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 AI랩장 "쇼핑분야서 개인화 가장 잘하는 버즈니 되고파"

AI 전담 조직 독립 운영...자연어처리·이미지분석 기술 '업'

중기/벤처입력 :2020/05/13 15:06    수정: 2020/05/13 16:58

인공지능(AI) 기술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개발한 백덤블링 로봇 ‘아틀라스’나, 구글 딥마인드가 인간을 이긴 ‘알파고’처럼 눈에 보이는 결과물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 보이지 않게 스며들어 사람들의 일상을 편리하게 바꿔준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와 같은 기업들이 AI 기술 선점을 위해 막대한 투자비를 쏟아 붓고 있다.

우리 정부도 범 정부파원의 국가 AI 전략을 내놓고, 2030년까지 세계 3위 디지털 경쟁력 목표를 세우고 AI 반도체, 차세대 AI 등 미래형 기술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모바일 홈쇼핑 포털 앱 홈쇼핑모아를 운영하는 버즈니도 이 같은 AI 기술 투자 흐름에 합류한 스타트업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얼마 전 커머스 AI 기술연구 조직 ‘버즈니 AI Lab’을 만들어 독립적으로 AI 기술 연구와 개발에 힘을 실어줬다. 이미지 분석, 자연어 처리 등을 연구하고 고도화 시켜 사용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빠르게 찾아주고, 개인에 최적화된 상품을 추천한다는 것이 목표다.

버즈니 AI Lab 윤창호 최고인공지능책임자

버즈니 AI Lab 수장을 맡은 윤창호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는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전공으로, 대학원 재학 시 기계번역기 연구·개발을 했다. 현재는 심층학습(딥러닝) 기술로 자연어 처리 기술 연구 개발이 비교적 쉬워졌지만, 과거엔 처음부터 끝까지 한땀한땀 시스템을 만드는 어려운 작업이었다. 그 후 윤 CAIO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5년 간 기계번역을 연구했으며, SK텔레콤에서도 기계번역기 개발 프로젝트에 약 2년 간 참여했었다. 그 다음에는 SK플래닛에서 데이터 마이닝 업무를 한 뒤, 이제 막 성장하던 이커머스 기업 쿠팡 검색 조직으로 옮겨 NLP 기반 검색 개발 업무 등을 담당했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NLP 기술 연구에 실력을 쌓은 윤창호 CAIO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버즈니를 선택한 이유는 포항공대서 인연을 맺은 남상협·김성국 버즈니 대표 때문도 있지만 벤처 정신이 살아있는 버즈니에서 본인의 역량을 실현해보고 싶은 욕구가 더 컸기 때문이다.

“쿠팡을 떠날 때인 2015년만 해도 개발자가 700여 명 됐어요. 저는 그 중 하나였죠. 버즈니는 이보다 더 작은 조직이고, 쇼핑 분야고, 또 전공도 맞아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처음 버즈니에 왔을 때 개발자들이 기술에 관심이 많아 드라이브를 많이 걸었어요. 딥러닝 이미지 기술이 성숙된 시기고 가능성도 보이던 때라 딥러닝 상품 이미지를 이용한 가격 비교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죠.”

버즈니 AI Lab의 1차 목표는 사용자들이 홈쇼핑모아에서 원하는 상품을 검색할 때 문장을 완벽히 이해하고, 최적의 상품을 찾아 보여주는 것이다. 사용자가 ‘나이키 에어포스 운동화’처럼 비교적 간단명료하게 검색한 경우는 난이도가 쉽지만, ‘운동할 때 신기 좋은 유명 브랜드 검은색 운동화’ 같이 검색했을 때에도 사용자 마음에 쏙 드는 상품을 찾아주고 추천해주는 것이 기술력 차이기 때문이다.

“자연어 처리랑 잘 맞는 건 검색 분야예요. 상품명 검색을 쉽게 자르고 마이닝 하는 기술들의 뿌리는 기계번역에 있죠. 문장을 잘 분리하고 상품 제목에서 브랜드를 축출하고, 속성을 어떻게 뽑아낼지 등을 잘해야 하거든요. 보통 검색 기술과 노하우를 갖춘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기술 우위 회사들이 잘하는 분야죠. 사용자 질의 의도를 잘 파악해 이 사람이 어떤 카테고리에 어떤 브랜드, 또 어떤 색상을 원하는지 등을 잘 알아내는 것을 AI 기술로 풀고자 합니다.”

버즈니 이미지 인식 기반 쇼핑 앱 '샷핑'

상품 속성은 텍스트 분석을 통해서 주로 이뤄지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따른다. 모든 판매자가 같은 양식에 맞춰 상품 정보를 기입하면 다행이지만 홈쇼핑모아처럼 여러 홈쇼핑사들의 상품이 노출되거나, 오픈마켓처럼 중소 판매자가 많을 경우 양식을 통일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상품 검색 정확도를 높이는 방법이 바로 이미지 인식 기술이다. 버즈니는 이미 ‘샷핑’이라는 이미지 인식 기반 쇼핑 앱을 통해 관련 기술을 수년 전부터 연구해 왔다.

“이미지 인식도 중간에 상품과 관련 없는 다른 이미지가 섞인 경우가 있어 누가 더 고도화된 기능을 구축하느냐가 중요합니다. 1천200개 정보의 이미지 분류가 가능한데, 데이터 세트를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 부분을 기술로 해결하려는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다. 5년 간 관련 기술을 축적하면서 데이터 세트를 만들었고 이제는 여기서 모델만 뽑아내면 되는데 아직 보완해야할 부분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버즈니 AI Lab의 현재 인력 규모는 10여명 정도다. 윤 CAIO는 1차적으로 20~30명 정도로 규모를 키워 내실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예전에는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에 비해 연봉 처우에서 밀렸지만, 현재는 이 부분에서 어느 정도 수준이 대등해졌다. 다만 경력을 중시하는 개발자 문화 사이에서는 버즈니와 같은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들이 불리할 수 있지만, 반대로 비교적 자유로운 문화에서 스스로의 역량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매력적이다 .

“버즈니는 회사와 개발자가 같이 성장하는 곳이에요. 다른 사람의 지시로만 움직이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할 수 있는 자유로운 문화가 강점이죠. 성장의 즐거움도 느낄 수 있고요. 파이썬과 딥러닝을 공부했던 분이면 더 좋은데, 특정한 능력 보다는 잠재력 있고 성장 가능성 있는 개발자들을 찾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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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호 CAIO는 홈쇼핑모아가 사용자들한테 확실한 가치 인정을 받도록 기술적 지원에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또 학문적 완성도를 쌓는 기술 개발에만 머물지 않고 실제 서비스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서비스형 AI라고 해서, 다른 기업들이 API 형태로 가져가 연동해 AI 솔루션을 사용할 수 있는 방식도 고민 중이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쇼핑 분야의 개인화 서비스도 고도화 한다는 구상이다 .

“중국의 바이트댄스처럼 개인 뉴스 추천 서비스로 엄청난 기업이 된 경우가 많아요. 쇼핑쪽 개인화는 상대적으로 아직 덜 성숙한 단계인 것 같아요. 버즈니는 쇼핑 쪽에서 개인화를 가장 잘 하는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연구 단계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현실에서 사용 가능한 기술과 서비스를 만드는데 집중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