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포털 댓글 정책…우리가 얻는 것과 잃는 것

[이슈진단+] 네이버·다음 뉴스 댓글 정책 강화

인터넷입력 :2020/03/20 17:42    수정: 2020/03/21 23:14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뉴스 댓글란은 오랫동안 공론장의 역할을 해 왔다. 이용자가 사회 현상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고, 여론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댓글은 소통 수단으로 주목받았지만, 때로는 '악플'로 인한 부작용을 지적받기도 했다.

특히 최근에는 악플로 인한 연예인 자살 사건과, 총선을 앞두고 증가한 정치적 이슈 때문에 댓글 관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이 뉴스 댓글에 대한 정책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19일부터 ▲댓글 작성자의 닉네임 공개 ▲지금까지 작성한 댓글 이력 공개 ▲신규회원 가입 7일 후 뉴스 댓글 허용 등의 정책을 시행했다.

다음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는 지난 달 말부터 댓글 이용자 권리 보호 강화를 위해 혐오·폭력에 대한 신고 기준을 추가하고, 신고한 댓글의 처리 결과를 알려주는 신고 알림을 제공 중이다. 이외에도 악성 댓글 작성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보고 싶지 않은 댓글이나 이용자를 숨길 수 있는 덮어두기 기능을 추가했다.

카카오는 또 지난해 10월 말부터 연예 섹션 뉴스 댓글 서비스를 잠정 폐지하기도 했다. 연예 뉴스 댓글이 사회적, 정치적 현안과 달리 개인 자체를 조명하는 경향이 있어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료=각 사 취합, 지디넷코리아 정리)

■변화한 댓글 정책에도 순기능과 역기능 존재

국내에서 절대다수의 사용자를 확보한 네이버와 다음 양대 포털이 뉴스 댓글 정책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이번 정책에 대한 영향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에 대해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훨씬 많다는 입장이다.

정용국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네이버의 댓글 이력 공개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 교수는 "댓글 이력이 공개됨으로써 작성자들이 자신의 주장을 점검하고 좀더 신중하게 댓글을 작성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이번 정책은 포털이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과도하게 공론장을 위협하는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나면 그 때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다른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달라진 포털 댓글 정책에 따른 순기능과 역기능(이미지 편집=지디넷코리아, 제공=이미지투데이)

강홍렬 카이스트 교수 또한 같은 의견을 보였다. 그는 "인터넷상에서 드러나는 댓글의 가장 큰 문제는 소수가 다수인 양 의견을 왜곡한다는 것"이라면서 "대의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이 한 표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인데 댓글이나 커뮤니티 등의 문화는 이런 취지를 쉽게 왜곡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성자의 댓글 이력이 공개되고, 닉네임을 통한 구분이 가능해진다면 소수 인원이 절대다수인 것처럼 댓글을 도배하거나 여론을 몰아갈 수 없을 것"이라며 "투명성이 강화된다는 점에서 어뷰징을 막는 효율적인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료=각 사 취합, 지디넷코리아 정리)

역기능이 존재할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강 교수는 "댓글 이력이 공개되면 사용자들이 민감한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의견을 피력하지 않거나, 혹은 타인을 판단하는 잣대로 댓글을 이용할 수도 있다"면서 "다만 이런 역기능에 비해 순기능이 훨씬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악플 전부 없앨 순 없어…소수 악성 이용자 규제 강화 의견도

지금까지 포털은 악성 댓글 사용자와 어뷰징을 규제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일례로는 2007년 포털을 중심으로 도입됐다 2012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폐지된 인터넷 실명제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댓글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완전히 금지하는 것은 부적절하지만, 사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관리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성철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는 "댓글 연구를 해보면 대다수의 이용자는 문제가 없는데 약 5%가량의 소수 이용자가 악플을 많이 다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이런 일부 악성 이용자들이 악플을 습관적으로 달기 때문에 인터넷 생태계를 위해 이들에 대한 조치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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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악성 이용자가 전체 인터넷의 물을 흐리기 때문에 전체 이용자가 아닌 이들에 초점을 맞춘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용국 교수 역시 비슷한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포털의 댓글 정책은 어느 정도 역기능이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이 때문에 발언 자체를 온라인에서 금지시킨다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면서 "정책을 제대로 활용해 순기능을 극대화하고 역기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댓글 문화가 발전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