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전문가] 이경전 경희대 교수 "사람 같은 AI는 환상...기술보다 비즈니스"

거버넌스 AI와 디지털미 산업 주목해야

인터뷰입력 :2020/05/11 15:04    수정: 2020/05/11 22:31

유명 철학자 니체는 '망치 든 철학자'라 불린다. 차라투스트라에서 "당연하다고 여기는 기존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을 깨뜨리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경전 경희대 교수(경영대학)는 인공지능(AI) 분야 '망치를 든 학자'다.

인기 강사인 그는 강연때마다 "기계가, AI가 사람을 지배한다는 건 환상"이라며 대중의 생각을 '파괴'한다. 2016년 3월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 이후 우리 사회에는 "기계가 인간을 넘어서는 세상이 오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퍼졌는데 이 교수는 단호히 "아니다"고 말한다. AI는 사람을 보조하는 수단일 뿐이며, 사람 수준 AI는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그에게 낭보가 날아들었다. AI관련 세계적 권위지 'AI매거진'이 그의 논문을 2021년 봄호에 싣겠다고 한 것이다. 앞서 그는 지난 2월 미국에서 열린 '제34회 국제인공지능학회(AAAI)'에서 '혁신적 인공지능 응용 논문상'을 받았다.

AAAI(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Artificial Intelligence)는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세계적 AI학회 중 하나다. 이 교수는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작 10편 중 최고 평가를 받았다.

이 교수가 AAAI 논문 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5년과 1997년에도 받았다. 이번에 '3관왕'이 됐다. AAAI 논문상을 세번이나 받은 건 한국인 중 그가 처음이다. 더구나 그가 상을 받은 논문은 모두 'AI매거진'에 실렸다. (올해 상을 받은 논문은 내년 봄에 게재). 이 역시 한국인으로 그가 처음이다. 세계적 학자로 인정받은 셈이다.

이 교수는 "23년만에 AAAI 상을 다시 받아 기쁘다. 언젠가 IAAI 컨퍼런스&어워드 의장(체어)으로 봉사하겠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며 반겼다.

최근 그는 '경전TV'라는 유튜브를 개설, '교수 유튜버'가 됐다. AAAI에 제출할 영어 논문 준비에 정신없이 바쁜 그를 최근 동부이촌동 카페에서 만나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경전TV 반응은 어떤가

"코로나19로 대학이 온라인 강의를 하게돼 이참에 유튜브도 개설했다. 학생들 말고 다른 사람들한테도 들려주고 싶었다. 외부에서 강연한 콘텐츠가 꽤있어 가능했다. 지난 2월 개설했다. 원래 15년전에 했어야 했다(웃음). 하지만 당시는 수익을 큰 회사가 가져간다는게 싫어 하지 않았다. 콘텐츠는 50여개 정도다. 구독자는 750명 정도다. 인공지능과 경영, 정책 등을 주로 이야기 한다. 바쁘고 시간이 없지만 꾸준히 할 생각이다."

-세바시와 명견만리 같은 데서 대중 강연도 했는데

"세바시에서는 두번 강연을 했다. 첫 강연은 2015년이다. 비즈니스 모델(BM)이 주제였다. BM은 사업 계획이 아니다. 사회에 정착해야 한다. 사회 제도를 만드는 마음으로 BM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두번째 강연은 2016년 알파고 이후다. 인공지능이 뜨거울 때다. 그때도 인공지능을 환상적으로 생각하는 걸 버리라고 말했다. 명견만리에는 2017년 출연했다. 코로나 이전에 강연을 많이 다녔다. 일주일에 10번 할때도 있었다."

이경전 경희대 교수. 세계적 AI학회인 AAAI에서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세 번 상을 받았다.

