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전동 킥보드’ 등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자가 크게 증가했지만, 이용자의 안전과 산업 발전을 뒷받침할 법안 통과가 제 속도를 못 낸다는 업계 지적이 나왔다.
국회에 계류돼 있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하루 속히 통과돼 전동 킥보드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하고, 전동 킥보드의 자전거 도로 이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게 스타트업 업계 주장이다.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대표 최성진, 이하 코스포)은 17일 서울 강남 드림플러스에서 ‘퍼스널모빌리티 공유 서비스 스타트업 미디어데이’ 행사를 열었다. 코스포 퍼스널모빌리티 산업협의회가 주최한 이 행사는 도로교통법 개정 촉구와 퍼스널 모빌리티 산업의 현황과 발전 전망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나인투원(일레클) ▲더스윙(스윙) ▲매스아시아(고고씽) ▲빔모빌리티코리아(더빔) ▲지빌리티(지바이크) ▲피유엠피(씽씽) 6개 업체가 참석해 같은 목소리를 냈다.
먼저 정미나 코스포 정책팀장이 발표한 국내 퍼스널 모빌리티 산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11개 퍼스널 모빌리티 업체들이 운행 중인 전동 킥보드 등 개인용 이동수단은 1만7천여대에 달한다. 각 업체들은 만 16세 이상 원동기 이상의 면허 소지자들만 이용할 수 있으며, 25km 시속 제한을 두고 있다. 전동 킥보드는 현행법상 차도로 달려야 하는데, 이용자와 보행자의 안전을 위한 시속을 제한한 탓에 차도에서의 이용이 애매한 상황이다.
정미나 팀장은 “시속 제한으로 차도로 달려야 하는 전동 킥보드는 차량들과 속도 면에서 비대칭이 생긴다”면서 “현행법 체제는 전동 킥보드를 원동기로 인식하고 차도로 주행할 것을 강제하고 있어 현실에 맞지 않을뿐더러 시민의 안전을 상당히 위협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동 킥보드를 전기 자전거에 준하는 기준을 적용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지자체 등 정부 부처와 관련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모두가 합의한 사안”이라며 “그러나 2016년 발의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20대 국회 종료가 임박한 현재까지 제대로 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팀장은 전동 킥보드의 보급으로 상권의 범위가 달라지고 확대될 뿐 아니라 환경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자들이 출퇴근 시간 역에서부터 직장까지 애매한 거리를 이동할 때 주로 전동 킥보드를 타지만,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힘든 새로운 목적지 등을 찾아갈 때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면서 상권 범위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 팀장은 “새로운 이동과 상권의 창출이란 관점에서 전동 킥보드가 갖는 골목의 확장이라는 산업적 효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기의 수요 지역, 도착 지역, 이용 패턴, 유휴 시간 등 분석이 가능한 서비스 운영 데이터가 누적 됨에 따라 서비스 효율성도 증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7개 회사의 기기 총 운행거리를 따졌을 때 1만7천대 기기가 달린 거리는 770만km로, 이산화탄소 저감 규모는 1만618톤, 24만3천 그루의 나무 심는 효과로 환산할 수 있다”며 “전동 킥보드가 가져다주는 환경적 효과도 크다”고 덧붙였다.
전동 킥보드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안전모 착용도 반드시 써야 하지만, 현실적인 제약 등으로 이를 지키는 이용자가 거의 없는 상태다. 그러다 보니 안전에 대한 우려가 큰데, 정미나 팀장은 전동 킥보드로 인한 사고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8개 회사의 총 운행 횟수는 311만회인데, 이 중 보험사고 상당으로 접수된 사고 건수는 83회로 조사됐다.
퍼스널 모빌리티 업체들이 우선 법제화를 통해 바라는 건 전동 킥보드를 차도가 아닌, 자전거 도로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단절된 구간이 많아 자전거 도로의 제약도 많은 게 사실이지만, 일단 ‘자전거 도로에서의 전동 킥보드 이용’이란 첫 단추를 꿰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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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 나인투원 대표는 “지금은 자전거 도로를 이용할 수 있는 이동 수단이 자전거 밖에 없지만, 전동 킥보드 등으로 이용 사례들이 많이 늘어나면 어느 부분이 단절돼 있는지 더 명확해질 것이고, 자전거 도로 또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형산 더스윙 대표는 “안전모 착용 문제를 제쳐두고, 전동 킥보드가 탈 것인지 인식도 없는 지자체가 있는 게 현실이다. 어느 구에서는 원동기로 보고, 어느 지역에서는 적체물로 여긴다”면서 “이런 구분조차 안 된 상황에서 인식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고, 안전모 착용도 사용자의 인식 개선이 먼저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