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신흥 시장으로 꼽히는 인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세계 모든 국가들에 대해 입국을 막자 삼성과 LG 등 인도에 진출해 현지 투자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던 기업들의 행보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인도 보건·가족복지부는 현지시간으로 13일 12시(그리니치 표준시 기준)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외교관, UN 등 국제기구, 취업, 프로젝트 비자 등을 제외한 모든 비자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국가를 '자체 봉쇄'한 셈이다.
이에 따라 모든 외국인은 약 한 달간 관광, 비즈니스, 학생 비자 등을 소지하더라도 인도에 입국할 수 없게 됐다. 앞서 인도는 한국을 비롯한 코로나19 주요 감염지역 외국인에 대해 전자비자 발급 중단과 기존 비자 무효화 조치했으며, 중국·한국·이탈리아 등을 거쳐 오는 여행객을 14일 이상 격리하는 조치를 도입한 바 있다.
■폰·가전 공장 둔 삼성·LG..."장기화 여부 예의주시"
삼성전자는 인도 노이다와 첸나이에 휴대폰과 가전 공장을 두고 있다. 2018년 7월에는 약 8천억원을 투입해 노이다 공장을 세우고 연간 스마트폰 캐파(생산능력)를 1억2천만대 수준으로 늘리는 등 활발한 투자를 전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2월에 이어 10월에 인도를 찾아 5G·모바일 사업을 점검하는 등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인도가 모든 비자 효력을 정지시키면서 조만간 현지 출장을 갈 예정이었던 삼성 직원 수십명의 발이 묶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인도에 갤럭시A 등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지난 7월 인도에 현지 법인을 세우고 모듈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아직 대규모 인력이 나가있진 않지만, 전문 인력 이동에 제약이 생겼다.
삼성전자 측은 현지 법인이 있고 현지 인력 기반 운영 시스템이 어느 정도 안착돼 있어 단기간 내에는 입국 통제로 인한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장기화 시에는 판도가 바뀔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 관계자는 "인도에는 법인을 두고 있고 공장 가동 시스템도 일정 수준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당장은 괜찮지만 장기화 시 우려는 있다"며 "삼성디스플레이 신사업장은 투자와 준공에 나서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시기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노이다, 푸네 등 지역에 냉장고·TV 가전제품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다. 휴대폰의 경우 W 시리즈 등 제조사개발생산(ODM) 방식을 활용한 중저가 모델을 중심으로 인도에 출시하고 있다. 해당 제품들은 인도 ODM 업체를 통해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 관계자는 "(인도와 관련) 현재 제품 개발·생산은 계획 대로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지만, 코로나 확산 추이는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현지 법인과 주재원, 전화·화상 회의를 통해 여러 국가에서 업무 차질이 없도록 힘쓰고 있긴 하지만 한계가 있다"며 "기존에 본사 인력이 가서 처리하던 업무를 현지 직원들이 배워서 수행해야 하게 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노리는 미·중 업체들도 '속앓이'
인도를 노리고 있는 해외 업체들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국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3월로 예정했던 '아이폰SE2(아이폰9)' 등 신제품 공개행사를 연기했다. 본사가 있는 산타클라라 카운티 공중 보건국이 단체 모임 금지를 명한 데다 일부 제품 생산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SE2는 아이폰SE에 이어 인도 등 신흥 시장을 공략할 애플의 전략 제품이다. 지난달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 모임을 통해 인도 진출 전략을 수립하기도 했다. 애플은 연내 온라인 매장을 오픈하고 오프라인 채널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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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 출시를 이어간 업체도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한 샤오미는 12일 레드미노트9 시리즈를 현지에 출시했다. 샤오미 마케팅 책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부품 수급난으로 TV 공급망에는 타격을 입었지만 인도 스마트폰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 금지 및 제한 조치를 취한 국가·지역은 총 126곳이다. 외교부는 '건강확인서'를 지참한 기업인이 예외적으로 입국이 가능하도록 중국, 베트남, 인도 등 20여개국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3~4개국이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