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글로벌 CP(콘텐츠사업자)를 규제하기 위한 법안을 논의한다. 페이스북에 이어 지난 넷플릭스까지 우리 정부 및 기업을 대상으로 소송에 나서면서 ‘입법 미비’에 대한 지적이 쏟아지자 뒤늦게 해결책 마련에 나선 모양새다.
특히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페이스북의 1심 판결 승소 이후 법·제도 정비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입법 노력을 소홀히 한 탓에 올해 넷플릭스에 소송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을 떠올리면, 사실상 20대 국회의 마지막 상임위에서 그동안 미진했던 글로벌 CP 규제의 초석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국회 과방위는 6일 오후 국회에서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2소위)를 열고 글로벌 CP를 규제하기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비롯해 총 29건의 법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법안 2소위는 ▲일정 기준 이상의 대형 CP가 이용자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관리적 경제적 기술적 조치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유민봉 의원, 2019년 3월 발의) ▲국내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해외 CP에게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김경진 의원, 2018년 9월 발의) ▲대형 CP에 대해 국내 서버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기술적 조치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 (노웅래 의원, 2018년 9월 발의) 등을 논의한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 대형 CP에 대해 국내 서버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기술적 조치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는 법안(변재일 의원, 2018년 9월 발의)도 함께 논의할 방침이다.
이 법안들은 대형 글로벌 CP가 국내 ICT 시장과 이용자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며 수익을 독식하고 있지만, 국내 이용자에 대한 편익 제공에는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에서 발의가 시작됐다. 특히 지난해 페이스북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1심 승소 판결을 받은 이후 글로벌 CP에 대한 규제의 목소리는 커졌다.
당시 변재일 의원은 “재판부가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주며 현행법의 한계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향후 대형 글로벌 CP의 이익 침해 행위를 처벌하고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제도를 반드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고, 박선숙 의원은 “국회는 제도 미비 사항을 신속히 마련하고 논의해야 하며 법원판결을 통해 드러난 입법 미비 사항에 대해 속도감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과방위는 침묵했다. 페이스북이 승소 판결을 받은 2019년 9월 이후 과방위 법안 2소위는 단 두 차례 열리는 데 그쳤다. 그마저도 데이터 3법과 실시간검색어조작방지법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을 뿐, 글로벌CP를 규제하기 위한 법안은 테이블 위에도 올라가지 못했다.
관련기사
- 넷플릭스의 꼼수에 시민단체까지 발끈한 이유2020.05.06
- [기자수첩] 넷플릭스의 이상한 협상전략2020.05.06
- 소송으로 번진 SKB-넷플릭스, 핵심 쟁점은?2020.05.06
- "망 이용료 못내"…넷플릭스, SKB에 소송 제기2020.05.06
국회가 멈춘 사이, 글로벌 기업인 넷플릭스는 또다시 소송을 선택했다. 지난달 13일 넷플릭스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국내 기업인 SK브로드밴드가 요구한 망 이용 대가를 부담해야 할 의무가 없음을 확인받겠다는 내용의 ‘채무 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국회의 입법 미비가 넷플릭스에 소송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을 방지하고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의 조속하고 적극적인 입법 논의가 필요하다”며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대리인 지정 등 절차적 개선이 필요하고, 해외 사업자의 자발적인 국내 법 규범 준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