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자율차 웨이모, 거액 투자받고도 울상…왜?

2조6천억원 유치…"구글 내 자율주행 열기 식은듯" 분석도

카테크입력 :2020/03/04 11:39    수정: 2020/03/04 11:5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자율주행차 전문기업이 2조원 이상의 투자를 받았다. 투자에 참여한 벤처캐피털(VC)도 쟁쟁하다. 실버 레이크, 안드리센 호로위츠 등 실리콘밸리 대표 기업들이다.

자율주행차 사업에 대한 기대를 한껏 반영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시장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일종의 경고 신호란 반응까지 나온다.

왜 그럴까?

투자 받은 기업이 웨이모이기 때문이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전문 사업 부문이다.

웨이모의 자율주행차량.

■ 실리콘밸리 유력 VC들 대거 투자 참여

웨이모는 지난 2일(현지시간) 22억5천만 달러(약 2조6천73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실버 레이크와 캐나다연기금운용회사, 무바다라투자회사 등이 주도했다. 안드리센 호로위츠 등도 동참했다. 여기에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도 함께 했다.

IT 전문매체 프로토콜은 “외부 자금을 수혈받은 것은 자율주행차에 대한 알파벳 내부의 동력이 어떤 지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알파벳은 웨이모 자율주행차 사업에 대해 명확한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율주행차 사업은 그 동안 ‘새로운 혁신’으로 많은 기대를 받아왔다. 월가와 실리콘밸리 모두 장밋빛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만큼 빠른 속도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규제 장벽 역시 또 다른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웨이모의 시장 가치도 추락하고 있다.

웨이모가 공개한 재규어 I-페이스 기반 자율주행차 (사진=웨이모)

현재 웨이모의 시장 가치는 500억 달러를 밑돌 것이라고 프로토콜이 전했다. 그것도 22억5천만 달러 투자 유치를 받은 것을 감안한 평가다.

불과 2년 여만에 3분의 1 수준 밑으로 떨어진 것. 모건 스탠리는 지난 2018년 웨이모의 가치를 1천750억 달러로 평가했다. 지난 해 가을 1천50억 달러로 40% 이상 평가 절하하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 수준의 2배를 웃도는 가치다.

물론 자율주행차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크다. 승객 안전과 교통문제 해결 등 부대 효과가 만만치 않기 때문. 그래서 기존 자동차 업체들 뿐 아니라 구글을 비롯한 IT 기업들까지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웨이모는 자율주행차 연구를 선도해 온 기업이다. 모기업의 든든한 후원에 힘입어 초기부터 많은 투자를 해 왔다. 지금까지 미국 25개 도시에서 2천만 마일(약 3천220만 km) 가량 시험 주행을 했다.

■ 자율차 상용화까지 갈 길 멀어…내부 압박 만만찮은 듯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은 편이다. 기술적인 한계 뿐 아니라 제도적인 개선까지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웨이모의 외부 투자 유치에 시선이 쏠리는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라고 프로토콜이 분석했다. 제 아무리 알파벳이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사업에 계속 엄청난 자금을 쏟아붓는 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단 얘기다.

웨이모가 어떤 실적을 내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알파벳은 실적 발표 때 구글과 기타 부문(other bets)으로 나눠 발표하기 때문이다. 물론 웨이모는 기타 부문에 포함돼 있다.

구글 뿐 아니라 지주회사인 알파벳 CEO까지 겸직하고 있는 선다 피차이. (사진=구글)

하지만 기타 부문에는 웨이모 외에도 알파벳 내의 여러 실험적인 사업부문이 함께 포함돼 있다. 따라서 외부에선 웨이모 만의 실적을 알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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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웨이모가 외부 자금을 유치한 것은 구글 내부에서 자율주행차 사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뜨거운 편은 아니란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최소한 몇 년 내에는 이렇다 할 성과물을 내기 힘들단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많단 얘기다.

다만 ‘돈 냄매 잘 맡기로’ 유명한 각종 VC들이 투자에 참여한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언젠가는 자율주행차 사업이 괄목한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는 반증일 터이기 때문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