-그동안 AI를 주제로 많은 강연을 했다. 에피소드도 꽤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이 AI를 잘못 알고 있다. 환상을 갖고 있다. 사람 같은 AI를 꿈꾼다. 착각이다. 사람같은 AI는 나오지 않는다. AI가 사람을 뛰어넘고 지배할 거라는 것은 '오버'고 잘못된 생각이다. 전문가 집단인 전산회계학회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는데, 이때도 청중 관심은 사람 같은 AI더라. 사람 같은 AI는 오버다, AI는 사람을 도울 뿐이다. AI는 사람이 준 목표를 잘 수행하는 시스템에 불과하다. 사람과 같거나 지배할 수 없다. AI 정의에서 사람이라는 단어를 빼야 한다. 자꾸 사람이 들어가니 AI를 잘못 생각한다. AI 목표를 '사람 같은 걸'로 잡으면 안된다. 에피소드가 많다. 삼성전자에서 강연 할 때다. '빅스비'가 사람 같은 것(휴먼 라이크)을 지향하면 실패할 거라고 했다. 당시 삼성 임원이 바로 반박 하더라. 하지만 강연후 직원들이 나에게 보내 온 메일은 "시원하다"는 거였다. 우리은행에서도 에피소드가 있다. 우리은행이 카카오톡 같은 앱 위비톡을 만든다길래 그러면 실패할 거라 했다. 임원이 반발했지만, 역시 지금 보면 내 말이 맞았다. 우리은행은 이후 나를 다시 안부른다(웃음). 몇년전 진대제AMP에서도 강연을 했는데, 비슷한 이유로 자율차가 안될거라고 했다. 진 장관이 당황해하더라. 지금 자율차를 봐라, 아직 안되고 있지 않나."

-산업계는 그렇다 하더라도 연구 쪽에서는 사람 같은 AI를 연구 할 수 있지 않나

"연구도 마찬가지다. 연구든 산업이든 AI 목표를 '휴먼 레벨'이나 '휴먼 라이크'로 잡으면 안된다. 세계AI 주류는 휴먼 라이크나 휴먼 레벨이 아니다. AI를 사람보다 잘 하는 것으로 보는 건 인지과학자들도 비판하는 부분이다. 이미 사람보다 잘하는 기계는 있다. 컴퓨터를 봐라. 사람보다 계산을 더 잘한다. 그런데 왜 자꾸 휴먼 레블을 말하나. AI를 호도하게 만들고, AI를 잘못 생각하게 한다. AI 정의에서 사람이라는 단어를 없애야 한다. 자꾸 사람이 들어가니 오해가 생긴다. 이런 내용을 담은 내 논문이 국제학회지에 게재돼 내년 봄에 나온다."

-AAAI에 제출한 논문이 세번이나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 AAAI는 1979년 설립됐다. AI학회 중 역사가 비교적 오래됐다. 세계 인지학자들도 최고로 치는 학회다. 옛 이름은 미국AI협회다. 첫번째 상은 1995년 받았다. 당시 논문에 대우조선 사례를 담았다. 두번째는 1997년이다. 현대건설 사례를 분석했다. 올해는 국내 중소기업 프론텍을 사례로 삼았다. 이 상을 세번 받은 건 한국 사람중 내가 처음인 것 같다. 세번째 논문도 내년 봄에 AI메거진에 실린다."

-프론텍에 적용한 AI는 어떤 건가

"프론텍은 현대차에 용접 너트를 납품하는 회사다. 이 너트의 불량품 줄이는데 AI기술을 적용했다. 컨벌루션뉴럴네트워크(CNN)라는 AI기술을 사용했다. 외형이 손상되거나 크기가 문제인 불량 너트를 찾는 거였다. 기존엔 사람이 비전검사기로 불량 너트 하나하나 찾았다. 이를 AI로 대체했다. CNN중 옥스포드에서 연구한 모델이 있는데, 이 모델을 사용해 불량 너트를 찾았다. 카테고리별로 불량품 400장을 회사에서 넘겨 받아 AI에 학습시켰다. 비용 절감 효과가 한달에 약 2000만 원 정도 된다."

