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총장 신성철)는 물리학과 심흥선 교수 연구팀(응집상 양자 결맞음 선도연구센터)이 금속과 반도체 안에서 불순물의 자성을 양자역학적으로 가리는 스핀 구름 존재를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KAIST는 "50년 동안 입증되지 않아 논란이 있던 스핀 구름 존재를 밝힌 것"이라며 "향후 차세대 양자정보 소자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이화학연구소(RIKEN), 홍콩성시대학(City University of Hong Kong)과 공동으로 수행하고 KAIST 물리학과 심정민 박사과정 학생이 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 3월 12일 자에 게재됐다. (논문명: Observation of the Kondo screening cloud)
도체나 반도체 내 잉여 전하는 주위 자유 전자들의 전하 구름에 의해 가려진다. 이와는 근본적으로 원리가 다르지만, 도체나 반도체 내 불순물이 스핀을 가질 때, 이 스핀은 주위 자유 전자들에 의해 생성된 스핀 구름에 의해 가려진다고 알려져 있다.
'콘도 효과 (Kondo effect)'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충분히 낮은 온도에서 발현되는 양자역학적 현상으로 대표적 자성 현상이다. '콘도 효과'의 여러 특성들은 대부분 규명됐으나 스핀 구름의 존재가 입증되지 않은 채 남아있었다.
지난 50년 동안 다양한 시도들이 꾸준히 있었으나 스핀 구름은 발견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스핀 구름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스핀 구름이 다양한 자성 현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에, 스핀 구름을 발견하고 제어하는 것은 관련 학계에서 성배를 찾는 것과 같은 정도의 중요성으로 비유됐다고 KAIST는 설명했다.
심 교수 연구팀은 일본 이화학연구소와 홍콩성시대학 연구진과 공동 연구를 통해 콘도 스핀 구름을 최초로 발견했다. 발견한 스핀 구름 크기는 마이크로미터(10-6 미터)에 달한다.
연구팀은 스핀 구름을 전기 신호를 이용해 관측하는 방법을 2013년에 선행연구로 제안한 바 있다. 이 선행연구에서는 전기장을 스핀 구름 내부에 가한 경우와 외부에 가한 경우에 각각 서로 다른 전류가 발생함을 예측했고, 이를 이용해 스핀 구름 공간 분포의 관측을 제안했다.
심 교수 연구팀 제안에 따라 일본이화학연구소와 홍콩성시대학 연구팀은 양자점을 이용해 반도체에 불순물 스핀을 인위적으로 생성하고, 생성된 불순물 주변에 서로 다른 여러 곳에 전기장을 인가할 수 있는 양자 소자를 제작하는 실험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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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K(밀리켈빈)의 낮은 온도에서 관측된 소자의 전기 신호를 심 교수 연구팀에서 분석한 결과, 발견된 스핀 구름 크기와 공간 분포는 이론 예측과 일치했고 그 크기는 수 마이크로미터(10-6 미터)로 확인됐다.
심흥선 교수는 "스핀 구름 존재 입증은 학계 숙원으로, 이번 연구에서 스핀 구름이 발견된 만큼 스핀 구름에 대한 후속 연구들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스핀 구름을 전기적으로 제어해 미해결 자성 문제들을 이해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스핀 구름의 양자 얽힘 특성을 기반으로 차세대 양자정보 소자를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초과학 선도연구센터 지원사업 지원을 통해 수행됐다고 KAIST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