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오라클 자바전쟁…美 정부 "오라클 지지"

법무부 "자바 API 도용은 저작권 무시한 것" 주장

컴퓨팅입력 :2020/02/21 15:39    수정: 2020/02/21 21:1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트럼프 행정부가 ‘세기의 저작권 소송’에서 오라클의 손을 들어줬다. 구글이 자바 API를 이용한 것은 저작권법 상의 공정 이용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 법무부가 20일(현지시간) 연방대법원에 오라클을 지지하는 법정조언서를 제출했다고 더힐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법무부는 이날 법정조언서에서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만들면서 자바 소스코드 1만1천500 라인 가량을 도용한 것을 저작권법을 무시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물론 법무부의 조언서는 직접적인 구속력은 없다. 하지만 연방대법원도 최근 들어 디지털 시대 저작권의 한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어 영향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연방대법원. (사진=미국 대법원)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흥미로운 소식을 전해줬다. 법무부가 법정조언서를 제출하기 몇 시간 전에 래리 엘리슨이 캘리포니아에 있는 자신의 골프장에서 트럼프 후원 자금 모금 행사를 개최했다는 소식이다. 래리 엘리슨은 오라클 공동 창업자다.

이 매체는 또 오라클이 트럼프 행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새프라 캐츠 오라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16년 트럼프 정권 인수팀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더힐은 이런 소식을 전하면서도 법무부의 이번 법정조언서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방침과 크게 다른 건 아니라고 전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 법무부는 이미 저작권 침해와 관련한 구글의 상고 신청을 받아들이지 말라고 권유했다.

래리 엘리슨

■ 2010년 오라클 제소로 시작…저작권 침해 건은 오라클 승리

지난 2010년 시작된 두 회사간 자바 소송은 사상 유례 없는 반전을 거듭하면서 열띤 공방을 펼쳤다.

첫 포문은 오라클이 열었다. 2009년 자바를 만든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한 오라클은 이듬해 곧바로 구글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서 오라클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만들면서 자바 API 37개를 무단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API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프로그램을 해 본 경험이 있던 윌리엄 앨섭 판사는 “(API는) 미리 규정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긴 명령어 위계구조”라면서 “따라서 저작권 보호대상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실리콘밸리 대다수 프로그래머들은 이 의견에 동의한다. 전자프론티어재단(EEF)을 비롯한 시민단체들도 마찬가지다.

그러자 오라클이 곧바로 항소했다. 항소법원은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자바 API도 저작권 보호 대상”이라고 판결한 것. 다만 항소법원은 한 가지 유예 조건을 붙였다. 자바 API 저작권 침해 행위가 공정이용에 해당되는지는 다시 논의해보라면서 사건을 1심법원으로 환송했다.

구글 사옥 (사진=씨넷)

여기서 소송은 ▲저작권 침해 ▲공정이용 두 개로 나눠졌다.

항소법원 판결이 나온 저작권 침해 부분에 대해선 구글이 연방대법원에 상고신청을 했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상고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구글의 자바 저작권 침해는 최종 확정됐다.

관건은 구글이 자바 API를 이용한 것이 저작권법 상의 공정이용에 해당되는지 여부다. 공정이용이 인정될 경우 저작권을 침해하더라도 배상 의무를 지지 않는다.

여기서 구글은 또 다시 반전 드라마를 썼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 샌프란시스코 지원은 2016년 5월 “구글의 자바 API 이용은 저작권법 상의 공정 이용에 해당된다”고 판결했다.

■ 공정이용 놓고 열띤 공방…연방대법원 최종 판결만 남아

그런데 공정이용 건도 또 다시 항소법원에서 뒤집어졌다. 2018년 3월 항소법원은 “구글의 자바 API 이용은 공정이용으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 오라클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이번엔 구글이 연방대법원에 상고 신청을 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철저한 상고 허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법정 공방은 항소심에서 마무리된다. 연방대법원은 법 적용에 큰 흠결이 있거나, 판례를 뒤집을 가치가 있는 소송에 한 해 선별 수용한다. 한 해 상고신청이 받아들여지는 비중이 5% 수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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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이미 저작권 침해 공방 때는 상고 신청을 했다가 기각당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API 공정이용’ 이슈는 상고신청에 성공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해 11월 구글의 상고 신청을 받아들인 것. 이에 따라 이 문제는 또 다시 연방대법원의 9인 재판부에서 최종 판결을 받게 됐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