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과거 총수 일가의 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과 관련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안에 대해 어떠한 답변을 내놓을지 사회적 관심이 모아진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답변 시한인 오는 10일까지 어떤 식의 입장이든 내놓을 게 유력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에 따라 입장 전달 방식 등은 신중하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지난달 11일 삼성 최고경영진에 대한 준법 의제를 ▲경영권 승계 ▲노동 ▲시민사회 소통 등 세 가지 범주로 정했다. 그러면서 삼성 측에 각 의제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이와 관련해 30일 내 답변을 해 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준법위원회 권고안에 대한) 답변 시한인 오는 10일까지는 이재용 부회장의 직접(간담회) 발표, 또는 서면 발표, 코로나19로 인한 연기 등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이라며 "삼성 고위층의 논의가 끝나는 대로 준법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최종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준법위원회 권고안을 살펴보면 과거 총수 일가의 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준법의무 위반 행위가 있었던 점에 대해 이 부회장의 반성과 사과, 재발방지를 공표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업계에서는 아직 이를 둘러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만큼 삼성이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동 의제와 관련해서도 삼성에 노동관계 위반에 대한 반성·사과, 노사 간 소통, 무노조 경영 방침 철회를 요구했다. 시민사회 신뢰 회복을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 마련도 주문했다. 지난 2월 이뤄진 '임직원 기부금 후원내역 무단열람 건'에 대한 삼성 사과는 개별안에 대한 것으로 이번 답변에는 전체 방향이 담길 전망이다.
아울러 준법위원회 활동과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 관련성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해 알려줄 것을 제안했다. 위원회는 재판부 요청에 따라 삼성의 준법·윤리경영을 감시·감독하는 기구로서 지난 2월 출범했다. 하지만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재판부가 위원회 실효성 여부를 감독하는 등 위원회 운영을 이 부회장 양형 감경사유로 삼겠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번 사안이 창립 이래 삼성의 역사에서 매우 중대한 이정표가 될 수 있는 만큼 이 부회장이 간담회를 개최해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행사 개최 시 대규모 인원이 몰릴 것에 대한 우려가 있어 이는 확실치 않다. 정부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달 19일까지 2주간 연장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간담회 개최 여부 등을 예단하기 어렵지만 삼성은 코로나19로 인해 간담회 개최 이후 혹여 (감염 등) 문제가 생길 경우 더 큰 문제로 이어지는 데 대한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부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도 있어 간담회를 개최하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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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위원회는 삼성 측이 예정대로 오는 10일까지 권고안에 대한 답변을 내놓을 경우 이달 21일에 임시 회의를 열고 이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삼성 답변에 담긴 총체적인 정책방향을 살펴보고, 이 과정에서 지난 2일 4차 회의에서 거론된 시민단체 '삼성피해자공동투쟁'의 요구사항 등 개별 사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준법위원회 관계자는 "삼성 답변에 대한 위원회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우선 이달 21일에 임시회를 열기로 했다. 이날 시민단체 요구 사항 등 개별사안에 대한 얘기도 나올 수 있는 것"이라며 "최대한 진정성이 담겨 있는 삼성의 답변 이행을 기다려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