘는 기업들에겐 추가 과세하는 조치를 승인했다. 이렇게 확보한 세수는 무주택자들을 지원하는데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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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도시는 이 법안에도 강하게 반대했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스퀘어 같은 회사를 부당하게 다룬다는 게 반대 이유였다.

결국 잭 도시의 ‘원격근무 영구화’ 선언은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기업 문화 못지 않게 트위터가 처한 상황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