-코로나 사태에 AI가 큰 역할을 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AI를 어떻게 보나

"앞으로 '디지털 미(Digital Me) 사업'이 유망할 거다. 헬스 등 개인 정보를 축적,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중국에는 이미 이런 서비스가 있다. 디지털미는 개념적으로 보면 인공지능 비서와 반대다. 아마존 '알렉사'나 삼성 '빅스비', 애플 '시리'는 모두 친구 개념이다. '나'가 중심이 아니다. 비서에게 모든 걸 말하기 힘들다. 프라이버시 문제도 있고. 그래서 나는 알렉사나 시리, 빅스비 같은 메타포가 없어질 거라 본다. 개념이 '비서'이기 때문이다. '비서'보다 '나'가 돼야 한다. '나가 주체인 '디지털 미' 분야는 뜰거다. 헬스 분야 디지털미, 교육 분야 디지털미, 재정 분야 디지털미, 이렇게 각 분야 디지털 미가 각광받을 거다. 헬스 분야 디지털미는 이미 나와있다. 코로나 이후 디지털미 서비스가 부각받을 것이다."

-과기정통부가 AI로 예타(예비타당성 심사)를 추진하면서 차세대 AI 관심이 높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차세대 AI는 무엇이 있을까

"AI 거버넌스 테크놀로지(AI 거버넌스 기술)를 꼽고 싶다. AI를 감시 및 감독하는 AI다. AI가 힘이 세지면 이를 견제할 AI가 필요하다. 민주주의 철학도 체크 앤 밸런스다. 강한 AI가 나오면 이를 통제할 AI도 필요하다. 만일 어느 회사가 불공정 AI를 가지고 있다면, 이 AI가 얼마나 불공한지 찾아내는 기술이다. AI역공학 기술로 AI를 모니터링하는 기술이다. 페어(공정한)AI도 부각될 것으로 본다. 몇년전만해도 설명가능한 AI에 관심이 높았지만 앞으로는 페어AI가 더 뜰 것이다. 지난해 AI분야 최고상 중 하나인 튜링 상(Turing Award)을 받은 AI 3대 천왕이라 불리는 학자들도 각기 차세대 AI를 언급했다.

얀 르쿤(Yann LeCun, 페이스북 최고 AI과학자 겸 뉴욕대 교수)은 셀프 슈퍼바이즈드 러닝,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 구글 브레인 리서처 겸 토론토대 교수)은 캡슐 네트워크, 또 조슈와 벤지오(엘리먼트AI 설립자 겸 몬트리올대 교수)는 카네만처럼 시스템1(빠르고 자동적이며 이모셔널한유오토매틱한,프리퀀트하고 이모셔널한)과 시스템2(느리지만 로지컬한)를 결합하는 걸 이야기 했다."

이경전 교수가 경희대 경영대학 비전과 사명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평소 기술보다 비즈니스를 강조한다. AI도 기술보다 비즈니스 모델(BM)이 더 중요하다고 했는데

