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때문에…인터넷 이용량 폭증 '고민'

버라이즌·AT&T, 트래픽 신기록…장기화 땐 망부하 우려

인터넷입력 :2020/03/24 13:09    수정: 2020/03/24 13:2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유럽연합(EU)은 지난 주 넷플릭스를 비롯한 주요 동영상 업체들에게 영상 송출 화질을 낮춰 달라고 요구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터넷 이용량이 한계 수준까지 늘어날 것을 우려한 조치다.

이 요구에 따라 넷플릭스를 비롯해 유튜브, 아마존, 페이스북 등이 일제히 동영상 화질을 낮춰서 전송하기로 했다.

이런 현상은 유럽 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국가들도 최근 들어 인터넷 이용량이 엄청나게 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원격 강의와 원격 근무 증가 때문이다.

(사진=넷플릭스)

■ 미국·유럽 등 전 지역서 인터넷 이용 폭주 몸살

23일(이하 현지시간) 씨넷에 따르면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은 3월 12일부터 19일까지 음성 통화 사용량이 전 주에 비해 25% 증가했다고 밝혔다. 웹 트래픽 역시 22% 상승했다.

이용 유형별로는 온라인 게임 트래픽이 가장 높은 75% 증가율을 기록했다. 가상 사설망(VPN)은 30% 늘었다. 가장 망 부하가 심한 넷스트리밍 서비스 수요도 12% 증가했다. 반면 소셜 미디어 이용량은 지난 주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또 다른 통신사인 AT&T도 비슷한 상황이다. AT&T는 지난 20일과 22일에 데이터 트래픽 최고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특히 이틀 동안 넷플릭스의 데이터 트래픽이 가장 많았다고 설명했다.

무선 통화 역시 평소 일요일에 비해 사용량이 44% 늘었으며, 와이파이 통화와 가정 전화 통화 역시 88%와 74% 증가했다.

이런 상황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 네트워킹 및 보안 서비스 제공업체인 클라우드플레어에 따르면 같은 기간 시애틀 지역 망 이용량이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애틀은 미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최초로 발발한 지역이다.

또 암스테르담, 런던, 프랑크푸르트 역시 10~20% 가량 사용량이 늘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매튜 프린스 클라우드플레어 최고경영자(CEO)는 씨넷과 인터뷰에서 “이용량 40% 증가가 엄청나게 많은 수치 같지만, 슈퍼볼이나 올림픽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 때 사용량과 비슷한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이런 설명만 듣고 보면 큰 문제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전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된 슈퍼볼이나 올림픽 같은 경기를 한 두달 계속한다고 생각하면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비정상의 정상화’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사진=씨넷)

■ FCC "재난 상황 때처럼 매일 트래픽 상황 보고해야"

유럽연합이 넷플릭스를 비롯한 동영상 업체들에게 화질을 낮춰 달라고 요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한스 베스터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는 데이터 폭증에 대처할 준비가 잘 돼 있다고 설명한다.

베스터베리는 씨넷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늘 네트워크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변화에 잘 대비해 왔다”면서 “최근 한 주 사이에 엄청나게 많은 변신을 했다”고 강조했다.

AT&T와 컴캐스트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컴캐스트 측은 “네트워크를 유심히 관찰한 결과 피크 시간대가 달라지는 현상을 감지할 수 있었다”면서 “이젠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인터넷에 접속하는 대신 낮 시간대에 꾸준이 이용량이 유지되면서 피크 시간대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통신사들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연방통신위원회(FCC)를 비롯한 규제 기관들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제시카 로젠워슬. (사진=FCC)

제시카 로젠워슬 FCC 위원은 지난 주 “FCC가 허리케인 같은 자연 재난 때처럼 매일 네트워크 이용 상태에 대해 보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망이 과부하에 걸리지 않도록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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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통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인터넷 트래픽이 계속 급증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비자 보호단체인 퍼블릭 날리지의 해롤드 펠드 수석 부사장은 씨넷과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잘 유지돼 왔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문제 없을 것이란 의미는 아니다”면서 “지금 우리는 그렇게 설계되지 않은 시스템에 엄청난 압박을 쏟아붓고 있는 셈이다”고 말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