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입국 거부"...때늦은 日 조치에 IT 기업도 '당혹'

현지 언론도 비판 "비난 무마 위한 갑작스런 조치"

디지털경제입력 :2020/03/06 17:46    수정: 2020/03/08 08:59

국내외 주요 IT 기업들이 6일 오전 갑자기 등장한 일본 정부의 한국·중국발 항공편 탑승객 입국 제한 강화에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오는 9일부터 시행되는 이번 조치는 5일 오후 요미우리신문과 산케이신문 등 일부 일본 언론이 입국 제한 강화 가능성을 보도한 이후 반나절만인 6일 오전 각료회의에서 최종 의결됐다. 한국·중국발 항공편 입국심사가 가능한 공항 제한과 일본 입국 이후 14일간 지정된 장소 격리 등을 담았다.

6일 각료회의에서 발언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수상관저)

특히 2005년 아이치 엑스포를 기점으로 15년간 지속되던 한국인 대상 무비자 입국 조치도 정지돼 사실상의 '입국 거부'에 가깝다. 국내외 주요 IT 기업 관계자들도 한국 정부의 대응 조치 등 향후 전개 파악에 나섰다.

■ 실패로 끝난 '물가 방역' 다시 꺼내 든 日 아베

일본 정부는 한국과 중국발 승객을 사실상 '입국 거부' 조치하면서 "일부 지역 입국 거부 조치에도 한국과 중국에서 사람의 유입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특정 국가를 차단하는 조치가 코로나19 차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이탈리아 등의 사례로 증명된 바 있다. 중국발 항공편을 차단했던 이탈리아는 6일 현재 4천명에 가까운 확진자가 나온 상황이다.

게다가 일본은 지난 2월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를 원천 봉쇄했다 선내 집단 감염을 통해 700명에 가까운 확진자를 내며 전세계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제3국에서 입국하는 한국인이나 일본인을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한 지침도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현지 언론에서도 코로나19 대첵에 대한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갑작스레 '입국 제한'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 일본 지사·주재원 둔 국내외 기업들 고심

주요 IT 기업 관계자들은 5일 저녁부터 교도통신·NHK 등 일본 언론과 6일 한국 정부의 대응 조치 등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입국 제한 조치가 당장 다음 주 월요일(9일)부터 시작하는데 반해 정작 일본 정부가 자국 언론이나 기업에도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는다는 불만도 상당하다.

한국과 일본 등에 지사를 둔 한 글로벌 IT 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국내 확산되던 지난 2월 중순부터 원격근무를 활용하고 불필요한 국내외 출장을 자제하라는 지침이 내려온 상황이다. 이번 조치가 큰 영향을 가져다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쿄에 지사를 둔 국내 기업 중 일부는 6일 주재원 대상으로 '일본 출국 금지령'을 내렸다. 9일 이후 일본으로 출국하는 순간 비자 효력이 정지되며 새로 비자를 신청한다 해도 최소 2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국내 기업 관계자는 "화상회의 등으로 해결할 수 없는 장비 수리나 샘플 구입 등을 당분간 미루거나 연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일본 정부의 조치가 4월 이후에도 장기간 지속되거나 수위가 한 단계 더 올라가지 않을지 고심하며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양국간 수출관리정책 대화에도 '먹구름'

일본 기업 국내 법인 관계자들은 대(對) 한국 수출 규제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 갈등에 이번 일본 정부의 입국 차단 조치까지 더해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업 관계자는 "국민 정서는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된지 오래며 지난해에 이어 기업 선에서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하나 더 늘어나며 올해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결정에 따른 후속조치로 이어지고 있는 한·일 양국간 국장급 수출관리정책 대화도 가시적인 결과를 내기 어려워졌다. 오는 10일 서울에서 열릴 양국간 대화를 앞두고 일본 정부가 또다시 엇박자를 내며 상황을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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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코로나19 대응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는 정세균 총리. (사진=뉴스1)

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세균 총리는 "일본 정부의 과도하고 불합리한 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며 우리 정부도 적절한 대응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역시 6일 오후 주한 일본 대사를 초치해 "일본의 조치는 비우호적일 뿐 아니라 비과학적인 것으로서 일본 정부가 객관적 사실과 상황을 직시해 조속히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