"AI가 이제 우리나라도 기술보다 BM이 더 중요한 시기로 넘어왔다. 미국은 2018년부터 그랬다. AI회사라고 하면 투자하지 않는다. AI회사라기 보다 AI를 활용해 무엇을 하는 서비스 회사라고 말해야 한다. 기술보다 서비스로 승부해야 한다. 10여년전 인터넷 시대에도 그랬다. AI시대도 마찬가지다. 기술보다 비즈니스 모델이 더 중요하다. 인터넷에 이어 또 다시 비즈니스 모델이 중요한 시기가 왔다. AI를 하는 회사가 돈을 버는게 아니라, 돈 버는 회사가 AI를 하는 거다. 구글이 그렇다. 인터넷 시대에 돈 버는 방법을 찾아냈는데, 그게 키워드고, 돈을 벌어 한게 AI다. 플랫폼 모델을 만들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플랫폼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AI기반 플랫폼이 뭐가 있는 지 연구하고 있다. 교육 분야에는 '뤼이드'라는 플랫폼 모델이 있다. 의료 분야는 '뷰노'라는 회사가 있다. 제조 분야가 플랫폼을 만드는게 가장 힘들다. 제조회사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AI인력이 여러 분야에서 부족하다. 톱레벨 전문가도, 산업 현장에 적용할 엔지니어도 부족하다. AI인력 양성은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청년인재사업을 맡아 대학생들을 가르쳐봤다. 재미있었고 효과가 있었다. AI와 데이터를 전공 안한 사람들이 배워서 대학원 가는 것, 이런 교육은 바람직하다. AI를 오해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1998년 IMF때, 경제위기로 우울할 때인데, 실직자를 대상으로 인터넷과 전자상거래를 가르쳤다. 인터넷 붐이 오기 전인데, 훗날 이들이 3차산업혁명 씨앗이 됐다. 마찬가지다. 코로나로 돈을 나눠주기 보다 디지털 뉴딜에 돈을 써야 한다. AI 교육은 디지털 뉴딜의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초등학교에 올해 처음 AI시범학교가 지정됐다. 초등학교 AI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흥미를 줘야 한다. 딥러닝을 얼마든 가르칠 수 있고, 잘 가르쳐야 한다. 실습 위주가 좋다. 핸즈 온, 손에 잡히는 AI를 가르쳐야 한다. 파이선도 좋지만, 손으로 AI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손을 써서 배우는게 중요하다. 초등학교부터 AI교육하는 건 찬성한다."

-경희대 빅데이터연구소장도 맡고 있다. 흔히 데이터가 AI의 연료라고 한다. AI와 데이터에 대해 말해준다면

"데이터라는 말보다 AI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데이터 없이도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다. '알파고 제로'를 봐라. 알파고 제로는 데이터가 제로다. 기보 없이 스스로 학습했다. 데이터가 필요없어 '제로'다.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경희대가 가을학기에 석박사 과정 빅데이터 응용학과를 신설한다. 학부에도 만들 예정이다."

-경영커뮤니케이션학회장도 맡고 있다

"경희대가 주도해 만든 학회다. 그래서 내가 회장을 맡고 있다. 내년 5월에 세계 경영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이 한국에 온다. 한국에서 ABC학회(Association for Business Communication)가 열리기 때문이다. 경영커뮤니케이션학회가 행사를 유치했다."

이경전 경희대 교수는...

<학력>

KAIST 경영과학 학사(1990)/석사(1992), 산업경영학 박사(1995)

서울대학교 행정학 석사(2001), 박사수료(2003)

<현직>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정교수 & 소셜네트워크과학과장

한국연구재단 지정 중점연구소 후마니타스 빅데이터 연구센터 소장

인공지능 & 비즈니스 모델 연구소장

(사) 국제전자상거래연구센터 소장

한국경영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2019-2020년도)

<경력>

1996∼1997: Carnegie Mellon University, Robotics Institute, 초빙 과학자

1997∼1999: 사단법인 국제전자상거래연구센터 책임 연구원

1999∼2001: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조교수

2002∼2003: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초빙조교수

2003∼현 재: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정교수

2009.9∼2010.1 : MIT Fulbright Visiting Professor (풀브라이트 초빙교수)

2010.2∼2010.8. : U.C. Berkeley Fulbright Visiting Professor

한국지능정보시스템학회 회장(2017)

<논문>

국제 학술지 34편, 국제 학술대회: 42편, 국내 학술지: 55편, 국내 학회: 85편

<특허>

국내 특허 20건 등록, 국제특허 5건 등록

<저/역서>

버튼터치하트, 더난출판, 2018.

전자상거래 원론(법영사), 전자상거래와 유통 혁명(법영사),

정보중개와 전자상거래(세종서적), 인터넷 사업 모형과 전략(학술정보),

e-Business(맥그로힐코리아), 경영정보시스템(한경사),

e-Business 용어 사전(산업자원부), 우리는 마이크로소사이어티로 간다(웅진윙스)

<수상실적>

관련기사

1995, 1997, 2020 미국인공지능학회 혁신적 인공지능 응용상 3회 수상(Innovative Applications of AI)

2018 전자정부유공자 대통령 표창, 행정안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