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만 잘 씻으면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자주 듣는 말이다. 손만 제대로 씻어도 바이러스 감염을 막을 수 있기 때문. 20~30초 정도 씻으라는 구체적인 시간까지 제시한다.
영국 프로축구 토트넘 홋스퍼 팀의 캠페인도 흥미롭다. 손흥민 선수가 뛰고 있는 토트넘 구단은 ‘20초 손 씻기’ 캠페인 영상을 올렸다. 그 영상엔 손흥민 선수가 하프라인부터 질주해 골을 넣던 장면이 담겨 있다. 골을 넣기까지 걸린 시간이 20초란 설명과 함께.
의학 드라마에서도 ‘손씻기’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수술방에 들어가는 의사들은 손을 빡빡 문질러 씻는다. 그 장면이 빠지면 의학 드라마 느낌이 나지 않는다.
이젠 손 씻기가 가장 좋은 질병 예방법이란 건 상식이다. 하지만 이 상식이 자리잡기까지 한 의사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19세기초 오스트리아 빈 병원에서 활동했던 헝가리 출신 의사 이그나스 젬멜바이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가 재직했던 빈 병원은 당대 최고 산부인과 의원이었다. 하지만 그 무렵 산욕열로 사망하는 산모들이 많았다. 의사들은 열악한 환경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젬멜바이스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의사들의 손을 통해 바이러스가 퍼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 빈병원 산부인과엔 두 개 병동이 있었다. 그런데 유독 제1 병동의 산모 사망률이 높았다. 제1 병동은 인턴들이 실습하는 곳이었다. 반면 제2병동에선 산파들이 신생아를 받았다.
두 병원에선 똑 같은 수술 기법이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산모 사망 비율은 다른 걸까?
젬멜바이스는 산부인과 인턴들이 해부학 실습도 함께 하는 점에 주목했다. 그래서 이런 가설을 세웠다. “해부학 실습을 한 뒤 손에 묻은 병균이 산모에게 옮겨가는 건 아닐까?”
그러던 어느날. 절친한 친구 교수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검 때 사용하던 칼에 찔린 뒤 결국 사망에 이른 것. 동료의 시체를 부검한 그는 죽은 산모들의 몸에서 보인 변화가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상처 감염과 산욕열이 같은 질병이란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됐다.
확신을 가진 젬멜바이스는 손씻기 운동을 제안했다. 의사들이 손만 제대로 씻어도 산모 사망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그 때가 1847년이었다.
동료 의사들은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신들이 산모에게 병균을 옮겼다는 걸 수긍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젬멜바이스는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손씻기 운동을 꾸준히 밀고 나갔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1847년 5월 산부인과 병동의 사망률은 18.3%였다. 하지만 손씻기 운동을 한 뒤 놀랍게 달라졌다. 두달 뒤인 7월엔 사망률이 1.2%로 뚝 떨어진 것. 그리고 1년 뒤에는 사망률이 제로가 됐다.
구글은 20일 이그나스 젬멜바이스를 두들 주인공으로 선정했다. 매일 시작화면에 역사적인 인물이나 사건을 기념하는 건 구글의 오랜 전통. 게다가 코로나19 때문에 손씻기의 중요성이 부각된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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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하필 3월20일이었을까?
미국 씨넷에 따르면 173년 전 오늘은 젬멜바이스가 빈 병원 산부인과의 수석 전공의(chief resident)에 임명된 날이다. 그 덕분에 손씻기 운동을 본격적으로 밀어부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