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이 ‘코로나19’와 올해 첫 시행되는 ‘사외이사 연임제한’, ‘지정감사제’ 등 규제로 인해 정기주총 준비 및 개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1일 국내 302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2020년 주주총회 주요현안과 기업애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기업들은 ▲정족수 부족 우려(35.1%) ▲코로나19 감염우려 및 예방책 고심(24.1%) ▲감사보고서 지연 등 준비 차질(13.2%) 등의 애로를 호소했다.
■코로나로 '정족수 문제' 가중 "전자투표제 완전한 해결책 아냐"
이중 정족수 문제는 2017년 말 쉐도우보팅 폐지 이후 매년 반복되고 있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우려가 한층 가중되고 있다. 정족수 문제 해결방안으로 기업들은 ‘쉐도우보팅 부활’(52.6%), ‘의결요건(총주식수의 1/4) 완화’(29.8%) ‘전자투표제 도입활용 확대‘(13.0%) 등을 제시했다.
신현한 연세대 교수(대한상의 자문위원)는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면 정족수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지만 개별 소액주주 입장에서 기업이 제공하는 보고서만 보고 의결권을 어떻게 행사할지 결정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매년 반복되는 정족수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주총장 감염우려와 관련해 기업들은 열화상카메라를 통한 참석자 체온 확인, 마스크 장갑착용 의무화 등 방역조치를 할 예정이다. 또 외부 참석자가 많은 주총 특성상 장소를 회사 외부로 변경하고 주총 직전 확진자가 나올 경우에 대비해 제2, 제3의 장소까지 물색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정감사인 제도·사외이사 연임제한' 등 신규 규제로 애로
지정감사인 제도, 사외이사 연임제한 등 올해부터 시행되는 규제로 불편을 겪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주기적 지정감사인 제도 도입으로 외부감사인을 지정받은 기업 중 26.3%는 새 외부감사인의 회사 파악 미흡, 과거 문제없던 사항의 엄격한 심사 등으로 애로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외부감사 비용도 예년에 비해 ‘증가’했다는 응답이 66.2%로 ‘비슷’(30.8%), ‘감소’(0.7%)보다 많았다.
또 ‘사외이사 연임제한’ 신설에 따라 이번에 사외이사를 교체해야 하는 기업 중 24.4%는 제한된 인력풀과 시간부족 등으로 사외이사 후보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사외이사의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상법 시행령은 정기주총이 얼마 남지 않은 올해 1월에 유예기간 없이 즉시 시행됐다.
기업들은 이번 정기주총의 최대 쟁점사항으로 ‘이사감사 등 임원 선임’(62.9%)을 꼽았고, ‘배당확대 요구’(7.0%), ‘사업 확장여부와 전략 등’(3.0%)이 그 뒤를 이었다.
아울러 최근 강화되고 있는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코드 활동에 대해서는 응답기업의 34.1%가 무리한 경영개입이 우려된다고 답했다.
세부 내용으로는 ▲오너경영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여론에 따른 경영개입(24.8%) ▲객관성 부족하거나 기업현실에 맞지 않는 평가기준 적용(18.9%) ▲집중투표제 도입 등 무리한 견제수단 도입 요구(10.3%)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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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스스로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 운영’(33.7%),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16.2%),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추천위원회 운영’(15.2%) 등을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김현수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현재 정기주총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코로나19 방역대책과 차질없는 주총 개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하는 상황”이라며 “주총 준비과정에서의 기업애로를 관계부처에 전달하고, 지원방안을 전국의 회원기업에게 알리는 등 안전하고 원활한 주총 개최를 위해 상의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