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인공지능(AI) 드론용 소프트웨어(SW)가 미국 항공청의 최고 안전등급을 획득했다. 자율비행 드론, 사람이 탑승하는 드론 등 차세대 드론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기여할 전망이다.
ETRI는 하나의 장치에서 여러 운영체제가 동시에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가상화 기술인 '어스(EARTH)'를 개발, AI드론에 적용해 성공적인 비행시험까지 마쳤다고 31일 밝혔다.
'어스'는 미국 연방항공청(FAA) 심사관(DER)으로부터 안전성 시험 과정을 거쳐, 국내 기관 중 최초로 'DO-178C 레벨A'를 인증을 받았다.
'DO-178C'는 미국 연방항공청이 정의한 항공기용 SW 및 부품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인증 절차다. 연구개발 프로세스 및 프로덕트 수준까지 검증한다. SW 안전성 제공 레벨 인증 수준은 레벨A에서 레벨E까지 5단계가 있다.
레벨A는 비행제어 SW, 엔진제어 SW처럼 해당 SW의 안전성이 훼손될 경우 추락과 같은 심각한 재난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안전 등급이다. 레벨E는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커피 메이커용 SW와 같이 비행 안전에 지장이 없는 분야 인증이다.
레벨A 인증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총 4단계의 인증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연구 개발 수행 절차 와 이에 따른 산출 문서 뿐만 아니라 개발 SW 시험 방법 및 시험 결과를 검증, 개발 SW 자체의 품질을 보증한다.
드론에는 크게 두 가지 필수 SW가 있다. 하나는 비행을 제어하는 SW, 다른 하나는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SW다. 비행제어 SW는 실시간으로 즉각 반응하는 능력이 필요하고, 임무수행 SW는 AI 미션과 같은 고성능 계산 능력이 필요하다.
기존에는 비행제어 SW와 임무제어 SW가 서로 다른 하드웨어(HW)에 탑재되었다. 만일, 같은 HW에서 각 기능이 동시에 작동할 경우,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기능에도 문제가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상 처리 장치가 고장나면 비행 담당 기능도 정상적인 작동을 못하고 드론이 추락해버리는 식이다. 하지만 하드웨어를 별도로 두게 되면 기체가 무거워지고 전력소모도 많아지는 단점이 있다.
ETRI 연구진은 가상화 기술을 이용해 이 난관을 극복했다. 가상화 기술은 하나의 컴퓨터에 윈도와 리눅스처럼 서로 다른 운영체제가 동시에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덕분에 장비 2개를 별도로 둘 필요 없이 한 장치에서 두 가지 기능이 통합, 안정적으로 구동되게 만들 수 있고, 하나의 보드에 탑재가 가능해 장비 경량화도 실현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어스'는 64비트 멀티코어를 지원한다. 또, 별도 HW에서 구동 시 임무 SW에서 비행제어 SW로 명령을 전달하는 지연시간이 1ms(밀리초)인데 반해 '어스'는 33.8㎲(마이크로초)이다. AI와 같은 고성능 응용 구동의 경우에도 가상화에 따른 오버헤드가 3% 미만으로 기술이 우수하다.
아울러, 연구진의 기술이 획득한 등급은 세계 최고 수준의 비행 SW 안전성 기준을 충족한다. 레벨A 수준 등급은 유인 항공기를 비행하거나 엔진을 제어하는 것처럼 작은 오류라도 발생하면 자칫 재난 수준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수로 받아야 하는 인증이다. 유인기 적용 대상 중 최상위 단계다.
연구진은 그동안 ▲듀얼 OS ▲항공 OS ▲초소형 OS 등 자동차, 비행기, 사물인터넷 등에 활용되는 임베디드 SW 및 HW 관련 연구를 지난 20여 년간 진행, 축적된 기술역량을 바탕으로 이번 안전성 등급을 받았다.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은 AI드론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유인 탑승 드론, 자율주행 자동차, 지능형 로봇 등에 적용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보잉, 에어버스와 같은 상용 여객기에 적용되는 최상위 수준의 인증을 받은 이유도 향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것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TRI 고성능디바이스SW연구실 임채덕 박사는 "우리가 개발한 '어스'는 최종적으로 TSP커널 기반의 SW 이중화는 물론, 하드웨어 플랫폼 다중화를 통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더욱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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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향후 비행 백업 제어 기능을 하는 경량 HW를 드론에 탑재해 안정적으로 구현하고 차세대 드론에 필요한 기술을 연구하면서 기술 이전 및 상용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안전한 무인이동체를 위한 ICT 기반 기술 개발'사업 일환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지난 2017년부터 이 사업을 통해 SCI 논문인 IEEE 엑세스(Access)에 발표했고, 핵심 기술 특허 3건을 출원했다. 한편, 드론 관련 산업시장은 오는 2026년 130억 달러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