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창작물의 저작권을 명확히 한다. 내년까지 AI 창작물의 저작권 인정 여부와 저작지 지위 등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또 다음달 법을 개정, 교수의 AI기업 겸직을 허용한다. 현재는 국립 및 사립대학교원의 경우 영리업무와 겸직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정부는 2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제1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 중대본) 회의'를 열고 10대 신산업분야 65개 규제혁신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를 신산업 분야 규제혁파로 헤쳐가겠다는 것이다.
10대 신산업 분야는 ①데이터와 AI ②미래차 및 모빌리티 ③의료신기술 ④헬스케어 ⑤핀테크 ⑥기술창업 ⑦산업단지 ⑧자원순환 ⑨관광 ⑩전자상거래 및 물류다. 이중 데이터와 AI와 관련한 규제는 총 9가지로 과기정통부가 담당 부처다.
■교수, AI기업 겸직 허용
5월중 법을 개정해 시행한다. 현재는 국립 및 사립대학교원(교수)의 영리업무 및 겸직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이에 따라 민간의 AI전문가가 대학에 오는걸 꺼리고, 반대로 교수가 AI기업에 갈 수 없어, 산학협력이 중요한 AI산업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는 이를 개선, AI 기업의 경우 교수가 겸직을 할 수 있게 허용할 방침이다. 민간 AI전문가를 교원으로 활용, AI 우수 인재 양성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AI 활용 창작물 저작권 내년까지 명확화
인공지능이 만든 서비스나 제품을 창작물로 인정할 지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이슈다. 이에 정부는 내년까지 AI 창작물의 저작권 인정 여부와 저작자 지위 등 법적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음악, 미술, 문학 등 창작 활동에 AI 활용을 촉진, 신산업 창출을 위한 것이다.
■건강, 성생활 등 민감정보도 가명정보에 포함 기준 제시
민감정보 활용 촉진을 위해 민감정보도 가명정보에 포함된다는 기준을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와 관련한 해설서를 8월까지 마련한다. 현재는 민감정보를 가명정보로 처리 및 활용 가능한지 여부가 불확실하다. 민감정보는 사상 및 신념, 노동조합 및 정당 가입과 탈퇴, 정치적 견해, 건강, 성생활 등에 관한 정보다. 정보주체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도 포함된다. 정부는 민감정보가 가명정보 처리대상에 포함됨을 명확화해 가명정보 활용도를 높이는 한편 데이터 3법 개정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의료데이터 가명처리 활용...서비스 품질 제고
의료데이터는 민감성이나 재식별 가능성이 높아 가명처리가 가능한 지가 현재 논란이다. 정신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등의 진료기록과 유전정보, 희귀질환 정보, 성병 정보 등이 대표적인 민감성 높은 의료 데이터다.
이에 정부는 의료데이터 유형별 가명처리 절차 및 방법, 또 안전조치 등을 규정한 '의료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을 8월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우선, 환자 기록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가명처리된 이후에는 의료법 제21조 적용대상이 아님을 보건복지부 지침(의료기관 개설 및 의료법인 설립운영 편람) 개정을 통해 8월까지 명확히 한다. 또 가명정보를 활용하는 연구는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심의 면제에 해당하도록 가이드라인을 개정, 하반기에 배포한다. 이번 조치로 의료 기록과 유전정보 등 다양한 의료 정보의 빅데이터 AI 분석을 통해 AI 헬스케어 등 신산업 육성 및 보건서비스 품질이 높아질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결합한 가명정보 외부반출 기준 정립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법상 결합한 가명정보를 전문기관 외부로 반출할 수 있는 기준이 다르게 규정, 현재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즉,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결합한 가명정보는 전문기관 장의 승인을 받은 뒤 반출할 수 있다. 반면 신용정보법은 승인 규정 없이 가명처리 또는 익명처리된 상태일 것만으로 규정돼 있다. 이를 개선, 개인정보법(승인)과 신용정보법(적정성) 평가기준에 대한 해설서를 8월까지 마련한다. 가명정보 반출기준을 명확히함에 따라 가명정보 활용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가명정보 결합 전문기관에 민간 지정
현재는 법률에서 결합 전문기관의 지정 대상 범위를 공공기관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지만, 민간기업이 결합 전문기관으로 지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 이에 정부는 법 시행 초기부터 가명정보 결합 전문기관으로 민간기업을 지정할 방침이다. 올해 중 시행한다. 정부는 데이터 결합 절차 효율성 확보와 데이터 결합기업 등 신산업 창출을 기대했다.
■드론 등 이동형 영상촬영기기 법제 정비
드론 등 이동형 영상촬영기기의 정보보호 및 활용 관련 법제가 없어 필요한 상황인데, 내년까지 이동형 영상촬영기기 허용 여부와 개인정보보호법의 영상정보처리기기 포함 여부 등을 법제화 하는 것을 검토한다. 영상데이터의 안전한 활용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기간통신사업자 B2B서비스 이용약관 신고 의무 완화 검토
기간통신사업자의 B2B 서비스는 전기통신서비스 이용 약관 신고 의무가 있어, 행정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를 개선, 내년까지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이용약관 신고의무 완화를 검토키로 했다. 스마트팩토리 등 데이터와 AI 활용 신규 서비스 창출을 위한 것이다.
■신용카드사 빅데이터 활용 사업 허용
현재는 신용카드사가 업무 관련 취득 정보를 활용한 빅데이터사업을 신고 없이 영위할 수 있는지 여부가 불명확하다. 이에 정부는 신용카드사가 업무와 관련해 취득한 정보를 가명 및 익명조치 후 자문서비스에 활용하는 업무 등을 신고 없이 영위할 수 있도록 하반기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을 개정, 명확히할 예정이다. 데이터를 활용한 신규 사업 창출이 기대된다.
홍남기 부총리는 "코로나19에 따른 위기상황 돌파를 위해서는 우리 경제가 보다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규제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현재의 오프라인 및 대면관계를 기초로 설계된 기존 규제체제를 코로나19를 계기로 가속화할 디지털 경제 및 비대면(Untact) 경제 중심으로 보다 유연히게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규제혁신은 포스트 코로나에 대응한 기업경쟁력 강화, 우리 경제체질 개선을 위해 긴요하며,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지속 추진해야 할 과제"라며 "지금까지의 규제개선 방식을 완전히 전환, 민간 주도로 제로베이스에서 규제 필요성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 10대 산업분야의 65개 추진과제를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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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부총리는 65개 추진 과제 주요 사례로 ▲혁신의료기기 우선심사제도 도입 ▲소비자 직접의뢰 유전자검사(DTC) 확대 ▲신기술금융회사의 핀테크 투자 규제 합리화(투자 허용) ▲벤처기업 인증기간 연장(2년 → 3년) ▲산지활용 규제 특례로 산림휴양관광진흥법 제정 등을 들기도 했다.
한편 홍 부총리가 주재한 '경제 중대본'은 이날 출범했다. 기존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의 역할을 이어받는다. 홍 부총리는 "경제 전시상황에 대응하는 사령탑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